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데이터센터를 아무리 지어도 전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되뇌어 온 말이다. 그 승부수가 9월 한 달 만에 4000억원에 가까운 수주로 돌아왔다.
효성중공업(298040)은 15일 미국 유력 빅테크 2곳으로부터 총 3865억원 규모 초고압변압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 남·북부 지역에 신규 건립되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투입될 물량이다. 765㎸ 변압기 2200억원어치와 345㎸ 변압기 1665억원어치로 나뉜다.
이번 계약의 배경에는 조 회장이 오랫동안 다져온 미국 현지 생산 체계가 자리한다는 평가다. 효성중공업이 지난 2020년 인수한 미국 테네시 초고압변압기 공장이 대표적이다. 현재 진행 중인 증설이 마무리되면 이 공장은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지난 7월에는 북미 에너지인프라 솔루션 기업 콴타와 손잡고 초고압차단기 합작법인을 세웠다. 변압기에 이어 차단기까지 현지에서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조 회장이 강조해 온 '토털 솔루션' 체제의 하드웨어 기반이 사실상 완성된 셈이다.

이달 초엔 '데이터센터사업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변압기·차단기 등 전력설비 인력과 ESS(에너지저장장치)·마이크로그리드·스태콤(STATCOM·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 등 전력 안정화 솔루션 인력을 한데 묶은 조직이다. 빅테크가 원하는 원스톱 파트너를 조직 차원에서 구현한 모습이다.
조 회장은 "AI 시대를 맞아 전력 인프라 수요가 폭발하며 60년 만의 슈퍼사이클이 왔다"며 "변압기, 차단기는 물론 HVDC(초고압직류송전)·스태콤·ESS 등 전력 안정화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경쟁력을 기반으로 효성중공업을 5년 안에 글로벌 톱3로 올려놓겠다"고 강조했다.
효성중공업이 겨냥하는 시장은 작지 않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15% 성장할 전망이며, 이를 뒷받침할 신규 전력 인프라에 약 500억달러(한화 약 68조원)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해당 시장에서 이미 뿌리를 내린 상태다. 2010년대 초부터 미국 765㎸ 초고압변압기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왔고, 현재 미국 송전망에 깔린 765㎸ 초고압변압기의 절반 가까이가 효성 제품이다.
72.5㎸부터 800㎸까지 아우르는 초고압차단기 라인업과 최근 수주가 늘고 있는 스태콤까지 더하면, 전력 인프라 전 구간을 커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라는 평가다.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효성중공업의 지난 8월까지 누적 신규 수주액은 약 9조3000억원으로, 이미 작년 연간 수주액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연간 수주 목표도 기존 8조4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올려 잡았다.
관건은 늘어나는 수주를 얼마나 빠르게 소화해 내느냐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발주처가 요구하는 납기는 더 촘촘해질 수밖에 없다. 테네시 공장 증설 등이 조 회장이 내건 '글로벌 톱3' 목표 달성의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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