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특별한’ 결혼식⑤] 주인공인데 가기 힘겨운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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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결혼식을 올린 시각장애인 이은주(가명) 씨는 결혼식에 앞서 시각장애인 콜택시 대절을 위한 ‘예약전쟁’ 먼저 치러야 했다. / 이민지 기자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린 시각장애인 이은주(가명) 씨는 결혼식에 앞서 시각장애인 콜택시 대절을 위한 ‘예약전쟁’ 먼저 치러야 했다. / 이민지 기자

시사위크=이민지·권정두 기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결혼식 당일, 신랑신부에겐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다. 예식에 앞서 헤어 및 메이크업, 예복 착용 등을 해야 하고 예식장에서 하객도 맞이해야 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집을 나서야 한다. 예식 시간이 이른 경우엔 새벽부터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한다.

결혼식 당일 장애인들은 버진로드로 향하는 길이 더욱 험난하다. 장애인이 겪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 ‘이동의 어려움’은 이날도 다르지 않고, 심지어 더 가중되기 때문이다. 결혼식 당일 신랑신부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고, 동선과 편의성 등을 고려했을 때 차량으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신랑신부가 직접 운전을 해 이동하기도 하고, 가족이나 지인 등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이때도 많은 제약을 마주하게 된다. 직접 운전이 어려울 수 있고,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을 받는 것도 휠체어를 싣는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간단한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장애인 입장에선 이 또한 선택지에 두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시각장애인 콜택시인 ‘복지콜’은 차량으로의 이동은 물론 이후 보행안내도 제공한다. 하지만 대기 시간이 긴 편이고, 대절을 위한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 서울시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린 시각장애인 이은주(가명) 씨는 결혼식에 앞서 치열한 ‘예약전쟁’ 먼저 치러야 했다. 이른 아침 집에서 메이크업샵으로, 다시 예식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시각장애인 콜택시인 ‘복지콜’을 이용하는 게 가장 수월한 방법인데, 경쟁이 무척 치열하기 때문이다. ‘복지콜’은 차량으로의 이동은 물론 이후 보행안내도 제공한다.

이은주 씨는 “복지콜 대절은 하루에 딱 10대만 가능하고, 승합차는 3대 뿐이다.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하는데 경쟁이 정말 엄청나다”며 “전화예약이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데, 8시 59분에 걸었더니 벌써 3대가 예약된 상태였다. 짐도 많고 헬퍼 분도 동행해야 해 승합차를 이용하고 싶었는데, 3대 모두 먼저 예약돼 할 수 없이 승용차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시각장애인 부부 최현수(가명) 씨 부부도 결혼식 당일 복지콜 이용을 계획하고 있다. 두 사람은 앞서 스튜디오 촬영을 진행할 때도 복지콜을 대절해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다. 문제는 예약전쟁에서 승자가 되느냐다. 

지체장애인 김혜미 씨는 “장애인 콜택시는 원하는 시간에 미리 예약해 하루 일정에 맞춰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결혼식처럼 이동 시간이 정해져 있는 날에는 이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 권정두 기자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김혜미 씨도 결혼식 당일 적잖은 불편을 피할 수 없었다. 김혜미 씨는 “결혼식 당일에 직접 운전을 해서 이동하기도 하지만 기사님이 운전을 해주는 차량을 빌리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도 흔히 말하는 웨딩카를 예약했는데, 휠체어를 탄 채로 탑승할 수 있는 대여 차량은 거의 없어 저를 들어서 차량에 태우고 휠체어는 접어서 웨딩카 트렁크에 실어야 했다. 결혼식 날이라 다른 짐도 많다 보니 휠체어까지 트렁크에 들어갈 수 있을지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콜택시라는 이동수단이 있긴 하지만 원하는 시간에 미리 예약해 하루 일정에 맞춰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결혼식처럼 이동 시간이 정해져 있는 날에는 이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휠체어 이용자가 결혼식 당일 선택할 수 있는 이동수단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시각장애인 부부인 김한 씨 부부는 결혼식 당일 이동의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 애초부터 예식장에서 메이크업 등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는 방식으로 선택했다. / 김한 씨 제공

이처럼 이동에 대한 부담이 크다 보니 장애인은 애초에 이동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식장 내에 메이크업샵과 드레드샵 등이 함께 갖춰져 있는 곳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비장애인도 여러 이유로 이러한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장애인의 경우 불가피한 성격이 더 크다.

시각장애인 부부인 김한 씨 부부는 “장애인 콜택시는 부른다고 바로바로 오는 게 아니다. 실시간 대기 순서에 따라 배정이 이뤄져 시간을 맞추는 것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일반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시각장애인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라며 “그러다 보니 애초부터 예식장에서 다 해결할 수 있는 쪽으로만 생각했고, 신랑신부는 물론 가족들의 헤어와 메이크업도 모두 예식장에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은 추석 등을 앞두고 장애인과 가족들이 보다 편리하고 큰 비용부담 없이 성묘를 다녀올 수 있도록 ‘사전 성묘 지원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 서울시설공단
서울시설공단은 추석 등을 앞두고 장애인과 가족들이 보다 편리하고 큰 비용부담 없이 성묘를 다녀올 수 있도록 ‘사전 성묘 지원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 서울시설공단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 기준 대비 전국 평균 장애인택시 보급률은 100%를 넘어선다. 하지만 여전히 긴 대기시간 등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실시간 수요에 따라 대기시간이 달라져 시간을 맞추는 것을 장담하기 어렵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결혼식 같은 특별한 날에 이용하기엔 현실적으로 제약이 크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결혼식이란 특별한 날 만큼은 이동의 불편과 고민을 덜 수 있도록 돕는 공공 차원의 정책은 전무하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만한 공공서비스 사례가 있다.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운영 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이동권 확대와 여가 지원을 위해 2022년 ‘나들이 동행버스’를 도입했으며, 특히 추석 등을 앞둔 시기엔 ‘사전 성묘 지원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휠체어석 2석, 일반석 6석 등 최대 8명이 이용 가능한 소형 특장버스를 활용해 가족이 함께 성묘를 다녀올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이동의 어려움을 크게 덜어줄 뿐 아니라 비용 또한 저렴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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