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전기차의 추석 명절 귀성길 충전 수요가 2년 새 4배 이상 폭증했지만 급속충전 인프라 확충은 오히려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충전기의 10대 중 9대가 아파트 주차장 등 완속충전기로 쏠리고 있어 고속도로 등 장거리 이동 거점의 충전 병목 우려가 나온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전후 5일간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 충전건수는 5만2588건으로 2023년(1만2503건) 대비 4.2배(320.6%)나 증가했다. 충전량 역시 같은 기간 30만kWh에서 140만kWh로 4.6배(363.2%) 뛰었다.
반면 고속도로 주유소 이용건수는 2023년 147만9000여건에서 지난해 137만4000여건으로 7.1% 줄었고, 휘발유·경유 판매량도 3.3% 감소했다. 명절 귀성길의 에너지 주도권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문제는 전기차 보급 속도를 장거리 이동에 필요한 고속도로 충전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누적 전기차 충전기는 54만1567기로, 2020년(3만4000기)보다 15배 이상 늘었다. 단순 계산으로는 전기차 2대당 충전기 1기꼴이다.
하지만 실제 장거리 이동에 필요한 급속충전 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다. 전기차 급속충전 네트워크 업체 워터가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기준 국내 충전기 53만5592기 가운데 급속충전기는 5만8398기로 10.9%에 그쳤다. 급속충전기 1기당 전기차는 약 19대 수준이다.
전체 충전기의 89.1%인 47만7000여기는 완속충전기다. 이 가운데 77.5%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차장에 설치돼 있어 전체 충전기의 상당수가 생활권 내 장시간 주차를 전제로 한 충전 설비에 집중돼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도 수요 증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 기준 휴게소에서 운영된 전기차 충전기는 1647기로 2023년보다 39.7%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휴게소 전기차 충전 건수는 320.6% 늘어나면서 충전 수요와 인프라 확충 사이의 격차가 커졌다.
급속충전기 신규 구축 규모도 감소세다. 신규 구축 규모는 2023년 1만3649기에서 2024년 1만2697기, 지난해 8140기로 줄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3175기에 그쳤다. 초급속충전기는 충전기 구입·설치와 수전설비 공사 등을 포함하면 1기당 1억원을 웃도는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실제 충전량과 관계없이 계약전력을 기준으로 한국전력에 기본요금을 납부해야 해 이용률이 낮은 평시에는 민간 충전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비용 부담이 고속도로 급속충전기 확충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올해 명절 기간 충전 수요를 분산하고 충전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추석 연휴인 24~2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전기차 충전요금을 할인한다.
한전으로부터 직접 전력을 공급받는 자가소비용 충전기는 해당 시간대 전력량 요금이 100% 면제되며, 기후부와 한전이 운영하는 공공충전기 약 1만8000기는 평소 충전요금의 50%가 할인된다. 민간 충전사업자도 전력량 요금 할인분을 소비자 충전요금에 반영할 예정이다.
충전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이동식 충전기도 투입된다. 정부는 이날부터 27일까지 하남드림·홍천·춘천·구정·속리산·부여백제 등 휴게소 8곳에 이동식 충전기 19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전문가는 단순히 충전기 숫자를 늘리는 양적 확대에서 벗어나 고속도로 등 주요 거점의 급속충전 인프라를 중심으로 충전 생태계를 질적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명절처럼 특정 시기에 충전 수요가 집중되는 경우 고정식 충전기만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충전기, 이동식 충전기, 배터리 교환형 등 다양한 충전 서비스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경우 로봇충전기 등 다양한 무인 충전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고속도로 등 주요 이동 구간에 급속충전기를 충분히 확보하는 한편,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구간에는 이동식·로봇충전기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이동 인원은 3093만명으로 지난해 11일간 3204만명보다 3.5% 감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연휴가 나흘로 짧아 이동 수요가 특정 날짜에 집중되면서 올해 추석 연휴 고속도로 일평균 통행량은 605만대로 지난해 541만대보다 1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추석 당일인 25일에는 귀성·귀경객과 성묘객 등이 몰리면서 하루 통행량이 684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추석 당일 통행량 641만대보다 6.7% 많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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