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에 다시 묻다! 성장의 골프와 성적의 골프[이준호의 골프 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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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골프선수 최저학력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칼럼 내용과 무관한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이준호 칼럼니스트] "한국 유소년 선수들은 성장의 축구가 아니라 성적의 축구를 하고 있다." 얼마 전 천안에서 열린 축구 경청회에서 한 위원이 남긴 말이다. 골프로 옮겨도 문장은 그대로 성립한다. 지난 번 칼럼에서 골프의 '입구', 사람들이 발을 들이기까지의 문턱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엔 그 문을 넘어 골프를 취미가 아니라 '길'로 삼은 아이들 이야기다. 그 안에서도 아이들은 성장보다 성적에 쫓긴다. 필자는 그 장면을 레슨 현장에서 늘 지켜본다.

먼저 반가운 제도부터 보자. 학생선수에게 일정 수준의 학업을 요구하는 '최저학력제'가 있다. 운동하는 기계가 아니라 공부하는 학생을 키우자는 취지다. 방향은 옳다. 어떤 종목이든, 조기에 운동을 접었을 때 손에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는 안 되니까.

그런데 2024년, 이 제도가 훨씬 엄격하게 조여졌다. 학교급별로 해당 학년 평균 성적의 일정 수준(초등 50%·중등 40%·고등 30%)을 넘어야 한다. 초등학교 4~6학년과 중학생은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다섯 과목 가운데 한 과목이라도 기준에 못 미치면 다음 6개월간 공식 대회 출전이 제한된다. 문제는 구제 장치다. 고등학생은 온라인 보충학습('이스쿨')을 이수하면 출전이 열리지만, 중학생에게는 그 예외조차 없다.

결과는 숫자로 드러났다. 지난해 성적 미달을 이유로 공식 대회 출전이 막힌 중학생 선수가 전 종목을 통틀어 3,187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65명은 모두 인용 결정을 받아 출전할 수 있었다. 헌법재판연구원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출전 자격을 특정 과목 성적에 직접 묶는 방식이 학생의 인격 형성과 교육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짚었다. 마침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최저학력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렇다고 최저학력제가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공부를 놓지 않게 하려는 취지는 분명 소중하다. 이 제도는 학습권을 앞세우는 교육의 논리와 선수 육성을 앞세우는 체육의 논리가 맞부딪치는 자리에 서 있다. 다만 '한 과목 미달이 곧 대회 출전 제한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방식이 정말 아이를 학생으로 자라게 하는지, 아니면 선수의 시간을 빼앗기만 하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제도의 목적과 현장의 현실이 어긋날 때, 그 사이에서 가장 크게 흔들리는 건 결국 아이들이다.

골프 주니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학교 운동부보다 사설 아카데미 비중이 크다는 차이는 있어도, 체육단체에 학생선수로 등록해 뛰는 이상 이 제도의 적용을 똑같이 받는다. 오히려 골프는 훈련 여건이 더 까다롭다.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찰 수 있는 축구와 달리, 골프는 연습장과 필드가 따로 필요하다. 수업을 마치면 아이들은 사설 연습장으로 흩어지고, 라운드를 위해 주말마다 먼 길을 나선다. 공부와 운동을 함께 붙들어야 하는데, 하루는 늘 모자란다.

그 모자란 시간을 벌기 위해, 어떤 아이들은 아예 정규 학교를 떠난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17~19세 골프 등록선수 가운데 방송통신고에 적을 둔 비율이 2018년 16%에서 2022년 32%로 두 배가 됐다. 출석 수업이 한 달에 한두 번뿐인 방송통신고를 택해, 정규 학교의 수업일수 부담을 덜고 그 시간을 훈련과 대회에 몰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대개 아이가 아니라 부모의 몫이다. 학업과 운동을 함께 붙들라는 제도가, 정작 아이를 정규 교실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결국 모든 길은 성적으로 모인다. 어린 선수의 대회 성적은 곧 주니어 랭킹이 되고, 그 랭킹으로 국가대표 상비군이나 국가대표 같은 타이틀이 갈린다.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그 한 줄을 달아 주려 애쓴다. 마치 입시를 준비하듯, 대회를 고르고 일정을 짜고 레슨을 붙인다. 이 성적표가 닿는 종착점은 대학 특기자 전형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프로 무대다. 프로 테스트, 투어 시드와 상금까지, 아이들은 이른 나이부터 어른의 성적표를 떠안는다. 성장을 위한 몇 년이, 성적을 위한 몇 장의 기록으로 환산되는 셈이다. 축구에서 드러난 '성적의 스포츠'라는 문제가 골프라고 비켜가지는 않는다.

조금 물러서서 보면, 이건 골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아이가 얼마나 자랐는지보다 몇 등인지, 몇 점인지 묻는 데 익숙하다. 그 잣대는 골프장 안에서도 똑같이 작동한다. 공부하는 아이에게 성적표를 들이밀듯, 운동하는 아이에게는 대회 순위를 들이미는 것이다.

필자는 어린 선수들에게 성장이 먼저고 성적은 그 후라고 강조한다. 칼럼 내용과 무관한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필자도 대회장에서 이런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 한 아버지는 갤러리를 따라다니며 실수한 아이에게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욕설을 퍼붓고, 작은 실수 하나까지 끄집어내 나무랐다. 그날 이후 그 아이는 아버지와 크게 부딪쳤고, 잔뜩 위축된 채 시합 자체를 두려워하게 됐다. 더 뿌리 깊은 문제는 그 앞단에 있다. 부모들은 경기장에서 다른 부모와 만나 아이의 성적을 견주며 열등감과 우월감 사이를 오간다. 그 감정은 곧 아이를 향한 기술적 훈계로 되돌아온다. 인성이나 훈련 태도를 바로잡는 일이라면 부모의 훈계는 마땅히 필요하다. 그러나 실수를 탓하고 스코어를 야단치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겁먹게 하는 오래된 나쁜 습관이다.

상처는 마음에만 남지 않는다. 실력에도 남는다. 유소년 스포츠 현장에서는 초등 고학년, 대략 9세에서 12세 무렵을 흔히 '골든 에이지(Golden Age)'라 부른다. 협응력이나 순발력 같은 기본 운동 능력을 익히고 다양한 기술을 몸에 담기에 좋은 시기라는 뜻이다. 장기 선수 육성 모델(LTAD)도 이 무렵을 '기술을 배우는 단계'로 본다. 연령대나 발달 속도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이 시기에 다양한 움직임과 기본기를 충분히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골프로 치면 스윙의 기본기와 거리·리듬 감각이 여물어 가는 때다. 물론 이 시기가 지나면 끝이라는 말은 아니다. 기본기와 경험은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오래 쌓아 가야 한다. 다만 그 토대를 놓기에 좋은 출발점이 이 무렵이라는 뜻이다.

원래대로라면 온갖 상황에서 실수하고 고쳐 보며 자기만의 플레이를 쌓아야 할 나이다. 그런데 성적이 앞서면 순서가 뒤집힌다. 발달기의 실수는 본래 배움의 재료인데, 결과를 앞세우는 환경에서는 실수의 대가가 커진다. 그래서 아이들은 기본기를 채 다지기도 전에 대회 성적부터 좇고, 한 타를 줄이려 안전한 코스만 반복해서 돈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에서 과감한 시도 대신 몸을 사리는 법을 먼저 익힌다. 당장의 스코어는 지킬 수 있어도, 정작 위로 올라갈수록 필요한 창의성과 응용력의 그릇은 그만큼 작아진다. 어릴 때 성적을 재촉하는 골프가, 도리어 큰 선수로 자랄 길을 좁힌다.

그 대가는 몸으로도 돌아온다. 어릴 때 한 종목에 '올인'하는 조기 전문화(early specialization)가 과사용 부상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는 꾸준히 쌓여 왔다. 이기기 위해 자라는 몸을 무리하게 굴리다 허리와 손목이 상하고, 운동 자체에 지쳐 클럽을 내려놓는 경우도 생긴다. 성적을 앞당기려 한 선택이 오히려 선수의 성장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이런 편중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대한체육회 등록 통계상 골프 선수는 2016년 2,384명에서 올해 3,034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총량만 보면 성장세다. 그런데 늘어난 쪽은 어린 새싹이 아니라 프로·대학 진출이 걸린 윗단이었다. 2022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가장 어린 12세 이하가 542명에서 427명으로 21% 줄고 중학생 나이대(15세 이하)도 함께 감소한 반면, 고등학생 나이대(18세 이하)는 856명에서 1,030명으로 늘었다. 저변이 커지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성적을 겨루는 윗단으로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어린 세대가 얇아지는 지금, 십 년 뒤 한국 골프를 떠받칠 힘은 어디서 나올까.

물론 이 아이들 모두가 정상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결국 다른 길을 걷는다. 그러나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성적표 대신 성장을 쌓은 아이는, 골프를 떠나 어디에 서든 그 시간에 익힌 끈기와 회복력을 자산으로 지니고 간다.

필자의 생각은 분명하다. 우리는 순서를 거꾸로 놓고 있다. 성장이 먼저고 성적은 그 열매일 텐데, 나무가 자라기도 전에 열매부터 맺으라고 아이들을 몰아세운다. 골프를 '길'로 삼은 아이에게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할까. 몇 등을 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랐느냐를 물을 수는 없을까. 성적표 한 장으로 재단하지 않고 성장을 기다려 줄 여유를, 우리 시스템은 갖고 있을까. 이 물음 앞에서 골프는, 그리고 우리 스포츠는 여전히 답을 미루고 있다.

이준호 스윙다인 아카데미 대표/KPGA PRO(Class A)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참고: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개정(2024년 시행)과 중학생 대회 출전 제한 현황(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최저학력제 관련 헌법재판연구원 검토 보고서(2025),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체육특기자 대입전형 자료, 유소년 운동발달 '골든 에이지'·장기선수육성(LTAD) 및 조기 전문화·과사용 부상 위험 관련 스포츠 과학 자료, 학생선수 출석인정일수 개선 관련 교육부 자료 및 보도(방송통신고 등록 비율 포함, 2023), 대한체육회 스포츠지원포털 종별 등록선수 현황(골프, 2016·2022·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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