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세계불꽃축제가 열릴 때마다 인근 호텔들의 ‘바가지요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도 매한가지다. 정부는 이러한 꼼수 영업을 근절하겠다며 관련 법까지 개정했지만, 정작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자의적인 법 해석으로 “바가지요금이 아니며, 처벌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7월, 정부는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 부과 시 1회 적발만으로도 ‘영업정지’ 처분이 가능하도록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접객대(프런트 데스크)에 게시한 요금보다 높은 요금을 받거나 △온라인 인터페이스에 게시한 요금보다 높은 요금을 받는 경우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1회 위반 시 영업정지 5일, 4차 이상 위반 시에는 영업장 폐쇄 명령까지 내릴 수 있는 강력한 조치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법은 철저히 무력화되고 있다. 여의도에 위치한 5성급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이 호텔의 공식 애플리케이션(ALL) 및 아코르 홈페이지에서 판매된 객실 요금은 프런트 데스크에 게시된 숙박요금표 가격보다 훨씬 높게 책정됐다.
아코르 ALL 앱 및 아코르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객실은 호텔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B2C’ 방식의 거래며, 호텔에서 객실 요금을 직접 설정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트립닷컴·야놀자·여기어때 등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 에이전시)에서 호텔 객실을 1차적으로 구매한 후 소비자들에게 재판매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페어몬트 서울 호텔이 명백하게 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복지부 숙박업 담당 부서는 호텔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복지부 관계자는 “온라인 객실 판매 가격이 호텔 로비에 게시된 숙박요금표 가격보다 비싸더라도 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오프라인 숙박요금표와 온라인 가격이 동일해야 하는 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령에는 ‘접객대에 게시한 숙박요금보다 높은 요금을 받는 경우’ 처벌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온라인 판매가는 이 기준에서 예외라는 황당한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복지부가 정의하는 바가지요금이란, 온라인 결제 금액과 별개로 고객이 ‘체크인(입실)하는 과정에서 현장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행위’에 국한된다. 이 논리대로라면 호텔 로비 프런트 데스크에 게시한 숙박요금표에 기본 객실 1박 기본요금이 ‘100만원’으로 적혀 있음에도 동일한 객실을 온라인에서는 ‘1,000만원’에 판매하더라도 결제 창에 가격만 명시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 6월 방탄소년단(BTS)의 부산 공연 당시 지역 숙박업소들이 객실을 평소의 2∼3배 이상으로 올려 받아 큰 원성을 산 바 있다. 당시에도 논란이 컸지만, 현재 복지부의 잣대대로라면 이러한 바가지 행태 역시 합법적인 영업 활동일 뿐이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가격 책정 자율성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며 ‘게시된 요금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 놓고, 정작 온라인·오프라인의 ‘이중 가격제’를 용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실상 정부가 호텔업계에 바가지요금 면죄부를 쥐어준 셈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는 국민의 쓴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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