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합종연횡 경쟁 구도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거래수수료와 점유율을 놓고 맞붙던 거래소들이 금융사·빅테크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연계자산(RWA)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마이데일리는 ‘가상자산 지각변동’ 시리즈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를 둘러싼 국내 금융·증권·IT 기업들의 치열한 M&A(인수합병) 및 협업 사례를 진단했다.
① 1위 독주에도 실적은 ‘주춤’…생존 위해 네이버와 ‘혈맹’ 택한 두나무
② 은행·증권·카드까지 줄섰다…두나무에 2조 꽂은 금융권
③ 후순위 ‘디지털X’ 베팅한 미래에셋 …‘150조’ 미션 성공할까
④ 한투·OKX 나란히 20%…코인원, 업비트·빗썸 양강 흔들까
⑤ 거래소마다 ‘큰손’ 붙는데…짝 없이 홀로 선 2위 빗썸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미래에셋그룹이 시장점유율 0.5%에 불과한 디지털엑스(옛 코빗)를 품고 ‘150조원 디지털자산’ 구축에 나선다. 인수 직후 500억원을 수혈하고 1년간 거래수수료까지 포기하며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향후 미래에셋이 보유한 금융자산을 디지털엑스와 연결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7월 코빗 지분 97.15%를 확보,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오세진 디지털엑스 대표는 “한국 최초 가상자산거래소로 지켜온 만큼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이겠다”고 자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시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주식 취득을 승인했는데, 당시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파악된 직전 연도 원화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점유율은 업비트 약 69%, 빗썸 28%, 코인원 2%, 코빗 0.5%, 고팍스 0.1%였다. 미래에셋이 이미 고객과 거래량을 확보한 선두권 사업자가 아닌 후순위 거래소를 인수해 직접 키우는 길을 택한 셈이다.
인수 이후에는 ‘코빗’이라는 이름도 지웠다. 지난달 운영법인 사명을 디지털엑스로 바꾼 데 이어 지난 16일부터 서비스명도 디지털엑스로 변경했다. 미래에셋 편입을 계기로 법인과 서비스 브랜드를 하나로 통일한 것이다.
디지털엑스는 미래에셋의 자본력과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본 기반과 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강화하고 조직과 사업 전략도 순차적으로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500억 넣고 수수료 없앴다…후순위 거래소 키우기
미래에셋은 인수 직후 디지털엑스에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본 확충에 나섰다.
디지털엑스도 지난달 24일부터 1년간 원화마켓 전 종목의 거래수수료를 받지 않는 무료 정책에 들어갔다. 거래수수료가 사실상 유일한 수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의 수익보다 고객과 거래량 확보를 택한 셈이다.
디지털엑스의 지난해 영업수익 97억6193만원 가운데 거래·출금 등을 포함한 수수료수익은 97억6073만원으로 99.99%를 차지했다. 기타매출은 약 12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영업비용은 251억원으로 영업수익의 약 2.6배에 달해 15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수입원인 수수료를 1년간 포기한 셈이다.
디지털엑스 관계자는 “무료 정책은 고객 혜택을 확대하고 이용자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무료 전략은 코빗 시절에도 사용한 적이 있다. 2023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33일간 전 종목 거래수수료를 받지 않자 일평균 거래대금은 706억6000만원으로 직전 같은 기간보다 1520.8% 급증했다. 그러나 이벤트 종료 이후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대금은 301억원으로 57.4% 감소했다.
업계는 디지털엑스 측이 수수료 무료 기간을 무려 1년으로 늘렸고, 미래에셋의 자본력과 고객 기반을 활용하는 만큼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승부를 거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수수료 무료 정책은 단기적으로 거래량을 늘릴 수 있지만 이를 실질적인 경쟁력이나 이용자 기반 확대로 보기는 어렵다”며 “시장 자체를 키우기보다 중소형 거래소끼리 기존 고객을 주고받는 경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점유율 0.5% 거래소에 내건 목표 ‘150조’
미래에셋이 디지털엑스에 기대하는 역할은 단순히 가상자산 거래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디지털엑스를 ‘미래에셋 3.0’의 핵심 축으로 규정하고 그룹 고객자산 1500조원을 기반으로 디지털자산 부문을 150조원 규모로 키우는 것을 1차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거래소의 시장 지위와 150조원이라는 목표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미래에셋은 이를 코인 거래량만으로 메우기보다 그룹이 이미 확보한 고객과 금융자산을 디지털엑스에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추가 자본 투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박 회장은 최근 디지털엑스 임직원들과 만나 “디지털엑스가 흑자를 내면 내년에 추가 증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최대 3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 가능성도 언급했다. 흑자 전환 목표 시점은 2027년이다.
사업 축으로는 크립토와 스테이블코인, 실물연계자산(RWA), 토큰증권(STO) 등이 거론된다. 금·은·전기 등 실물자산을 디지털화하고 블록체인상에서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온체인 파이낸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특히 미래에셋이 증권·자산운용 사업을 통해 확보한 글로벌 투자자산을 디지털엑스와 어떻게 연결할지가 주목된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보유한 스페이스X를 연계할 가능성을 하나의 예로 들었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하면 거래수수료에 의존해온 디지털엑스의 수익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황 교수는 “금융그룹이 거래소를 운영하면 가상자산 거래수수료에 그치지 않고 자산의 발행·관리·유통·운용 등을 연결해 수익원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디지털엑스를 전통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연결하는 고객 접점으로 본다면 사업 영역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청사진에 가깝다. 디지털엑스는 미래에셋 계열사와 추진할 구체적인 사업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통자산을 디지털 형태로 발행·유통하는 사업 역시 관련 법령과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등 제도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디지털엑스 관계자는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잇는 가교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며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신뢰받는 디지털자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 투명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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