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당원 중심 정당’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전국 254곳의 현직 당협위원장을 일괄 사퇴시킨 뒤 당원 투표를 통해 다시 선출하는 ‘당협위원장 전면 재선출안’이 당내 반발에 부딪혀 잠정 보류됐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당원에게 지역 조직의 선택권을 부여하고 당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당협위원장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정점식 “전면 재선출은 혼란 야기”
국민의힘은 2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당협위원장 선출 방식을 논의했다. 당초 장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오는 8월말 임기가 끝나는 현직 당협위원장을 사퇴시킨 뒤, 책임당원 투표를 통해 당협위원장을 다시 선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사고당협을 제외하면 기존 당협위원장의 임기를 사실상 자동 연장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같은 관행을 깨고 모든 당협위원장을 당원 투표로 다시 선출하자는 입장이다.
장 대표가 이 같은 방안을 꺼내든 배경에는 당원 중심으로 당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 당협위원장에게 집중돼 있던 지역 조직의 주도권을 당원에게 돌려주고, 당 지도부에 집중돼 있던 공천권 역시 당원 중심으로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당협위원장들이 선출 이후 임기가 보장된다는 이유로 지역 당원과 유권자들의 요구에 소홀해지는 것을 막고, 당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당협위원장은 각 지역 당원들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시·구의원들의 의정활동과 지역 민원 등을 지원하는 지역 조직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역 현안과 민심을 중앙당에 전달하는 한편, 중앙당의 정책과 메시지를 지역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도 한다. 지역 사정과 민심을 가장 가까이서 파악하는 자리인 만큼, 향후 총선 공천 경쟁에 나설 경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단순한 지역 관리자를 넘어 정치적 기반과 직결되는 자리인 셈이다.
하지만 장 대표의 구상은 곧바로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20일과 21일 잇따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기존 방식대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회에서 당협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원들의 의견이 모였다. 특히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마무리 발언에서 당협위원장 재선출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전면 재선출을 추진할 경우 당내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염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지역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도부의 취지와 그 필요성은 알지만 마음이 좋지는 않다”며 “각 지역마다 상황이 다른데 조강특위가 그런 부분을 일일이 고려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임당원 투표를 한다면 아무래도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며 “원외 당협위원장이 많은 상황에서 지금 위원장들을 전부 엎으면, 새롭게 위원장을 세울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몰라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전했다.
물론 의원총회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다고 해서 장 대표의 구상이 무산된 것은 아니다. 당협위원장 선출 방식의 최종 의결 권한이 최고위원회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장 대표를 비롯해 김민수·조광한·양향자·김재원 최고위원 등 최고위 재적위원 중 과반이 전면 재선출 찬성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르면 오는 24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 반발은 단순히 당협위원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당내 이견을 넘어, 장 대표가 강조해온 강도 높은 인적 쇄신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 대표의 개혁 드라이브가 의원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며 반발에 부딪힌 것으로, 향후 다른 쇄신안 추진 과정에서도 비슷한 저항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 대표가 당원 중심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당협위원장 전면 재선출안을 끝까지 관철시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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