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버틴 삼성SDI, 4.4조 실탄 확보…ESS 승부수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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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기흥사업장(본사) 전경. /삼성SDI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배터리 업계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완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삼성SDI가 4조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현금을 확보하며 반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입이나 증자 없이 보유 자산 유동화를 통해 투자 여력을 넓힌 만큼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과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2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주식 1308만8235주를 삼성디스플레이에 장외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처분 금액은 총 4조4499억원이며 거래 종결 예정일은 오는 27일이다.

이번 자금 조달의 특징은 채권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 외부 조달 없이 보유 자산 유동화만으로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삼성SDI의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올해 상반기 말 1조5055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8040억원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이번 처분대금이 3분기 재무제표에 반영되면 현금성자산은 단순 계산 기준 6조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SDI의 상반기 말 연결 부채총계는 20조7857억원, 자본총계는 26조8362억원으로 부채비율은 77.45%다. 2024년 말 88.2%에서 꾸준히 낮아진 데 이어 이번 지분 처분으로 확보한 자금을 부채 상환 등에 활용할 경우 부채비율을 추가로 낮출 여지가 생긴다.

차입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 유동성 확보는 투자 여력 확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SDI의 상반기 말 총차입금은 12조1109억원으로 지난해 말 10조8839억원보다 1조2270억원 증가했다. 특히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는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약 3조9145억원 규모의 장기 대출을 받아 공장 건설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추가 차입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투자 재원을 확보한 셈이다.

삼성SDI가 처분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은 보유 지분 전체가 아닌 일부다. 반기보고서 기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율은 15.2%이며 장부가치는 13조8314억원으로 지난해 말 11조1543억원보다 24% 증가했다. 삼성SDI는 지분율이 20%에 미치지 않지만 이사회 의결권 등을 통해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번 처분 이후에도 관계기업 지위는 유지될 전망이다.

LFP 배터리가 탑재된 ESS 제품 'SBB 2.0'. /삼성SDI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향후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SDI는 최근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시너지셀즈’의 GM 측 지분 49.99%를 인수해 단독 소유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북미 생산 거점을 직접 확보했다.

앞서 양사는 2024년 미국 인디애나주에 35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27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해당 공장은 내년 말 완공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삼성SDI는 북미 지역 첫 단독 배터리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이와 함께 당초 전기차용으로 계획했던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게 됐다.

하반기 사업 전략도 ESS를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에서 각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는 한편, UPS·BBU용 배터리 생산능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대중형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을 늘리고 LFP 배터리 등 신규 프로젝트 수주에도 나선다.

ESS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SDI는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조 단위 규모의 ESS 배터리 수주 계약을 잇따라 체결해 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ESS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 생산능력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SDI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8586억원으로 전년 동기 7044억원보다 21.9% 증가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11.1%에서 11.7%로 0.6%포인트 상승했다.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증설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기선 삼성SDI 사장도 올해 4월에 열린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꾸준한 실행력이 중요하다”며 AI 대응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최 사장은 “회사가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지배하기 위해서는 명실상부한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완벽하게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동성 확보가 하반기 ESS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 여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북미 현지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한편, 내달 예정된 1조원 규모의 국내 ‘3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과 미국 빅테크 대상 ESS 수주전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면서 삼성SDI가 하반기 ESS와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향후 확보한 자금을 어떤 사업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가 실적 개선의 지속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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