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꼼수는 또 다른 꼼수를 낳는다.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넓히고 표심을 의석에 고르게 반영하겠다며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성정당 출현으로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과 의원직 유지 문제를 계기로 비례대표 의원의 정치적 귀속과 정당보조금 등 위성정당의 후유증이 다시 불거졌다. 이를 용 의원 개인의 선택에만 국한하지 말고 위성정당이 남긴 제도적 허점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두 차례 총선서 반복된 위성정당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장관 임명 후에도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용 후보자는 이날 의원직 사퇴 요구와 국고보조금 논란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상세히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되고 현재 적용받는 경상보조금 정액 배분 요건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두 차례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의 비례대표로 당선된 용 후보자의 의석이 기본소득당의 원내 지위와 국고보조금 수령으로 이어지면서 위성정당이 남긴 제도적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용 후보자가 두 차례 위성정당을 통해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이 부족한 정당에 부족분의 50%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완하는 제도다. 지역구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한 거대정당은 비례의석 배분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이에 거대정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 별도 정당을 만들고 정당투표를 몰아 비례의석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당이 위성정당이다.
실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19석,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한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을 얻었다. 당시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36석이 두 위성정당에 돌아갔다. 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 민주당 주도의 더불어민주연합이 14석을 차지했다. 전체 비례대표 46석 중 32석을 양대 정당의 위성·연합정당이 가져간 것이다.
두 차례 총선에서 위성정당이 비례의석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넓히려던 제도는 거대 양당의 의석 확보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오해와 이해’(2024)에서 적은 비례의석과 50% 연동률로는 제도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며 위성정당 방지와 비례의석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문제는 위성정당이 선거 후 해산하거나 모정당과 합당한 뒤에도 이어졌다. 유권자는 투표용지에 기재된 위성정당을 선택했지만 당선자들은 선거가 끝난 뒤 모정당으로 이동하거나 제명 절차를 거쳐 원소속 정당으로 복귀했다. 후보를 추천한 정당과 법적으로 공천한 정당, 당선 후 활동하는 정당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용 후보자는 2020년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제명 절차를 거쳐 기본소득당으로 돌아갔다. 2024년에도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같은 절차로 복귀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의원은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소속 정당에서 제명되면 직을 유지할 수 있다.
반대 사례도 있다. 최혁진 의원은 22대 총선 당시 기본소득당 등이 참여한 새진보연합 추천으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명부에 올랐다. 이후 강유정 전 의원의 사퇴로 의원직을 승계했지만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후보를 추천한 측이 복당을 요구하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
용 후보자는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기본소득당의 원내 지위가 사라지는 상황에 놓였고, 기본소득당은 추천한 최 의원이 복귀하지 않으면서 의석을 늘릴 기회를 잃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나타난 두 사례는 위성·연합정당에서 비례대표 의원의 정치적 귀속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위종욱 법학박사는 ‘위성정당의 헌법적 문제와 해결 방안’(2025)에서 위성정당이 정당 간 경쟁과 견제를 전제로 하는 복수정당제의 본질을 침해하고 국회의원의 자유위임 원칙을 왜곡한다고 분석했다. 또 정당설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 위성정당 창당을 막을 수 있도록 정당등록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 위성정당 막을 제도 개선 필요
위성정당의 후유증은 정당보조금 문제로도 번졌다. 기본소득당은 용 후보자의 의석과 지난 지방선거 득표율 요건을 함께 충족해 올해 3분기 약 2억7,709만원의 경상보조금을 받았다. 현 조건이 유지될 경우 연간 약 11억원 규모다. 다만 이는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른 지급으로 위성정당을 통해 당선됐다는 이유만으로 보조금이 지급된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다른 정당의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원소속 정당으로 복귀한 의원을 보유한 정당에 국고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방안이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사후 제한만으로는 거대정당의 위성정당 창당과 의원 꿔주기, 선거 후 합당을 직접 막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학계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지역구 후보를 낸 정당에 비례대표 후보 추천도 의무화하거나 선거 직후 모정당과 위성정당의 합당을 제한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여러 정당이 별도의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공동 비례대표 명부를 제출하도록 정당명부 연합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위성정당 여부를 국가기관이 판단해 등록을 거부할 경우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후보 추천 요건을 강화하면 신생·소수정당의 선거 참여를 제약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위성정당을 막는 동시에 소수정당의 정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규제의 기준을 구체화해야 하는 이유다.
용 후보자의 의원직 유지 논란은 위성정당이 선거 때의 의석 배분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위성정당의 창당 유인을 그대로 둔 채 의원직이나 보조금만 사후적으로 제한한다면 다음 총선에서도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두 차례 총선에서 확인된 허점을 바탕으로 표심과 의석의 간극을 좁힐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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