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기차 된 ‘G바겐’…벤츠 G 580, 덩치 잊은 587마력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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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 /심지원 기자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각진 차체에 높은 차고, 사다리형 프레임까지, 차체만 보면 영락없는 ‘G바겐’이었다. 외관만 보면 전기차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전기차의 색깔을 드러냈다. 4개의 전기모터가 587마력의 힘을 즉각적으로 전달하며 거대한 차체를 예상보다 가볍게 움직였다.

최근 경기 남양주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왕복 약 200km 여정에서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를 몰아봤다. 사다리형 프레임과 각진 차체, 높은 지상고까지 전통적인 G-클래스의 모습은 그대로인데,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반응이 거대한 차체와 묘한 대비를 이뤘다.

통칭 G바겐으로 불리는 G-클래스의 첫 순수전기차 G 580은 내연기관 모델의 디자인과 오프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전동화 기술을 더한 모델이다. 4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해 최고 출력 587마력, 최대 토크 118.7kgf·m의 성능을 낸다. 118kWh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92km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국내 70대 한정으로 판매된 ‘에디션 원’이다. AMG 라인과 나이트 패키지, 블루 카본 트림, 나파 가죽 등 차별화된 내·외장 사양을 적용해 일반 모델보다 한층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처음 마주한 G 580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거대하다’였다. 전장 4865mm, 전폭 1985mm, 전고 1990mm에 달하는 차체는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차체의 높이와 각진 실루엣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일반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VU)과는 확실히 다른 존재감이다.

운전석에 올라타는 과정부터 오프로더의 성격이 드러난다. 차체가 높은 만큼 발판을 한 번 더 디뎌야 했고, 운전석에 앉자 높은 시야가 탁 트인 전방을 보여줬다. 도심 도로 위에서도 금방이라도 산길에 들어설 것 같은 분위기다.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 운전석. /심지원 기자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 2열. /심지원 기자

실내는 외관과 달리 상당히 고급스럽다. 에디션 원에는 실버 펄과 블랙 컬러의 나파 가죽을 비롯해 블루 카본 트림이 적용됐다.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부메스터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앰비언트 라이트 등이 어우러지면서 거친 오프로더의 이미지와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본격적인 주행에 나서자 G 580의 성격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출발 직후에는 차체가 워낙 큰 탓에 묵직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가속 페달에 힘을 더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전기모터가 즉각적으로 힘을 전달하면서 거대한 차체가 예상보다 가볍게 치고 나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4.7초. 숫자로만 봤을 때도 상당한 수준이지만 실제 운전에서는 순간적인 가속감이 더 인상적이었다. 속도를 올릴수록 차체의 크기와 무게를 잊게 할 정도로 경쾌하게 움직였다.

전기차 특유의 울컥거림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속과 감속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감이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정숙성이었다. 도로 위에서 속도를 높여도 외부 소음이 실내로 크게 들어오지 않았다. 음악을 틀자 외부와 단절된 듯한 느낌이 강해졌고, 앰비언트 라이트까지 더해지면서 실내는 순식간에 개인적인 공간으로 바뀌었다.

다만 시트는 푹신한 편보다는 몸을 잡아주는 쪽에 가까웠다. 장거리 주행에서는 같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보다 중간중간 자세를 바꿔주는 편이 편했다. 뒷좌석 공간 역시 차체 크기에 비해 압도적으로 넓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거대한 차체를 운전하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은 제동이었다. 차량의 무게가 큰 만큼 급하게 멈춰야 하는 상황에서는 제동거리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강한 회생제동과 제동 시스템이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줬다. 가속 이후 감속하는 과정에서도 차가 앞으로 쏠리는 느낌이 크지 않았다.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도 주행 안정감을 높였다.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옆 차량과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제동을 개입시키고, 전방에 장애물이 나타날 경우에도 차량이 직접 감속하는 방식이다. 위험 상황에서는 안전벨트가 몸을 단단히 잡아주는 등 안전 시스템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 측면부. /심지원 기자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에디션 원 후면부. /벤츠코리아

G 580을 시승해보니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출력과 강한 회생제동, 정숙성이 더해지면서 기존 G-클래스와는 또 다른 주행 경험을 만들어냈다. 전기차로 바뀌었다고 해서 G-클래스의 정체성이 희석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전기모터를 활용해 오프로드 성능과 주행 편의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G 580의 특징이다.

물론 이번 시승에서는 본격적인 험로보다 일반 도로 주행 비중이 컸다. 그럼에도 G 580이 단순히 ‘전기 SUV’가 아니라 G-클래스의 오프로드 DNA를 전동화 방식으로 확장한 모델이라는 점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G 580은 ‘G바겐이 전기차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꽤 명확한 답을 보여준 차다. 존재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힘과 정숙성, 오프로드 특화 기능을 더했다. 익숙한 G-클래스의 외형 안에 전기차의 새로운 주행 방식을 담아냈다는 평가다.

다만 가격은 만만치 않다. 2026년식 일반 모델의 권장소비자가격은 2억1610만원이다. 시승 모델인 에디션 원의 경우 2억4260만에 달한다. 392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 역시 장거리 이동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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