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체 연구개발과 외부 기술도입을 병행하며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서고 있다. 개발에 오랜 기간과 비용이 필요한 만큼 유망 자산을 외부에서 확보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2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SK바이오팜, 대웅제약, 종근당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국내외 바이오텍과 잇달아 신약 후보물질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초기 단계의 후보물질뿐 아니라 이미 연구개발이 진행된 자산까지 도입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신약 하나를 처음부터 자체 개발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올해 발간한 ‘국산 신약 25년의 이정표와 블록버스터의 탄생’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24년 말까지 허가된 국산 신약 가운데 개발정보 확인이 가능한 30개 품목의 평균 개발기간은 약 10.7년, 평균 개발비용은 약 423억원으로 집계됐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외부 자산 도입을 통해 초기 탐색과 후보물질 발굴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기존 연구개발 역량을 임상과 사업화 단계에 집중할 수 있다. 바이오텍 역시 개발 자금과 임상·허가 경험을 갖춘 제약사와 손잡아 후보물질 개발을 이어갈 수 있어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구조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7일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와 파킨슨병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의 전 세계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25억원과 연구·개발·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 최대 725억원, 순매출액에 따른 마일스톤 최대 2억6000만달러 등 최대 약 4308억원이다. 별도로 퍼스트바이오에 30억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투자도 단행했다.
퍼스트바이오가 전임상 후보물질 선정을 진행하고 이후 SK바이오팜이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포함한 후속 개발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번 계약은 SK바이오팜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가 주도한 첫 후보물질 도입 사례다. SK바이오팜은 외부에서 초기 단계 자산을 확보해 자체 개발 역량과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5월 이노보테라퓨틱스가 발굴한 염증성 장질환 치료 후보물질 ‘INV-008’을 도입했다. 전 세계 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확보하고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계약으로, 최대 계약 규모는 6625억원이다. 선급금은 65억원이며 개발 마일스톤 최대 190억원, 허가 마일스톤 최대 2070억원, 판매 마일스톤 최대 4300억원으로 구성됐다.
이번 계약은 후보물질 발굴과 초기 연구에 강점을 가진 바이오텍의 자산에 대웅제약의 임상 개발과 허가·상업화 역량을 결합하는 형태다. INV-008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을 우선 적응증으로 개발하고, 향후 다른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외부 후보물질 확보는 초기 개발 단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된 후보물질의 국내 권리를 확보해 임상과 상업화로 연결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종근당도 지난달 미국 키오라 파마슈티컬스와 망막질환 신약 후보물질 ‘KIO-301’을 국내에서 개발·상업화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종근당은 국내 안과 적응증 개발과 허가, 상업화를 맡고 개발 진척에 따라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를 지급한다.
KIO-301은 망막색소변성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로, 키오라는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 협력을 맺어 전 세계 임상 3상을 추진하고 있다. 종근당은 기존 안과 사업 기반에 외부 신약 후보물질을 더해 안과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지난 4월 중국 간앤리 파마슈티컬스로부터 비만·당뇨 치료 신약 후보물질 ‘보팡글루타이드’의 국내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후기 임상 단계 후보물질을 들여와 자체 사업 기반과 연결한 경우로, 이후 비만과 2형 당뇨병을 대상으로 각각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자체 연구개발만으로 모든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기보다 외부 자산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을 처음부터 자체 개발하려면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외부 후보물질 도입을 병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특히 이미 일정 단계까지 검증된 자산을 확보하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실패 위험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도입의 활용도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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