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의혹은 한마디로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은 그보다 긴 설명이 필요하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부터 경제적 대가에 대한 인식, 현직 판사와의 친분, 경기도당 비자금 조성까지 여러 의문이 쌓였다. 일부는 확인된 사실에서 출발했지만 일부는 아직 주장에 머물러 있다. 녹취와 사진, 검찰 문건을 둘러싼 해석도 첨예하게 엇갈린다. 이제 김 후보자가 사실과 의혹의 경계를 구체적인 설명으로 밝혀야 할 차례다.
◇ 증인 없는 청문회… 김승원 해명에 쏠린 시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5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연다. 여야는 청문회 일정에는 합의했지만 증인·참고인 채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신약 임상시험 승인 의혹과 관련해 김강립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제넨셀 설립자 강모 씨, 청탁 전달자로 지목된 양모 씨, 당시 영장전담 정모 부장판사 등의 출석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이미 검찰 수사와 재판을 거친 사안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청문회는 증인과 참고인 없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주요 관계자의 증언을 통한 교차 검증이 어려워지면서 사실관계를 밝힐 책임은 김 후보자의 답변과 여야가 제시할 자료에 집중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연락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그 목적과 배경을 둘러싼 주장은 엇갈린다. 경제적 대가에 대한 인식과 영장 심사 개입, 경기도당 비자금 조성 등은 공개된 자료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청문회에서는 무엇이 확인된 사실이고 무엇이 추가로 입증돼야 할 주장인지부터 가려야 한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제기를 주도한 인물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다. 한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을 문제 삼은 뒤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녹취와 사진, 검찰 문건을 잇달아 공개했다. 문제 제기는 김 후보자와 양씨의 관계, 영장전담판사와의 친분, 검찰의 사건 처리 과정과 경기도당 회계 문제로 번졌다. 의혹은 여러 갈래로 확대됐지만 출발점은 김 후보자가 양씨의 부탁을 받고 식약처장에게 전달한 연락의 성격이다.
첫 번째 쟁점은 김 후보자의 연락이 통상적인 민원 전달이었는지, 특정 업체의 임상시험 승인을 위한 청탁이었는지다. 한 의원이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양씨는 2021년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도와달라는 취지로 김 후보자에게 요청했다. 김 후보자는 이후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해당 신청을 신속히 살펴봐 달라는 취지로 연락했다. 한 의원은 보완 절차가 진행 중이던 특정 업체의 요청을 식약처장에게 직접 전달한 만큼 일반적인 민원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의 식약처 연락은 관련 공소장에도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제넨셀은 2021년 9월 23일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신청했고, 식약처는 같은 달 30일 14개 항목의 보완을 요구했다. 이후 강씨의 요청이 양씨와 김 후보자를 거쳐 김 전 처장에게 전달됐고, 임상시험 계획은 10월 26일 승인됐다.
김 후보자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국산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공익적 고충민원을 전달했을 뿐 승인이나 심사기준 완화, 절차 생략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식약처 직원들도 검찰 조사에서 김 후보자의 연락으로 특별보고를 하거나 심사 절차를 변경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쟁점은 김 후보자가 김 전 처장에게 전달한 구체적인 요구 내용과 해당 연락이 식약처 내부 심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다.
두 번째 쟁점은 김 후보자가 제넨셀과 양씨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어디까지 알고 있었느냐다. 한 의원이 추가로 공개한 녹취에는 양씨가 제넨셀의 300억원 투자 유치와 상장 가능성을 설명하고, 김 후보자가 임상시험 승인 시 회사가 수천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으냐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 의원은 이를 근거로 김 후보자가 양씨가 제약업체 측에서 받을 경제적 대가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치후원금 계좌를 안내한 경위도 논란이다. 공소장에는 양씨가 제약사 관계자의 도움 의사를 전하자 김 후보자가 국회의원 후원금 계좌를 안내한 내용이 적시됐다. 다만 당시 후원금 한도가 차 있어 실제 돈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 측은 후원금이나 금품·접대를 약속받거나 실제 받은 사실이 없으며, 한 의원이 일부 표현만 발췌해 대화의 의미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식약처에 연락하기 전 업체의 투자 상황과 양씨가 받을 대가를 알고 있었는지, 후원금 계좌 안내가 민원 처리와 관련된 것이었는지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쟁점은 김 후보자가 민원의 공익성을 판단하면서 어떤 자료를 확인했느냐다. 한 의원은 14일 제넨셀의 치료제 후보물질이 임상시험 승인 후 국내 환자 93명에게 투약됐다는 보도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야권은 비임상시험 과정에서 발생한 햄스터 폐사 결과가 식약처에 제출된 보고서와 김 후보자에게 전달된 설명자료에서 빠졌다며 승인 과정의 적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다만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임상시험에서 해당 후보물질 투약과 관련한 중대한 이상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당시 심사관이 햄스터 시험자료는 임상시험 승인을 위해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환자 93명에게 후보물질이 투약됐다는 사실만으로 약물의 위해성이나 김 후보자의 책임을 단정할 수는 없다.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가 업체 측으로부터 어떤 자료를 받았는지, 민원의 공익성을 판단하면서 해당 자료의 신뢰성과 한계를 검토했는지를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
네 번째 쟁점은 김 후보자와 영장전담판사의 친분이 사법절차에 영향을 미쳤느냐다. 한 의원은 김 후보자와 양씨,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전담 업무를 맡았던 정모 부장판사가 2022년 2월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정 부장판사는 2023년 12월 제넨셀 설립자 강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 의원은 대검이 김 후보자 등과 정 부장판사의 친분을 이유로 해당 판사를 영장 심사에서 배제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대법원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공개된 사적 모임에서 양씨와 정 부장판사를 우연히 마주쳤을 뿐 이후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았으며 영장 심사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정 부장판사는 법원을 통해 별도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 공개된 사진만으로 김 후보자나 양씨가 영장 심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김 후보자와 정 부장판사가 사진을 찍은 뒤에도 교류했는지, 대검의 판사 배제 요청이 실제 있었고 어떤 경로로 처리됐는지가 청문회의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다섯 번째 쟁점은 검찰이 김 후보자에 대한 기소를 검토했다가 기소유예로 결론 내린 경위다. 한 의원은 서울서부지검이 2024년 8월 김 후보자를 알선뇌물약속 혐의로 기소하고 징역 8개월을 구형하는 방안을 대검과 법무부에 보고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후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쳐 기소유예로 처분이 바뀌었다며 외압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수사팀은 비상계엄 약 3개월 전인 2024년 9월 이미 기소유예 방안을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해 12월 강씨 사건의 1심 재판부가 김 후보자에 대한 로비 관련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지 않은 점도 최종 처분에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시간표만으로 계엄 이후 외압에 따라 처분이 갑자기 뒤집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보고서에 김 후보자의 ‘친이재명계’ 분류와 대장동 사건 변호인단 경력 등이 기재됐다며 수사 자체가 정치적 목적에서 시작됐다고 맞선다. 야당은 기소 검토안이 기소유예로 바뀐 구체적인 판단 근거와 의사결정 과정을 추궁하고, 여당은 수사의 정치적 배경을 문제 삼으며 맞설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의 공세는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공직 수행 적격성을 겨냥하고 있다. 녹취와 사진, 수사 문건을 잇달아 공개하고 양씨가 사용한 ‘오빠’라는 호칭을 부각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은 확인된 사실보다 관계의 뉘앙스가 먼저 확산되면서 논쟁의 초점도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실제 특혜가 있었는지에서 두 사람의 사적 친분으로 옮겨갔다.
문제는 강한 인상이 곧 의혹의 입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가 양씨의 부탁을 받고 식약처장에게 연락한 사실과 이를 부정한 청탁으로 판단하는 것 사이에는 입증해야 할 간극이 있다. ‘오빠’라는 호칭도 친분을 보여주는 단서는 될 수 있지만 부적절한 관계나 대가성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자극적인 표현이 앞서면 본질은 흐려지고 의혹만 남을 수 있다.
15일 청문회가 밝혀야 할 것은 호칭이 아니라 행위다. 김 후보자가 어떤 부탁을 받아 무엇을 전달했고, 경제적 이해관계를 알고 있었는지, 행정·사법 절차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져야 한다. 연결고리가 입증되면 김 후보자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입증되지 않는다면 ‘오빠’를 앞세운 공세도 정치적 흠집 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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