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강국의 또 다른 기둥,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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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은 각 국가간 과학기술경쟁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로켓을 쏘아 올리는 기술만으로 우주강국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그 필요성과 가치를 얼마나 체감하느냐 역시 산업의 지속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우주산업은 각 국가간 과학기술경쟁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로켓을 쏘아 올리는 기술만으로 우주강국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그 필요성과 가치를 얼마나 체감하느냐 역시 산업의 지속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우주산업은 각 국가간 과학기술경쟁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로켓을 쏘아 올리는 기술만으로 우주강국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우주산업에는 막대한 예산과 긴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국민이 그 필요성과 가치를 얼마나 체감하느냐 역시 산업의 지속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 우주강국인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선 시민과학, 교육, 공개중계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우주개발을 ‘전문가의 영역’에서 ‘국민이 참여하는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함이다. 이에 국내 우주산업 역시 기술개발과 투자 확대를 넘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민’의 마음을 잡은 우주강국들

실제로 우주산업에 있어 국민적 인식제고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대표적 사례는 미국 ‘허블우주망원경’을 꼽을 수 있다. 미국 국민들의 ‘우주산업’에 대한 애착으로 폐기 직전의 허블우주망원경을 살려낸 것이다.

2004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허블망원경의 마지막 정비임무를 취소했다. 컬럼비아호 사고 이후, 우주산업 전반을 축소하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 국민들의 대규모 반대 여론을 필두로 ‘Save Hubble’ 운동이 일어났다. 국가 우주경쟁력 유지가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반발이었다.

이에 미 의회는 NASA에 허블망원경 수명 연장 방안을 검토하도록 요구했다. 2005년 NASA 예산에서도 정비임무 준비를 위해 추가 예산이 반영됐다. 2006년 NASA가 허블망원경의 임무를 복원해 2009년 실제 정비임무가 수행됐다. 이후 허블망원경은 지금까지도 임무를 수행 중이다.

허블망원경 사례처럼 국민의 인식제고는 우주산업 자체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때문에 국가 우주연구기관과 관련 사업 기업들은 대국민 홍보·교육 캠페인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NASA는 지난해 1억4,350만달러(약 1,949억원)을 STEM 참여·교육 분야 예산으로 책정했다. 영국우주청도 국제우주정거장 임무 관련, 대국민 교육·홍보 캠페인 300만파운드(약 54억원)을 배정했다.

실제 우주산업 관련 대국민 홍보는 국민 인지도 상승에 매우 큰 효과가 있다. 영국 우주청은 2015년 우주비행사들의 장기 유인우주정거장 체류 임무 ‘Principia’ 프로젝트에 대해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교육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해당 임무에 대한 국민 인지도는 기존 17%에서 72%로 상승했다. 동시에 ‘우주산업이 영국 경제성장에 중요하다’는 인식 비율도 캠페인 이후 6%p(퍼센트포인트) 높아졌다.

한국 역시 우주산업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은 국가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우주산업에 대한 긍정적 관심이 최고 수준이었다. 사진은 누리호 4호기 단 조립 현장. / 우주항공청
한국 역시 우주산업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은 국가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우주산업에 대한 긍정적 관심이 최고 수준이었다. 사진은 누리호 4호기 단 조립 현장. / 우주항공청

◇ 한국도 우주에 호의적… 누리호 체감가치 2.3조원

한국 역시 우주산업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은 국가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19~2020년 20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 과학 인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우주산업에 대한 긍정적 관심이 최고 수준이었다.

20개 조사대상국을 대상 이뤄진 설문에서 ‘우주탐사 프로그램(space exploration program)이 사회에 대체로 좋은 것’이라는 질문에 각 국가 국민들은 △한국 85% △일본 84% △미국 83% △말레이시아 83% △러시아 79% △이탈리아 73% △독일 71% △네덜란드68% △영국 68% △스페인 65% △프랑스 64% △스웨덴 53% △체코 52% △폴란드 48%가 ‘그렇다’고 답했다.

때문에 국내 과학계에선 향후 누리호 등 우주산업 정책 예산 편성에 있어 국민의 인식과 태도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21일 ‘과학기술정책 Brief 제69호’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우주발사체 누리호 R&D 사업에 대한 국민의 지불의사금액 조사 내용이 담겼다. 

20개 조사대상국을 대상 이뤄진 설문에서 ‘우주탐사 프로그램(space exploration program)이 사회에 대체로 좋은 것’이라는 질문에 한국 국민의 85%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 그래픽=이주희 디자이너
20개 조사대상국을 대상 이뤄진 설문에서 ‘우주탐사 프로그램(space exploration program)이 사회에 대체로 좋은 것’이라는 질문에 한국 국민의 85%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 그래픽=이주희 디자이너

STEPI는 전국 1,010가구를 대상으로 누리호에 대한 연간 지불의사금액(Willingness to Pay, WTP)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대다수는 누리호 R&D 사업의 성공과 장기적 가치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것으로 보는지 묻는 문항에 긍정적(4~5점)으로 응답한 비율은 약 76.3%이었다. 회의적(1~2점) 응답 약 1.7%를 크게 웃돌았다.

편익이 먼 훗날 실현돼도 사업을 지지하는지 조사한 장기 가치 선호에서도 긍정적 응답이 약 77.0%이었다. 회의적 응답은 약 3.4%로 매우 작은 비율로 조사됐다. 2026년 10월 5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 R&D 사업이 국민 다수에게 신뢰받는 사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TEPI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반영한 R&D 사업 특화형 가치 추정 모형 ‘R&D-CVM’을 새롭게 설계했다. 이후 통계·적용한 결과와 기획·평가·환류 단계별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그 결과, R&D-CVM으로 추정한 누리호의 경제·사회적 가치는 연간 약 2조3,000억원이다. 성공에 대한 기대 등 국민 인식을 반영하지 않은 CVM 추정치 약 2조3,500억원과 약 2.11%의 차이를 보였다. 

아울러 우주산업은 장기성과 불확실성, 실패 가능성이 큰 사업이다. 이에 STEPI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정성적으로만 다뤄졌던 경제·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해 국민 인식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사 성공·실패나 사업 지연 같은 주요 시점마다 국민 인식을 반복 측정하는 것이다. 

김학효 부연구위원은 “우주산업과 같은 대형 R&D 사업의 가치는 국민의 인식 및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국민 인식을 R&D 사업의 기획·평가·환류 등 전주기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단순히 국민 인식 증진이 필요하다 해서 예산과 정책을 쏟아붓는 것은 맞지 않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국민 인식 전략이 필요하다. / 우주항공청
다만 단순히 국민 인식 증진이 필요하다 해서 예산과 정책을 쏟아붓는 것은 맞지 않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국민 인식 전략이 필요하다. / 우주항공청

◇ ‘재밌는 우주’만으론 부족…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다만 단순히 국민 인식 증진이 필요하다 해서 예산과 정책을 쏟아붓는 것은 맞지 않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국민 인식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홍보 확대보다 국민을 세분화해 각 집단의 실질적 편익과 사회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주목할 만한 연구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소(Space Policy Institut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와 ‘유럽우주청(ESA)’ 연구팀의 것이다. 공동 연구진은 국민의 인식이 장기적인 우주개발 지지 기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분석하고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국민을 정부·산업계·과학계와 함께 우주개발의 주요 이해관계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조사를 활용한 인식 분석과 기관 브랜드 강화, 참여형 프로그램, 젊은 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소통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우주개발의 필요성과 편익을 체감하도록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재정·정책지지 확보의 열쇠란 뜻이다.

일본 연구진도 2023년 이와 유사한 전략을 제시했다. 교토대 인간생존통합대학원(GSAIS) 연구팀은 일본 국민들을 대상,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때 단순 설문에서 우주에 관심이 있다 답한 비율은 58~64%였다. 하지만 심층면접 결과, 거의 대다수 국민이 우주정책 자체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즉, 현재 정부 단위의 우주산업 홍보는 재미와 흥미 위주의 콘텐츠에 치우쳐 있다고 볼 수 있다.

교토대 연구진은 “연구 결과, 많은 국민들이 우주의 흥미로운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핵심 정책 사안에 대해 확고한 의견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따라서 국가 우주산업의 국민 인식 증진은 우주 관련 활동의 실질적인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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