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전역 달릴 자율주행 200대…실증 넘어 '사업화' 관건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광주 전역 500.97㎢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하는 거대한 실증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주거지와 상업지에 자율주행차 200대가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성과의 기준은 투입 차량 수보다 도로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술 개선과 안전정책, 서비스 사업화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사업'은 실제 생활권에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AI 학습과 도로 실증을 반복해 오는 2027년 엔드투엔드(End-to-End, E2E) 기반 레벨4 자율주행 구현을 목표로 한다. 광주 전역을 도시 단위 자율주행 실증공간으로 활용하는 국내 첫 사례다.

기존 자율주행 실증이 제한된 구간과 정해진 환경에서 기술 성능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면 광주에서는 출근길과 주택가, 상업지역 등 시민들의 일상적인 이동 환경이 그대로 실증 공간이 된다. 예측하기 어려운 교통 상황과 다양한 도로 조건에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다.

대규모 실도로 실증이 시작되면서 과제도 구체화되고 있다. 기술을 도로에서 작동시키는 것과 검증 결과를 실제 산업과 서비스로 연결하는 작업이 동시에 요구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광주·전남지회는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AI 자율주행 모빌리티 실증도시 성공전략 토론회'를 열고 실증도시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와 지자체, 자율주행 기업, 대학, 연구기관, 공공기관 등 관계자 약 100명이 참석했다.

논의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자리했다. E2E 자율주행은 카메라와 센서 등에서 들어온 정보를 AI가 학습해 차량 제어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도로 상황을 경험하고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AI가 대응할 수 있는 환경도 넓어진다. 광주에 차량 200대를 투입하는 이유 역시 대규모 실도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사업에는 현대자동차와 오토노머스에이투지(Autonomous A2Z), 라이드플럭스(RideFlux)가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는 레벨2+ 기술 개발을,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운전석 없는 셔틀 제작을, 라이드플럭스는 무인 자율주행과 화물운송 등을 각각 추진한다. 각기 다른 주행 형태에서 확보되는 데이터를 축적해 E2E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활용하는 구조다.

데이터의 양과 함께 안전성을 검증하는 체계도 중요해졌다. 자율주행 AI가 새로운 도로 환경과 돌발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확인하고 사고나 오작동 가능성을 줄이려면 실증 과정에서 나온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데이터 기반 안전전략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기범 가천대학교 교수는 E2E 자율주행의 데이터 중심 안전전략을 발표했고, 한국도로교통공단과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들도 교통안전과 사고 대응, 핵심기술 실증 과제를 제시했다.


실증 결과를 제도 개선에 반영하는 과정도 뒤따라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에서 운행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사고 책임과 안전기준, 운행 허가 등 기존 제도가 다루지 못했던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실증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안전기준과 정책을 보완하는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

산업 측면에서는 광주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실증을 지역 기업의 사업 기회와 어떻게 연결할지가 과제로 꼽힌다.

실증도시에는 완성차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외에도 센서와 통신, 정밀지도, 데이터 처리, 차량 정비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할 여지가 있다. 지역 기업이 실증 과정에 참여해 기술을 검증하고 실제 사업 실적을 확보할 수 있어야 실증도시가 지역 미래차 산업 기반을 키우는 역할까지 맡을 수 있다.

이천환 전남대학교 교수는 이날 지역의 산업·연구 기반과 실증환경을 연계하는 전략을 제시했고, 광주미래차모빌리티진흥원도 지역기업 육성과 자율주행 산업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기술 검증 이후 실제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도 남아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성능이 확보되더라도 어떤 이동 수요에 적용할지, 기존 교통수단과 어떻게 연결할지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진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라이드플럭스는 이날 실제 실증과 사업화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 구현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제도 과제를 공유했다. 광주 실증도시에서도 셔틀과 화물운송 등 서로 다른 서비스 모델을 운영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다.

광주 실증도시 경쟁력은 200대의 자율주행차가 얼마나 많은 거리를 달렸는지보다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기술 개발과 안전성 검증, 제도 개선, 지역기업 참여, 서비스 사업화가 하나의 데이터 흐름 안에서 이어질수록 실증의 산업적 가치도 커진다.

정부는 광주 사업을 바탕으로 2027년 다른 지방자치단체까지 실증도시를 확대하고 2030년에는 1000대 이상 규모의 자율주행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광주에서 구축되는 기술·안전·사업화 모델이 향후 국내 자율주행 실증 정책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장은 "AI 자율주행 실증도시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실증뿐 아니라 교통안전, 정책·제도, 산업생태계, 서비스 상용화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 기업, 연구기관을 잇는 전문적인 논의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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