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용산 캠프킴에 2,500가구를 공급하기 위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 심의안건에서 제외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지난 4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며 상정에 반대했고, 여야는 끝내 처리 절차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기에 법안의 본질에서 벗어난 용산공원 본체 내 청년주택 공방까지 더해지면서 캠프킴 2,500가구 공급을 위한 제도 개선은 또다시 표류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용산공원 주택 공급, 국토부·서울시 합의 불발
이번 개정안은 용산공원 본체와 떨어진 캠프킴(서울 남영역 인근의 옛 미군기지 반환부지) 등 주변 산재부지의 공원·녹지 확보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29일 주택 공급대책을 통해 캠프킴의 공급 규모를 기존 1,400가구에서 2,500가구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 13일 주택 공급대책 발표 이후 용산공원 본체 일부에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별도로 검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용산공원 보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야권은 본체 주택 구상을 캠프킴법 반대 논리와 함께 제기했다. 민주당의 국토위 처리 방식에 대한 기존 반발과 용산공원 훼손 공방이 맞물리면서 개정안은 26일 본회의 안건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이날 오전 엿새 만에 다시 열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회동에서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김 장관은 장교숙소와 군인아파트 등 공원·녹지 기능을 상실한 일부 부지에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제한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오 시장은 현재 건물이나 콘크리트가 남아 있더라도 앞으로 공원과 녹지로 조성해야 할 본체부지인 만큼 주택 공급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김 장관은 회동 후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할 7만3,000가구 규모의 신규택지에 용산공원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가능성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계속 협의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오 시장은 용산공원 대신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를 이전한 뒤 해당 부지에 청년주택과 첨단산업 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울시는 이곳에 1만~1만3,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국토부는 관련 자료를 받아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양측이 이날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용산공원 본체를 둘러싼 논쟁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추진해 온 캠프킴은 본체와 떨어진 주변 산재부지로 서울시도 해당 부지의 주택 건설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이 용산공원 본체의 대체 공급지 가운데 하나로 캠프킴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두 사업이 같은 개발계획인 것처럼 다뤄지며 공방이 이어졌다.
◇ 법안은 캠프킴, 공방은 용산공원 본체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옛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본체부지’와 ‘주변 산재부지’로 구분한다.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일대인 본체부지는 국가공원으로 조성할 대상이다. 반면 캠프킴과 유엔사·수송부 부지는 본체와 떨어져 있는 주변 산재부지로 주거·상업·업무·문화시설을 조성할 수 있는 복합시설조성지구다.
이번 개정안에서 주택 공급과 직접 관련된 내용도 캠프킴 등 복합시설조성지구에 적용되는 공원·녹지 확보 기준을 완화하는 조항이다. 개정안에는 반환된 본체부지 일부부터 단계적으로 공원 조성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지만 본체 내 주택 건설을 허용하는 조항은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 18일 해명자료를 내고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은 용산공원 본체부지 주택 건설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정부가 별도로 검토하는 용산공원 본체 내 청년주택 구상과 이번 개정안을 함께 문제 삼았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용산공원특별법을 강제로 밀어붙이려 한다며 “서울의 녹지인 용산공원을 밀어 소형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개정안이 캠프킴 등 주변 산재부지의 주택 공급을 위한 법안이라며 본체 주택 논란과 분리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본회의 상정에 반대한 직접적인 이유는 국토위 처리 과정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4월 법안 심사 당시 용산구의 의견을 추가로 듣기로 했지만 민주당이 충분한 협의 없이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처리했다고 반발해왔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지난 20일 개정안을 2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상정 시 필리버스터 방침을 전달하면서 개정안은 이날 심의안건에서 제외됐다.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캠프킴 사업에서 따져야 할 문제는 부각되지 못했다. 복기왕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검토보고서에 수록된 국토부 산출자료를 보면, 현행 기준으로 캠프킴에 1,400가구를 건설할 경우 부지의 17.3%인 8,358㎡를 공원이나 녹지로 확보해야 한다. 주택법에 따른 주택건설사업으로 추진할 때 필요한 4,200㎡보다 두 배 가까이 넓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녹지 확보 기준을 어느 수준까지 완화할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고, 2,500가구의 분양·임대 비율과 공급 대상도 정해지지 않았다.
캠프킴은 토양오염 정화와 문화재 조사, 개발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도 남아 있다. 국회가 따져야 할 것은 적정 녹지율과 안전성 검증, 공급주택의 유형과 대상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제기된 반발을 해소하지 못했고, 국민의힘은 별개의 용산공원 청년주택 구상을 반대 논리에 더했다. 정치권이 절차와 공원 훼손을 놓고 맞서는 사이 법안은 표결에 부쳐지지도 못했고, 캠프킴 2,500가구 공급계획의 불확실성은 다시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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