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정책, ‘숫자’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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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이민지 기자  2011년 처음 등장한 ‘삼포세대’는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상징하며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15년이 흘렀다. 

그동안 정부의 청년 정책은 양적으로 크게 확대됐다. 청년이 사회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2020년 ‘청년기본법’이 시행됐고, 일자리·주거·자산 형성·교육 등 청년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책의 수가 늘어난 만큼 청년들의 삶도 나아졌는지 오는 19일 ‘청년의 날’을 앞두고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책의 양적 확대가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무조정실이 운영하는 청년정책 통합플랫폼 ‘온통청년’을 살펴보면, 16일 기준 중앙부처가 게재한 청년이 이용 가능한 정책은 387건에 달한다.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월 최대 20만원을 최장 24개월 지원하는 ‘청년월세지원사업’을 비롯해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는 ‘청년미래적금’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 사업’ △병역의무를 이행하며 목돈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병내일준비적금’ 등 지원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 정책은 모두 최근 5년 사이 도입됐다.

그럼에도 청년들의 현실은 ‘삼포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했던 당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9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률은 4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어렵게 직장을 구하더라도 치솟은 집값과 주거비를 감당하기란 녹록지 않다.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연애와 결혼 같은 평범한 삶의 선택마저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실제 2024년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전국 만 20~49세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패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연애를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7.5%에 그쳤다. 10명 중 6명 이상이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연애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이유로는 ‘시간과 감정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어서’라는 응답이 45.7%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인 부담’이 42.8%로 뒤를 이었다. 청년들이 연애를 주저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시간과 비용 등 현실적인 부담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9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자는 342만8,000명으로 47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 뉴시스
지난 9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자는 342만8,000명으로 47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 뉴시스

결국 정책의 양적 확대가 곧 청년들이 체감하는 삶의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부터 주거, 자산 형성까지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됐지만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고용이 불안하면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고, 소득이 충분하지 않으면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식이다. 개별 사업 중심의 지원만으로는 이처럼 복합적으로 얽힌 삶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책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정보 접근의 어려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정책 가운데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을 일일이 찾아 자격 요건과 신청 시기를 확인하고 직접 신청해야 하는 과정 자체가 청년들에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문턱도 문제다. 지원 대상과 소득·연령 등 요건이 세분화되면서 정작 지원이 필요하지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청년들도 존재한다. 일정 기간 비용을 보전하는 현금성 지원 역시 당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 만큼 고용과 소득, 주거의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내년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고 미래·청년·지방·교육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청년 분야에 대한 정책적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이제는 정책의 ‘숫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 청년들이 실제 삶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15년이 지나도록 유효한 ‘삼포세대’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역시 청년정책이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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