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보장성보험 팔아 미래이익 쌓았는데…해약준비금 58조 ‘배당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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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생명·손해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총 58조1188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래픽=정수미 기자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보험사들이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며 미래이익을 쌓고 있지만 정작 주주에게 돌려줄 배당 재원은 줄어들고 있다. 신계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사가 이익에서 별도로 떼어놓아야 하는 해약환급금준비금도 크게 늘어난 까닭이다.

25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생명·손해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총 58조118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말 34조4567억원이었던 전체 준비금은 2024년 말 38조2802억원, 지난해 말 53조1088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3월 말에는 58조1188억원까지 불어나 지난해 3월 말 41조1508억원보다 41.2% 증가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 회계상 잡힌 보험부채보다 많을 경우 보험사가 그 부족분만큼 쌓아두는 준비금이다. 이 돈은 이익잉여금에 남아 있지만 배당에는 사용할 수 없어 적립액이 커질수록 주주환원 여력은 줄어든다.

최근 준비금이 빠르게 불어난 데에는 보장성보험 판매 경쟁도 영향을 미쳤다. 보험사들이 미래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 건강보험 등 신계약을 늘리는 과정에서 설계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 등 초기 사업비도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료 수입은 계약 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반면 판매 비용은 초기에 집중된다. 신계약비가 많이 들어갈수록 해약환급금과 회계상 보험부채 사이의 차이가 커질 수 있고 그만큼 추가로 쌓아야 할 준비금도 늘어난다.

◇잘 벌어도 못 나눈다…한화생명·현대해상 배당 ‘발목’

주요 생명·손해보험사 상반기 해약환급금준비금. /정수미 기자

주요 보험사 가운데 준비금 부담이 가장 큰 곳은 한화생명이다. 올해 상반기 말 적립예정액을 포함한 해약환급금준비금은 7조3045억원으로 이익잉여금 7조5069억원의 97.3%에 달했다. 교보생명은 이익잉여금의 39.4%, 삼성생명은 19.2%를 차지했다.

손해보험사도 이익잉여금의 상당 부분이 준비금으로 묶여 있다. 이익잉여금 대비 해약환급금준비금 비중은 KB손해보험 54.8%, 메리츠화재 52.0%, 현대해상 50.6%, DB손해보험 45.3%, 삼성화재 36.2% 순이었다.

준비금 부담이 큰 한화생명은 실적 개선에도 배당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당기순이익은 90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고, 신계약 CSM도 IFRS17 도입 이후 상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본업에서 이익을 늘리고 미래이익까지 쌓았지만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이익잉여금에 육박하면서 배당 재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교보생명도 준비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인식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 4490억원을 시작으로 연말에는 1조2560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향후 적립예정액까지 포함해 3조1033억원에 달한다.

손보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준비금 부담으로 실제 배당이 막힌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상반기 말 적립예정액을 포함한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이익잉여금의 절반을 넘어섰다.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이후 자본이 줄어든 상황에서 법정적립금까지 늘면서 배당가능이익이 소진돼 현재 배당이 불가능한 상태다.

◇제도 개선 기다리는 보험사…수수료 개편도 변수

준비금 부담이 커지면서 보험업계의 시선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 완화에 쏠리고 있다. 현행 적립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도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완화 수준과 시행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배당이 막힌 보험사들도 제도 개선을 주주환원 재개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한화생명은 상반기 콘퍼런스콜에서 “보장성보험 25%, 저축성보험 35% 적립으로 제도가 개선된다면 당사의 경우 충분한 배당가능이익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도 개선의 윤곽이 확정되면 향후 배당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현대해상 역시 “해약환급금준비금과 관련된 제도 개선을 위해 금융당국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배당가능이익 확보 시점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험 판매수수료 규제 강화도 준비금 증가 속도를 늦출 변수다. GA채널에 대한 ‘1200%룰’ 적용 확대에 이어 내년부터 판매수수료 분급제도가 본격화하면 계약 초기에 집중됐던 판매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초기 신계약비가 감소하면 보험부채와 해약환급금 간 격차가 축소돼 새로 쌓아야 하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세도 둔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판매 경쟁 완화만으로 이미 쌓인 준비금 부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 배당이 막힌 보험사들이 주주환원을 재개하려면 신계약비 감소와 함께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 자체의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약준비금 적립 부담을 완화하는 별도의 제도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한 현재 속도로는 3년 내 자력으로 배당이 가능해질 미배당 보험사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단위 신계약비가 낮아지고 신계약 CSM이 증가하는 국면에서는 배당가능이익의 감소 압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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