[프라임경제] 지리산 기슭의 청정 고장 산청군이 도로와 철도를 연결해 지리산 내륙의 고립을 깨고, 지역의 정신적 자산인 선비문화를 경남 대표 학술 브랜드로 키워 사람이 모여들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유명현 산청군수는 경남도청을 직접 찾아 2027년도 지방전환사업 39건(2015억원)과 경남학 연구기반 조성(30억원)을 포함한 총 2045억원 규모의 대형 현안사업 지원을 강력히 건의했다. 통상 연말이나 연초에 이뤄지던 관례적 예산 건의 시점을 앞당겨, 내년도 경남도 본예산 편성과 중장기 국가계획 수립 단계부터 산청의 핵심 과제를 선제적으로 각인시키겠다는 '세일즈 행정'의 일환이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산청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 광역 교통망 확충 카드다. 유 군수는 박일웅 행정부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남해~대전선'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과 산청 경유를 공식 건의했다.
그동안 지리산권은 수려한 자연경관에도 불구하고 고속철도망의 접근성 한계로 인해 당일치기나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산청군은 대전과 남해를 잇는 종단 철도가 지리산 관문을 통과할 경우, 수도권 및 중부권 접근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돼 지리산 웰니스·치유 관광산업의 체질 개선은 물론 물류와 지역 간 교류를 폭발적으로 확장시킬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 8월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넘은 '국도 20호선 시천~단성 4차로 확장사업'의 조기 착공까지 맞물리면, 산청은 사통팔달의 서부경남 교통 거점으로 환골탈태하게 된다.
역사문화 자산의 재발견도 이번 제안의 핵심 축이다. 산청은 남명 조식 선생의 실천 유학 정신이 오롯이 살아 숨 쉬는 '강우학(江右學)'의 본산이다.
유 군수는 기존 한국선비문화연구원을 연구와 대국민 연수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경남 한국학연구원'으로 승격하고, 30억원 규모의 경남학 연구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피력했다.
안동을 중심으로 영남 좌학(퇴계학)이 독자적 브랜드를 구축했듯, 지리산권의 남명학과 선비문화를 체계화해 K-컬처 시대 경남만의 독보적인 정신문화 연구·체험 메카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굵직한 미래비전과 함께 군민 체감도가 높은 생활 인프라 개선에도 무게추를 실었다. 최만림 경제부지사와의 면담에서는 산청·금서·단성 일원의 고질적인 급수난을 해소할 지방상수도 확장사업(464억원)과 단성·신안면 일대 도시가스 배관망 건설 도비 지원 상향을 요청했다.
관광 콘텐츠 분야는 지리산 청정 계곡 생태계와 힐링 관광을 결합한 59억원 규모의 '지리산 산중수족관' 설치를 비롯해, 문화 복지의 거점이 될 산청문화예술회관 리모델링(32억원), 군민 건강과 실버 레저 수요를 겨냥한 파크골프장 조성(14억원) 등이 주요 사업군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자체 간 국도비 확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번 산청군의 행보는 사업 건수나 예산 총액만을 앞세우지 않고 '교통 인프라 확충-인문관광 르네상스-생활복지 정착'으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미래성장 벨트를 제시했다.
유명현 군수는 "예산 확보는 가만히 앉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절박함과 준비된 논리를 발로 뛰며 입증해야 하는 과정"이라며 "경남도 뿐만 아니라 중앙부처와 국회를 쉼 없이 오가며 산청군 살림의 뼈대가 될 재정을 빈틈없이 챙기고, 군민이 삶의 현장에서 체감하는 확실한 변화를 일궈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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