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 함안의 부끄러운 자화상…행정의 무능인가, 직무유기인가

포인트경제

[포인트경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말이산고분군의 고장, 경남 함안군이 거듭되는 환경 및 행정 부실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전임 군수 시절부터 이어진 불법 폐기물 투기와 성토 의혹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행정 당국의 안일한 사후관리와 무능은 지자체의 신뢰를 바닥까지 추락시키고 있다.

임승제 기자(포인트경제)
임승제 기자(포인트경제)

문제가 불거진 곳은 '처녀뱃사공' 노래의 발원지로 유명한 악양루 다리 인근, 대산면 서촌리 일원의 보전관리지역 농지다. 불법 성토된 토사와 폐기물 규모가 무려 10m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야적장을 방불케 한다. 이 부지는 이미 2023년 10월 농지 타용도 일시사용 허가 연장이 불허되면서 원상회복 명령이 떨어졌던 곳이다. 당시 함안군은 복구 절차를 거쳐 2024년 10월 원상회복이 최종 완료되었다고 대대적으로 공언했다.

그러나 행정의 '완료' 선언은 한낱 탁상행정에 불과했다. 행정당국의 발표가 무색하게도 현장에서는 수천 톤 규모의 폐주물사가 불법으로 야적되고, 토사와 섞여 땅에 묻히는 정황이 거듭 포착됐다. 1차 적발 당시 폐기물 170여 톤에 대한 형식적인 고발과 조치에 그쳤을 뿐, 주민들이 제기하는 대규모 불법 매립과 환경 오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전수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하천 방향으로 토사가 유실되는 흔적까지 발견됐음에도 행정은 매번 제보에만 의존하며 사후 통제 기능을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사태를 바라보는 행정 책임자들의 태도다. 논란이 확산되자 함안군 관계자는 "외곽에 위치해 제보 위주로 조사가 이루어졌다"며 변명하기 바쁘고, 차석호 함안군수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처벌하겠다"며 뒤늦게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말뿐인 경고와 땜질식 처방은 이미 신뢰를 잃은 군민들에게 헛구호로 들릴 뿐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명예를 안고 있는 함안군이 어쩌다 환경 파괴의 온실이자 불법 성토의 무법천지로 전락했단 말인가. 탁상공론과 부실한 사후관리를 방치한 공직 사회의 무능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진짜 주범이다.

이번 전수조사와 진상규명마저 또 한 번의 '보여주기식 꼬리 자르기'로 끝난다면, 함안군은 행정의 신뢰 회복이 아니라 주민들의 거센 퇴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Copyright ⓒ 포인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 함안의 부끄러운 자화상…행정의 무능인가, 직무유기인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