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완화했지만 은행권이 일제히 대출 빗장을 푸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NH농협은행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재개하며 일반 주담대 완화에 나선 가운데 다른 시중은행들은 기존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20일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NH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재개했다. 지난 6월 1일부터 총량 관리 차원에서 신규 취급을 제한한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농협은행은 금융당국과 협의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한때 크게 웃돌았지만 이후 강도 높은 대출 관리로 증가세를 안정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측은 “실수요자 중심의 안정적인 금융 지원을 위해 취급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협은행의 움직임을 계기로 다른 은행들이 일반 주담대 규제를 잇달아 풀지는 않았다.
하나은행은 지난 21일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접수를 11월 실행분에 한해 중단했다. 이달 들어서만 비대면 주담대 신규 가입 중단,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 변동금리 주담대 신규 취급 중단 등을 잇달아 시행했다.
KB국민은행도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모든 지역에서 3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 최대 1억원으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각각 낮춘 상태다.
◇ 농협은 주담대 재개했는데…국민·신한·하나는 여전히 조이기
은행들이 규제 완화에도 기존 대출 문턱을 유지하는 것은 가계대출 총량이 이미 올해 초 설정한 목표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하고 651조15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644조9700억원보다 6조1810억원 늘어난 규모로, 올해 초 금융당국과 협의한 기존 연간 증가액 목표치인 4조3363억원을 1조8447억원 초과했다.
당국이 연간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0%로 두 배 확대했지만, 은행들이 확보한 추가 여력을 모든 가계대출에 곧바로 배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출 실행의 선행 지표인 승인 규모도 다소 줄었다. 5대 은행이 이달 들어 20일까지 승인한 주택담보대출은 총 5조7608억원, 하루 평균 2880억원으로 지난달 하루 평균 3259억원보다 11.6% 감소했다.
신용대출 역시 감소세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109조7462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71억원 줄었다.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급증했던 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넉 달 만이다.
◇ 일반 주담대는 조이고 집단대출은 푼다…디에이치방배 1.55조
은행권의 달라진 영업 전략은 집단대출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다음 달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대단지 아파트 ‘디에이치방배’ 잔금대출이 대표적이다. 5대 은행은 기존에 각각 1000억원 수준이던 잔금대출 한도를 지난 20일 일제히 확대했다.
KB국민은행은 3000억원, 신한은행 4000억원, 하나은행 3500억원, 우리은행 2000억원, NH농협은행 3000억원을 배정했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의 합산 잔금대출 한도는 기존 5000억원에서 1조55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대출을 유치하기 위한 금리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일반 대출모집인 창구를 통한 신규 주담대와 전세대출 접수를 11월 실행분까지 중단한 하나은행은 디에이치방배 잔금대출에는 5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최저 연 4.566%를 제시했다.
다른 은행들도 가산금리를 낮추며 하나은행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연 4.68% 수준의 대출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가계대출은 조이면서도 집단대출에는 한도와 금리를 동시에 완화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주택 공급 관련 대출에 대해서는 자금 공급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대출 완화’ 아닌 ‘대출 재배분’…은행권 전략 바뀌었다
결국 이번 총량 규제 완화는 은행들이 대출을 전면적으로 다시 풀기 시작했다기보다 제한된 대출 여력을 어디에 배분할지 다시 짜는 계기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특히 은행권 전체가 대출을 조인 상황에서 특정 은행만 일반 주담대 규제를 풀 경우 대출 수요가 해당 은행으로 쏠릴 수 있어, 다른 은행들이 선뜻 규제 완화에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전체가 대출을 강하게 조인 상태에서 일부만 풀면 수요가 그쪽으로 확 몰릴 수 있어 서로 신중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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