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잘생긴 스타인 줄 알았는데…이젠 류승완·나홍진·이창동이 선택한 배우 [MD포커스]

마이데일리
배우 조인성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CGV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시사회에 참석했다.

[마이데일리 = 이정민 기자] 배우 조인성이 올해에만 세 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를 시작으로 나홍진 감독의 ‘호프’,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까지 장르도, 인물도 전혀 다른 작품들이다.

조인성은 오랫동안 ‘잘생긴 배우’의 대표주자였다. 큰 키와 선명한 이목구비, 스타성은 데뷔 초부터 그를 설명하는 가장 익숙한 수식어였다. 하지만 이제는 외모보다 그가 선택한 작품과 감독들의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난 2월 개봉한 ‘휴민트’에서 조인성은 국제 범죄를 추적하는 국정원 블랙 요원 조 과장을 연기했다. 화려한 액션만 앞세우기보다 책임감과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을 절제된 연기로 풀어냈다. 류승완 감독은 조인성이 대본 전체를 외우고 발음과 장단음까지 다시 훈련했다며 그의 준비 과정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조인성./플러스엠

‘휴민트’가 냉정한 첩보 요원의 얼굴을 보여줬다면, 지난 7월 개봉한 ‘호프’에서는 낯선 존재와 맞서는 마을 청년 성기로 변신했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예측하기 어려운 세계 안에서 고강도 액션을 소화하며 영화 후반부를 이끌었다. ‘호프’는 개봉 11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어 조인성은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으로 또 다른 얼굴을 꺼냈다. 이번에는 대대로 물려받은 자본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상우다.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과 미옥(전도연),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부딪히며 자신도 미처 들여다보지 않았던 욕망과 모순을 드러낸다.

상우는 친절하고 다정해 보이지만 마냥 선한 인물은 아니다. 조인성은 상우를 노골적인 악인으로 만들지 않는다. 무심한 말투와 작은 표정 변화만으로 인물의 여유와 서늘함을 함께 보여준다. 앞선 두 작품에서 몸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면, ‘가능한 사랑’에서는 힘을 빼고 빈틈을 남겼다.

조인성, 조여정, 이창동 감독, 전도연, 설경구./게티이미지코리아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지난 23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했으며 오는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세 작품 속 조인성은 모두 다르다. ‘휴민트’에서는 냉정한 요원이고, ‘호프’에서는 장르의 한복판을 달리는 인물이며, ‘가능한 사랑’에서는 선의와 위선의 경계를 오간다. 어느 한 이미지에 기대기보다 감독이 만든 세계 안으로 들어가 필요한 자리를 채웠다.

조인성은 앞서 작품의 크기나 배역의 비중과 관계없이 여러 작품에서 “쓸모 있게 쓰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의 행보는 그 말과 닮았다. 주인공이라는 무게를 앞세우기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 유연하게 들어갔다.

잘생긴 외모는 여전히 조인성의 강점이다. 달라진 점은 이제 그것만으로 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류승완, 나홍진, 이창동 감독이 같은 해 조인성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한때 미남 스타로 먼저 주목받았던 배우는 어느새 감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쓰고 싶어 하는 배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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