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넘어 암으로 간 mRNA…모더나 ‘맞춤형 암백신’ 3상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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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코로나19 백신으로 대중화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이 암 치료 영역에서도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환자마다 다른 암세포의 유전적 특징을 분석해 개인별로 제작하는 맞춤형 암 백신이 대규모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내면서 암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1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제약사 모더나와 머크(MSD)가 공동 개발 중인 개인맞춤형 암 치료제 ‘인티스메란 오토진’은 고위험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암의 재발과 전이를 억제하는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

코로나19 백신에 활용된 mRNA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개인맞춤형 암 치료제가 1000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임상에는 수술로 흑색종을 제거했지만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 1100여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모더나의 맞춤형 mRNA 암 백신과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한 환자군을 키트루다 단독 투여군과 비교했다.

그 결과 병용투여군에서 암이 재발하거나 환자가 사망하기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 무재발생존기간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을 평가하는 지표에서도 임상 목표를 달성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것은 임상 3상의 주요 결과로, 구체적인 위험 감소율 등 세부 데이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앞서 공개된 임상 2상 장기 추적 결과에서도 가능성은 확인됐다. 지난 6월 발표된 5년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맞춤형 암 백신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키트루다 단독요법과 비교해 암 재발 위험을 약 절반으로 낮추고 원격 전이 위험은 59%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mRNA 백신을 추가하면서 새로운 중증 안전성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 환자마다 다른 암 ‘몽타주’ 만들어 면역세포에 전달

개인맞춤형 mRNA 암 백신은 기존 감염병 예방 백신과 작동 원리는 비슷하지만 공격 대상이 다르다.

코로나19 백신이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 정보를 mRNA에 담아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인식하도록 했다면, 암 백신은 환자의 종양 조직과 혈액을 분석해 암세포에만 나타나는 돌연변이를 찾아낸 뒤 이를 토대로 환자별 mRNA 백신을 제작한다.

mRNA는 암세포에서 나타나는 특정 ‘신생항원(neoantigen)’ 정보를 면역세포에 전달한다. 면역체계가 이를 학습한 뒤 같은 항원을 가진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환자마다 암의 돌연변이 조합이 다른 만큼 사실상 한 사람을 위한 백신이 별도로 만들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흑색종 임상에서는 이 백신을 키트루다와 함께 투여했다. 키트루다가 암세포의 면역 회피를 차단한다면 mRNA 백신은 면역체계가 어떤 암세포를 공격해야 하는지를 보다 정밀하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두 치료제가 시너지를 내도록 설계됐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정밀 면역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줄리 그랠로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최고의료책임자는 이번 결과를 mRNA 기술을 암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도약”으로 평가했다.

라이언 설리번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브리검 암연구소 흑색종센터장도 이번 결과가 맞춤형 mRNA 기술이 다른 암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높였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머크

◇ 흑색종 넘어 폐암·방광암·신장암으로 확대

모더나와 머크는 흑색종에 그치지 않고 여러 암종에서 mRNA 암 백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현재 수술을 받은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을 진행 중이며 방광암과 신장암에서는 중기 임상, 췌장암과 위암에서는 초기 임상을 이어가고 있다.

스티븐 호지 모더나 사장은 다수의 임상시험 결과가 앞으로 1~2년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경쟁사도 뛰어들었다.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했던 바이오엔테크와 로슈는 개인맞춤형 mRNA 암 백신 ‘오토진 세부메란’을 대장암과 췌장암 등에 적용하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장암 임상 결과는 2027년께, 췌장암 임상 결과는 이후 순차적으로 나올 전망이다. 흑색종에서 확인된 성과가 다른 암종에서도 반복될 경우 mRNA 기술이 새로운 암 치료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모더나는 이번 흑색종 치료제의 허가 절차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회사는 규제당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시판 허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승인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개인맞춤형 mRNA 기반 암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 코로나 이후 흔들린 모더나…암백신이 새 성장축 될까

이번 성과는 코로나19 이후 성장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모더나에도 중요한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모더나는 팬데믹 당시 코로나19 mRNA 백신으로 단기간에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했지만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줄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이에 암과 호흡기질환 등으로 mRNA 플랫폼 적용 범위를 넓혀왔다.

개인맞춤형 암 백신은 모더나가 코로나19 이전부터 연구해온 핵심 사업 중 하나다. 회사는 현재 다양한 단계에서 다수의 항암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임상 3상 성공 소식이 알려진 뒤 모더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도 시장이 암 백신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키트루다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기대에 공동 개발사 머크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다만 실제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환자별 종양 분석부터 백신 설계와 생산까지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는 만큼 기존 의약품과 비교해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 부담도 크다. 대규모 상업 생산체계를 갖추고 환자에게 적시에 공급하는 능력이 향후 경쟁력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mRNA 기술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mRNA 백신 연구 지원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온 가운데 관련 정책 변화가 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럼에도 업계는 감염병 예방을 넘어 암 치료까지 mRNA 기술의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흑색종에서 시작된 성과가 폐암과 대장암, 췌장암 등으로 이어질 경우 환자의 암 특성에 맞춰 백신을 제작하고 기존 면역항암제와 병용하는 방식이 새로운 암 치료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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