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집단에너지’는 핵심 에너지 공급원에서 대규모로 열과 전기를 생산한 뒤, 여러 배관·전력망을 통해 여러 건물·지역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전기와 열을 동시 생산하는 ‘열병합발전(CHP)’ 기반 집단에너지가 핵심이다.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열병합발전 기반 집단에너지는 효과적이다. 실제로 서울시립대·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한국지역난방공사 연구진이 2017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역냉난방용 집단에너지는 평균 온실가스를 최대 41.8% 감축할 수 있다. 또한 산업단지 내 집단에너지도 평균 10.1%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
에너지 절약과 기후변화 대응 전략 강화를 위해 정부도 집단에너지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산업부 ‘제6차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지역난방 공급은 기존 378만 세대에서 2028년 446만3,000세대로 확대될 예정이다.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장도 동 기간 45곳에서 54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국가와 산업계 전반적 흐름에 맞춰 서울시도 집단에너지 사업 확장에 나선다. 최근 ‘서울에너지공사’가 ‘서남 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건설사업(마곡ENS)’ 추진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 6차례 유찰 딛고 SPC로 사업 재설계…2032년 준공 목표
실제로 지난 14일 서울에너지공사는 강서·마곡지역의 안정적인 지역난방 공급을 위한 ‘서남 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건설사업’이 주요 선행절차를 마치고 사업 실행단계 전환에 나섰다. 이를 위해 서남 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건설사업의 EPC(설계·구매·시공)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 중이다.
이번 서남2단계 사업은 강서·마곡지역의 급증하는 열수요 대응이 목적이다. 서울시의회에 2024년 서울에너지공사가 제출한 ‘현안 업무 보고’에 따르면 강서 전체 집단에너지 공급 열원은 231Gcal/h 규모다. 이중 외부 열원인 ‘GS파워 수열’ 규모는 130Gcal/h로 전체 70.6%를 자치한다. 또한 지난해 보고에선 강서지역 열원 약 80%를 외부 공급에 의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중요성에도 불구, 그동안 서남2단계 사업은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공사의 재무여건과 사업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다. 가장 큰 1차 지연 원인은 2022년 EPC 업체 선정 실패였다. 2021년 12월부터 입찰을 시작했는데 6차례 유찰됐다. 마지막 단독 응찰자도 2022년 10월 참여를 철회했다. 이는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과 환율 급등으로 건설사 부담이 커진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에 서울에너지공사는 사업 추진 방식을 재설계했다. 선택한 방식은 SPC(Special Purpose Company·특수목적법인)다. SPC는 특정 사업 수행을 위해 별도로 설립하는 법인이다. 여러 출자자가 자본을 투입하고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구조다.
이후 2025년 9월 SPC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확정했다. 같은 해 10월 발전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12월에는 양사가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공사는 서남2단계 사업의 2032년 최종 준공 일정에 맞춰 핵심 주기기인 ‘가스터빈’도 조기 확보했다. 올해 4월 엔한국남동발전과 협력해 미국 GE사와 가스터빈 예약구매계약을 체결했다.정부 출자 절차도 완료됐다. 공사와 한국남동발전은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출자 협의를 진행해 왔다. 지난달 24일 재정경제부의 한국남동발전 출자승인이 완료되면서 SPC 설립과 EPC 사업자 선정 등 후속절차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 285MW급 열병합발전소 구축…7만4000세대 열공급 기반 확보
이번 서남2단계 사업은 총 사업비 7,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를 활용, 285MW급 LNG 열병합발전(CHP) 1기와 68Gcal/h 규모 열전용보일러(PLB) 1기, 축열조 등 주요 열·전력 공급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전체 열생산 규모는 258Gcal/h이다.
대규모 집단에너지 시설 건설 추진 사업인 만큼, 경제성 검증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지난해 12월 ‘지방공기업평가원’에선 해당 사업에 대해 타당성 조사 재무모델 타당성 조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비용편익비율(B/C)은 1.003, 프로젝트 내부수익률(P-IRR)은 4.63%로 나타나 경제성 판단기준인 B/C 1.0 이상, IRR 4.5% 이상을 충족했다.
또한 올해 8월 SPC 금융자문사 ‘하나은행’은 현재 사업조건을 반영, 재무모델을 검토했다. 그 결과, 경제성 판단기준을 충족했다. 공사는 이를 토대로 SPC 설립과 금융조달 등 후속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집단에너지의 경제적 효과는 실제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20년 서울과기대 연구팀은 한국은행이 2017년 발표한 산업연관표 데이터를 활용, 개별난방과 집단난방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국가 전체 경제 단위에서 집단난방은 약 1.388달러의 생산, 0.658달러의 부가가치, 0.108달러의 임금을 유발했다. 반면 개별난방은 각각 1.073달러, 0.228달러, 0.051달러에 그쳤다. 동일 규모 투자라면 집단난방이 개별난방보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관련 산업 규모도 매해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국내 열병합 발전 시장은 지난해 2025년 7억7,940만달러(약 1조765억원) 규모에 달했다. 오는 2030년 연평균 성장률 6%로 2030년에는 10억4,300만달러(약 1조4,405억원) 이를 전망이다.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은 “한국남동발전과 긴밀히 협력해 우수한 기술력과 시공경험을 갖춘 EPC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며 “서울에너지공사가 책임 있는 주체로서 서남2단계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강서·마곡지역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열공급 기반을 적기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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