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지각변동②] 은행·증권·카드까지 줄섰다…두나무에 2조 꽂은 금융권

마이데일리

[편집자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합종연횡 경쟁 구도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거래수수료와 점유율을 놓고 맞붙던 거래소들이 금융사·빅테크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연계자산(RWA)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마이데일리는 ‘가상자산 지각변동’ 시리즈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를 둘러싼 국내 금융·증권·IT 기업들의 치열한 M&A(인수합병) 및 협업 사례를 진단했다.

① 1위 독주에도 실적은 ‘주춤’…생존 위해 네이버와 ‘혈맹’ 택한 두나무

② 은행·증권·카드까지 줄섰다…두나무에 2조 꽂은 금융권

③ 후순위 ‘디지털X’ 베팅한 미래에셋 …‘150조’ 미션 성공할까

④ 한투·OKX 나란히 20%…코인원, 업비트·빗썸 양강 흔들까

⑤ 거래소마다 ‘큰손’ 붙는데…짝 없이 홀로 선 2위 빗썸

송치형 두나무 회장. /그래픽=정수미 기자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은행·증권·카드사들이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등 디지털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데 대비해 두나무의 거래소·블록체인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5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했다. 지분율은 6.55%다.

한화투자증권도 같은 달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3.90%를 약 5978억원에 추가로 사들였다. 기존 지분 5.94%를 더하면 지분율은 9.84%로 높아진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에 이어 3대 주주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 계열사도 지분 확보에 나섰다.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139만주를 총 6128억원에 취득했다. 삼성증권이 2%, 삼성SDS와 삼성카드가 각각 1%씩 총 4%다.

하나·한화·삼성이 올해 두나무 지분 확보에 투입한 금액만 약 2조2139억원이다. 카카오 계열사가 내놓은 지분을 금융사들이 잇달아 인수하면서 두나무의 주요 주주 구성도 금융권 중심으로 재편됐다.

◇두나무로 모이는 금융권…디지털자산 선점 경쟁

하나금융은 은행의 외환·송금 인프라와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연결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두나무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와(GIWA)체인’을 활용해 기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방식의 외화송금을 블록체인으로 구현하는 기술검증(PoC)을 마쳤다. 이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STO, RWA, 해외송금·결제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왔다.

최근에는 증권 계열사까지 협력이 확대됐다. 하나증권은 지난 11일 업비트의 해외 디지털자산 사업을 맡는 업비트글로벌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디지털자산 운용 모델과 상품·서비스 개발, 인프라 구축, 공동투자 등을 추진한다. 내년 STO 시장 본격화에 맞춰 발행 플랫폼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가상자산거래소가 매매 중개를 넘어 수탁·정산·기관 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디지털자산 인프라 사업자로 확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다. 한화투자증권이 별도로 추진해온 RWA 사업과 두나무의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연계할 여지도 있다.

삼성은 증권·IT·카드 3개사가 동시에 투자했다. 삼성증권은 토큰증권 발행·유통과 가상자산 서비스, 삼성SDS는 AI·클라우드·보안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디지털금융 인프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카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비해 삼성금융 통합 플랫폼 ‘모니모’ 등을 활용한 결제·유통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분 투자 없이 두나무와 가장 오랫동안 사업 관계를 이어온 케이뱅크의 행보도 주목된다. 케이뱅크는 2020년부터 업비트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제공하며 제휴 관계를 이어왔다. 오는 10월 계약 만료를 앞둔 가운데 양사는 재계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두나무 주주 구성. /정수미 기자

◇금융권은 44만원에 샀는데…장외가는 27만원

하나·한화·삼성이 두나무 지분을 사들인 가격은 주당 44만원 안팎으로 비슷하다. 하나은행은 주당 약 43만9000원, 한화투자증권은 약 43만9200원, 삼성 계열 3사는 약 43만9250원에 지분을 취득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위해 산정한 가격과도 거의 같다. 두나무의 주당 교환가액은 43만9252원으로, 전체 기업가치는 약 15조1000억원으로 평가됐다.

반면 장외시장에서 두나무의 가격은 이보다 크게 낮다. 이날 오전 네이버페이 비상장 기준 두나무 주가는 26만9000원, 추정 시가총액은 9조4165억원이다. 금융사들의 취득가격보다 주당 약 39% 낮다.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교환 당시 산정된 기업가치와 비교하면 약 5조7000억원 차이가 난다.

다만 장외가격과 금융사들의 지분 취득가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비상장주식은 거래량과 유동성이 제한돼 장외가격이 곧바로 공정가치로 연결되지 않아서다. 대규모 전략적 지분거래에는 향후 사업 협력에 따른 가치도 반영될 수 있다. 실제 회계상 평가액 역시 각 금융사의 평가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금융사들이 현재 장외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지분을 확보했다는 점은 향후 두나무와의 사업 성과가 높게 평가받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한화·삼성이 지분을 사들인 가격은 장외시장이 평가하는 9조원대보다 주식교환 과정에서 산정된 15조원대 기업가치에 가깝다.

◇네이버 품으로 가는 두나무…대주주 규제 변수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올해 금융사들이 대거 합류한 두나무의 주주 구성은 다시 한번 바뀐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지분 100%를 보유하고 기존 두나무 주주들은 두나무 주식 대신 네이버파이낸셜 주식을 받게 된다.

주식교환 후 송치형 회장은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19.5%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다. 네이버는 17%, 김형년 부회장은 10%를 보유한다. 송 회장과 김 부회장은 보유 지분의 의결권을 네이버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자체 지분을 포함해 46.5%가 된다.

변수는 아직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규제다. 현재 국회와 금융당국은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보유 한도를 원칙적으로 20%로 제한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34%까지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에 유예기간을 부여하거나 지분율 대신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향후 규제가 특수관계인이나 위임받은 의결권 등 실질적인 지배력까지 따지는 방식으로 설계되면 네이버가 행사할 46.5%의 의결권이 쟁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개별 주주의 보유지분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최종 법안에서 대주주 판단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가 핵심이다.

두나무와 네이버도 관련 법 제정을 주식교환의 변수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주식교환 관련 공시를 통해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 바, 향후 제정 및 시행되는 해당 법령의 내용 등이 포괄적 주식교환 진행이나 결과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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