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특별한’ 결혼식⑦] 장애인 하객의 ‘험난한 축하’

시사위크
결혼식에 있어 하객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두 사람이 부부가 됐음을 확인하는 증인이자 축하해주기 위해 찾아온 소중한 손님으로, 예식장의 규모나 위치 등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 배희진 씨 제공
결혼식에 있어 하객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두 사람이 부부가 됐음을 확인하는 증인이자 축하해주기 위해 찾아온 소중한 손님으로, 예식장의 규모나 위치 등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 배희진 씨 제공

시사위크=이민지·권정두 기자  결혼식의 ‘주인공’은 단연 신랑신부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조연’도 있다. 바로 하객이다. 하객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됐음을 확인하는 증인이자 축하해주기 위해 찾아온 소중한 손님이다. 때문에 예식장의 규모나 위치 등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하객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되곤 한다.

장애인의 결혼식은 하객과 관련해서도 고려하고 준비해야 할 사항이 더 많다. 아무래도 비장애인의 결혼식에 비해 장애인 하객 수가 더 많기 때문인데, 이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다.

결혼식이 열리는 날, 대부분의 예식장은 많은 하객들로 아주 혼잡하다. 특히 여러 건의 결혼식이 열리는 예식장은 주차장부터 로비와 식당에 이르기까지 북새통을 이루곤 한다. 가뜩이나 이동의 어려움이 큰 장애인에게 이러한 혼잡은 난관이 아닐 수 없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인 이준호(가명) 씨는 예식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렸던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주차장이었다. 결혼식 하객 중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이 적지 않은데, 장애인 주차구역은 그에 비해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실제 ‘장애인 등 편의법’과 ‘주차장법’ 등에 따르면, 장애인 주차구역은 전체 주차대수의 2~4% 수준으로 설치하도록 규정돼있다. 

이준호 씨가 과거 비장애인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했을 땐,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결혼식처럼 장애인 하객이 많은 경우는 달랐다. 뾰족한 수를 찾기도 어려웠다. 이준호 씨는 “기본적으로 주차장 규모가 크고, 장애인 주차구역도 비교적 많은 곳을 우선순위에 둬야 했다”며 “아주 가까운 지인 등에게는 조금 일찍 준비 및 출발해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수교사로 활동 중인 지체장애인 박혜현 씨는 하객으로 찾은 결혼식에서 신부대기실에 가지 못한 경험이 적지 않았다. / 박설민 기자
특수교사로 활동 중인 지체장애인 박혜현 씨는 하객으로 찾은 결혼식에서 신부대기실에 가지 못한 경험이 적지 않았다. / 박설민 기자

특수교사로 활동 중인 지체장애인 박혜현 씨는 가족이나 지인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면서 신부대기실을 찾지 못한 경험이 적지 않았다. 신부대기실로 가는 통로가 좁거나 계단 등이 있어 신부를 만나 인사를 건네고 축하해주는 것을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박혜현 씨는 “신부가 계단이나 리프트로 등장 및 입장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한 곳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 신부대기실 접근이 더욱 어려워 결혼식을 마친 뒤 만나 인사를 나눠야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박혜현 씨가 마음에 두고 있던 예식장은 토탈 숍 형식이었을 뿐 아니라 신부대기실 접근성 및 동선도 편리한 구조였다.

마찬가지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인 김혜미 씨도 같은 경험을 수도 없이 했다. 심지어 아주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조차도 씁쓸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신부인 친구가 휠체어로 신부대기실에 갈 수 있는지 미리 확인 및 요청까지 해뒀는데, 막상 결혼식 당일이 되자 예식장 측이 말을 바꿔 갈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신부대기실에 가더라도 사진을 찍는 곳이 계단 위에 있어 신부가 내려와야 했던 적도 있었다.

이처럼 하객으로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부터 신부대기실의 접근성 문제를 겪었던 김혜미 씨는 이 역시 예식장을 선택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 신부대기실에 신부가 갈 수 없어선 안 됐고, 장애인 하객의 신부대기실 방문도 가능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휠체어로 접근 및 이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예식장을 선택했지만, 이후 뜻밖의 변수가 등장했다. 결혼식을 얼마 안 앞둔 시점에 계약해둔 예식장이 폐업하면서 다른 예식장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다행히 크게 문제가 없는 곳으로 다시 예약했지만 신부대기일 내에 작은 단이 있어 도움을 받아야 했다.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면서 신부대기실과 관련해 곤란한 상황을 겪곤 했던 김혜미 씨는 이를 예식장을 선택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 사진은 김혜미 씨가 하객으로 참석한 결혼식의 신부대기실에서 계단으로 인해 신부가 아래로 내려와 기념사진을 남긴 모습이다. / 김혜미 씨 제공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면서 신부대기실과 관련해 곤란한 상황을 겪곤 했던 김혜미 씨는 이를 예식장을 선택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 사진은 김혜미 씨가 하객으로 참석한 결혼식의 신부대기실에서 계단으로 인해 신부가 아래로 내려와 기념사진을 남긴 모습이다. / 김혜미 씨 제공

시각장애인 부부인 김한·김아라 씨 부부는 하객 중 시각장애인이 많은 점을 적극 고려해 해당 예식장의 가장 이른 시간을 선택했다. 시간적인 여유가 비교적 많고 혼잡함은 덜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각장애인 하객을 위한 준비도 꼼꼼히 챙겼다. 김한 씨는 “예식장 측에 시각장애인 하객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안내견과 동행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말해뒀다”며 “또 주변 지인과 친구, 활동지원사에게 부탁해 결혼식장 근처 지하철 역과 예식장 로비 등에서 시각장애인 하객을 안내해주도록 배치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린 시각장애인 이은주(가명) 씨도 같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이은주 씨 역시 시각장애인 하객을 위한 별도의 안내 인력을 배치하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았다. 결국 시각장애인 하객 중 한 명이 길을 잘 찾지 못해 헤매는 난관을 겪었다.

농인 부부이자 국제 부부인 김도영 씨 부부는 하객 중 절반 정도가 농인인 점을 고려해 접수대에는 물론 결혼식을 진행할 때도 수어통역사를 배치했다. 하객으로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수어통역이 아예 없거나 잘 보이지 않아 답답했던 경험에 비춰 꼼꼼하게 준비한 것이다. 김도영 씨는 “결혼식을 진행할 땐 양쪽에 수어통역사 2명을 배치했는데, 기둥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도 있었다”며 “다행히 다른 어떤 분께서 수어통역을 도와주신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평소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할 때면 소리가 울려 결혼식 진행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청각장애인 부부 공다영 씨 부부는 예식장 내 대형 스크린을 활용해 실시간 문자통역을 마련했다. / 공다영 씨 제공
평소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할 때면 소리가 울려 결혼식 진행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청각장애인 부부 공다영 씨 부부는 예식장 내 대형 스크린을 활용해 실시간 문자통역을 마련했다. / 공다영 씨 제공

청각장애인 부부인 공다영 씨 부부 역시 청각장애인 하객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속기사를 준비해 예식장 내 대형 스크린에 결혼식 중계화면 대신 실시간 문자통역을 띄운 것이다. 공다영 씨는 “예식장은 소리가 많이 울리다 보니 하객으로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사회자의 진행이나 주례, 축사 등을 100% 이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우리 결혼식에 오는 청각장애인 만큼은 그런 불편 없이 결혼식 진행 내용을 모두 알았으면 해서 문자통역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소중한 시간을 내 발걸음을 해준 하객들과 기념사진을 남기고 식사를 제공한 것 역시 결혼식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때도 장애인 하객 앞엔 많은 걸림돌이 등장한다.

지난 3월 열린 시각장애인 이은주 씨의 결혼식에선 결혼식 뒤 기념촬영 과정에서 다소 혼선이 빚어졌다. 사진작가가 신랑신부를 중심으로 하객들의 자리를 배치하면서 “옆으로 가주세요”라고 말했는데, 하객 중 시각장애인들이 누구를 말하는 건지, 어느 쪽을 말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워 우왕좌왕했던 것이다. 농인 부부이자 국제 부부인 김도영 씨 부부도 같은 어려움이 예상돼 기념사진 촬영 때에도 수어통역사를 배치했다. 이렇게 다소 혼란이 불가피한 가운데 기념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

시각장애인 이은주(가명) 씨는 시각장애인 하객을 고려해 식사를 뷔페가 아닌 한상차림 방식으로 준비했다. / 이민지 기자
시각장애인 이은주(가명) 씨는 시각장애인 하객을 고려해 식사를 뷔페가 아닌 한상차림 방식으로 준비했다. / 이민지 기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하객의 경우 기념사진 촬영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지체장애인 박혜현 씨는 “친동생 등 가족이 아닌 경우엔 하객으로 결혼식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지 않는다”며 “신랑신부가 와서 같이 찍자고 하기도 하지만, 저 때문에 사진의 구도가 예쁘지 않고 망치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망설이게 된다. 그런 부분도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할 때 느끼는 장벽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인 뷔페는 장애인이 이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휠체어를 이용해 좁은 공간을 오가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음식을 담는 건 더욱 어렵다.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도 많은 사람들로 혼잡한 곳에서 음식을 담아 이동하는 것이 무척 힘들고 위험한 일이다. 때문에 장애인 하객이 적지 않은 장애인 결혼식은 이에 대한 고려 및 준비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각장애인 이은주 씨는 “시각장애인 하객을 고려해 식사는 뷔페가 아닌 한상차림 형태로 선택했다”며 “갈비탕이 각자 나오고, 다른 요리 및 반찬은 테이블 위 회전 돌림판에 있어 덜어 먹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부부 김한·김아라 씨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오는 11월 결혼식을 올리는 시각장애인 부부 최현수 씨 부부는 “우리가 플래너로부터 받은 예식장 리스트 중엔 뷔페 외에 다른 방식의 식사가 가능한 곳이 없었다”며 “또 보통 한상차림 방식의 경우 뷔페에 부담 비용도 크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결혼식 경험은 자신의 결혼식보다 타인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자신의 결혼식이 일생 아주 특별한 행사라면, 하객으로 결혼식에 참석하는 건 빈번하게 있는 일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맺는 관계의 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애인에겐 결혼식 뿐 아니라 하객으로 참석하는 것 역시 험난함의 연속이다. 이는 비단 결혼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슬픔을 위로해주기 위해 장례식을 찾는 것도 장애인에겐 적잖은 고민과 고충을 안겨준다. 누를군가를 축하해주고 위로해주는 것, 그것을 통해 사람으로서 도리 다하는 것조차 장애인에겐 가시밭길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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