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여야는 주택공급 등 민생·비쟁점 법안 처리에는 뜻을 모았지만 쟁점 법안을 둘러싼 대치는 계속됐다. 전당대회 후유증을 수습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반대한 패스트트랙 단축 국회법 개정안을 의석 우위로 통과시키며 입법 속도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을 비판하면서도 비당권파 의원 징계와 당협위원장 재선출을 둘러싼 내부 갈등에 발이 묶였다. 여당이 입법 주도권을 강화하고 야당이 당내 주도권을 다투는 사이 쟁점 현안에 대한 협상과 정책 경쟁은 정치권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 민생법안엔 합의, 쟁점법안은 수적 우위로
국회는 20일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비롯해 모두 73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학교용지 복합개발지원 특별법과 주택법·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등 주택공급 및 민생·비쟁점 법안에는 여야가 뜻을 모았다. 그러나 본회의 첫 안건인 국회법 개정안부터 양측은 갈라졌다.
국회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234명 가운데 찬성 153명, 반대 81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패스트트랙 안건의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기간을 180일에서 60일로,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90일에서 30일로 줄였다. 법사위 단계가 끝난 안건은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에 따라 패스트트랙 지정부터 본회의 처리까지 걸리는 기간은 최장 330일에서 90일 수준으로 단축된다.
민주당은 기존 패스트트랙이 법안 처리까지 최대 1년 가까이 걸려 신속처리 절차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제20대와 제21대 국회에서 법률안의 평균 심사 기간이 각각 309일과 303일이었던 만큼 긴급한 민생·개혁 과제에 대응하려면 기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제 일이 좀 신속하게 돌아가게 돼 기쁘다”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숙의와 소수당의 견제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며 반대했다.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한 데다 각 단계의 심사 기간까지 대폭 짧아지면서 야당과 협상하기보다 정해진 기간이 지난 뒤 표결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단축된 기간 안에 야당의 참여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보장할 별도의 장치가 담기지 않았다.
민주당은 새 지도부를 출범시켰지만 청년 몫 최고위원 선임 방식을 둘러싼 이견 등 전당대회 갈등의 여진은 이어졌다. 당내 통합과 여야 관계 재설정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떠안은 가운데 국회 운영에서는 협상 복원보다 의석 우위를 활용한 법안 처리에 무게를 실었다. 패스트트랙 기간 단축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야당의 참여와 법안 숙의를 보완할 장치가 함께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협치보다 입법 주도권을 앞세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여 견제는 뒷전, 시선은 징계·당협 갈등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를 ‘입법 공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을 견제할 정책과 입법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힘을 쓰지 못했다. 국힘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20일 조경태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2년 6개월, 진종오 의원에게 2년, 권영진 의원에게 1년 6개월, 서범수 의원에게 10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조 의원은 당내 국회부의장 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다른 정당 의원들에게 당선 후보의 낙선을 요청한 일이, 권 의원은 상임위원회 배정 과정에서 정점식 원내대표와 물리적으로 충돌한 일이 징계 사유가 됐다. 서 의원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간담회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고, 진 의원은 이에 답한 일과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지원한 행위 등이 문제가 됐다.
징계 사유는 각각 다르지만 처분이 차기 총선 공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장기간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징계가 유지되면 조 의원과 진 의원은 2028년 총선 때까지 당원권을 회복하지 못한다. 권 의원도 총선을 약 두 달 앞두고 징계 기간이 끝난다. 징계 대상 의원들은 비당권파를 겨냥한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같은 날 장동혁 대표가 추진한 전국 당협위원장 재선출 방안도 당내 충돌을 불렀다. 장 대표 측은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당협위원장을 다시 뽑고 책임당원 투표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점식 원내대표와 일부 중진 의원들은 선출 절차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당협을 선거에 부치면 전국적인 조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은 20일 오전과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세 차례 의원총회까지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21일 다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당협위원장을 기존 관행대로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비당권파 징계와 당협위원장 재선출은 서로 다른 절차에 따른 사안이지만 장기 당원권 정지는 차기 공천을, 당협위원장 재선출은 지역조직의 주도권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당내 권력 재편 논란으로 번졌다.
20일 본회의는 여야가 합의하면 민생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러나 합의는 비쟁점 법안에 머물렀다. 쟁점 법안에서 민주당은 야당과의 협상보다 처리기간 단축을 택했고 국민의힘은 이를 견제할 정책과 협상 전략보다 내부 징계와 조직 재편에 시간을 썼다. 협치가 합의하기 쉬운 법안을 처리하는 데 그친 채 각자의 주도권 경쟁으로 돌아간 셈이다.
법안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만으로 ‘일하는 국회’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다수당에는 처리 속도에 상응하는 심사와 협상의 책임이 따른다. 제1야당의 견제도 여당의 독주를 비판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여당은 입법 주도권을, 야당은 당내 주도권을 앞세우는 한 여야 협치는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일회성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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