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성과급이 자동차·백화점 등 고가 소비를 끌어올렸지만 생활소비로의 확산은 제한되면서 늘어난 소득이 내수 전반으로 얼마나 퍼질지가 향후 성장 파급력을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31일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 지역 미시데이터로 살펴본 파급효과'에 따르면 성과급 지급 이후 반도체 종사자 거주 비중이 높은 이천·화성·청주 등 반도체 고노출 지역의 월별 소비는 비노출 지역보다 최대 4%가량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반도체 수혜지역에서 성과급 지급에 따라 늘어난 누적 소비액은 약 1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누적 소비 증가액은 약 1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약 8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민간소비 증가액의 약 2%에 해당하는 규모다.
◆ 테슬라·백화점에 열린 지갑…생활소비는 '잠잠'
성과급이 실제 어디에 쓰였는지를 들여다보면 고가 소비 쏠림이 뚜렷했다. 지난해 여가·문화 소비가 꾸준히 늘고 외식도 성과급 지급 직후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의 무게중심은 자동차로 옮겨갔다. 올해 들어서는 온라인 소비가 증가세를 주도했다.

특히 '테슬라 효과'가 두드러졌다. 온라인으로만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의 인도량이 주요 반도체 수혜지역에서 빠르게 늘면서 온라인 소비 증가의 상당 부분이 자동차 구매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혜지역의 올해 1~6월 월평균 테슬라 인도량 증가율도 전국을 크게 웃돌았다.
실제 지난 2024년 이후 자동차·용품 온라인 거래액과 테슬라 인도량의 상관계수는 0.97로 나타났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지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관계가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올해 1~5월 전국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에서도 자동차·자동차용품은 전년 동기 대비 81% 늘어 전체 증가율에 18.4% 기여했다.
백화점과 가전·가구 등 고가 재량소비도 크게 늘었다. 반면 마트·편의점 등 생활소비와 의료·교육 지출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소득이 아직 일상 소비 전반으로 퍼지기보다 고가 품목에 집중된 셈이다.
성과급 규모가 커진 만큼 소비가 비례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세후 성과급 대비 소비 증가액을 뜻하는 '소비파급률'은 지난해 27%에서 올해 21%로 낮아졌다. 다만 두 수치 모두 정부 소비쿠폰의 소비파급률 추정치인 16.1~39.8% 범위 안에 있다.
이재호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성과급 지급 금액이 커지다 보면 분모가 워낙 커지기 때문에 소비 지출액도 같이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성과급 5배 뛴다…내년엔 '소비→소득→소비' 관건
내년에는 반도체발 소비 효과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즉시 현금화 가능한 세후 성과급 예정 규모는 올해 4조4000억원에서 내년 21조9000억원으로 약 5배 불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지급된 소비쿠폰 13조5000억원보다도 큰 규모다.

한은은 이에 따른 소비 증가가 내년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0.080.12% 높일 것으로 예측했다. 연간 경제성장률 기준으로는 0.060.09%포인트(p) 끌어올리는 효과다. 이는 성과급 지급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만을 추산한 것으로 투자 확대 효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차장은 "소비 효과가 이미 이달 전망치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과급 규모가 확대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고 지금까지 나타난 소비 파급 패턴이 이어진다는 가정 아래 추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 확대 등 다른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난다면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반도체 성과급이 풀려도 돈의 행방은 지역마다 달랐다. SK하이닉스의 주요 수혜지역 가운데 청주는 이천보다 소비 증가폭이 컸다. 한은은 청주에서는 추가 소득 가운데 주택시장으로 향한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반면, 이천에서는 주택 관련 소비가 유의하게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차장은 "청주시 소비가 이천시보다 크게 나타난 것은 청주시에서 주택시장으로 가는 금액이 조금 더 적었던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천은 수도권에 인접해 있어 주택 매입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은은 추가 소득이 자산시장보다 소비로 유입되고 소비 증가가 서비스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될 경우 다른 가계의 소득을 높여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 '소비→소득→소비'의 선순환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 확대도 소비 파급력을 키울 변수로 꼽혔다. 과거 주력 제조업 호황기에는 기존 근로자의 임금만 오를 때보다 신규 고용을 통해 소득이 더 많은 가계로 퍼질 때 소비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하반기 반도체 업종 고용이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차장은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등 국내 산업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늘어난 소득이 부동산에 과도하게 유입되기보다 소비와 실물경제로 환류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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