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특별한’ 결혼식③] 북적이는 웨딩박람회의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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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박람회는 결혼식을 준비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정보를 확인 및 비교할 수 있고 여러 혜택이 제공되기도 해 예비부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이민지 기자
웨딩박람회는 결혼식을 준비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정보를 확인 및 비교할 수 있고 여러 혜택이 제공되기도 해 예비부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이민지 기자

시사위크=이민지·권정두 기자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라면 한 번쯤 찾게 되는 것이 웨딩박람회다. 한 장소에서 다양한 분야, 여러 업체들의 정보를 확인 및 비교할 수 있어 발품 파는 수고를 덜어준다. 또한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기도 해 웨딩박람회를 통해 결혼식 준비의 많은 부분을 해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체 입장에서도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국 곳곳에서 시시때때로 웨딩박람회가 열리고, 그때마다 많은 이들도 북적이는 이유다.

웨딩박람회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어 예비부부들이 한 번쯤 꼭 찾는 곳이지만 장애인에게 친화적인 환경은 아니다. / 생성형AI로 제작한 이미지
웨딩박람회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어 예비부부들이 한 번쯤 꼭 찾는 곳이지만 장애인에게 친화적인 환경은 아니다. / 생성형AI로 제작한 이미지

하지만 이 역시 장애인들의 사정은 다르다. 먼저, 기본적인 접근성부터 녹록지 않다. 

뇌병변장애인인 김소리 씨는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웨딩박람회를 두 번 방문했다. 하지만 웨딩박람회가 대체로 장애인에게 친화적인 공간은 아니라고 느꼈다. 규모가 큰 곳에서 열리는 웨딩박람회는 그나마 어느 정도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져 있겠지만, 김소리 씨가 찾은 웨딩박람회는 엘리베이터 없이 계단만 있는 등 장애인의 접근성이 크게 제한되는 곳이었다. 시각장애인 이은주(가명) 씨 역시 “점자블록이 없는 데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공간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시각장애인 혼자 다니기엔 어려움이 큰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 김혜미 씨는 웨딩박람회를 방문했으나 탈의실 공간이 좁아 다양한 드레스를 입어보는 건 포기해야 했다. 이후 웨딩플래너로부터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드레스샵을 추천 받아 웨딩드레스를 선택했다. / 김혜미 씨 제공

상담 과정에서도 여러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김혜미 씨는 “웨딩박람회의 장점이 여러 드레스를 입어보면서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을 살펴볼 수 있는 거라고 들었다”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혹시나 하고 가봤는데, 드레스를 갈아입는 공간이 좁다 보니 역시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냥 대충 보고만 와야 했다”고 말했다.

농인 부부인 김도영 씨 부부는 웨딩박람회에 방문하는 것을 애초에 포기했다. 웨딩박람회에서 원활하게 안내를 받고 상담 및 계약을 하기 위해선 수어통역사를 대동해야 하는데, 비용 등의 측면에서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도영 씨는 “수어통역사를 대동하려면 보통 10~2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물론 주변에 친분이 있는 수어통역사가 있지만, 한 번 정도는 부탁할 수 있어도 계속 도움을 요청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 예비부부인 최현수(가명) 씨 부부는 웨딩박람회를 찾아 상담을 진행했지만 이미지 설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이들은 두 사람 모두 전맹이었다면 웨딩박람회/ 이민지 기자
시각장애인 예비부부인 최현수(가명) 씨 부부는 웨딩박람회를 찾아 상담을 진행했지만 이미지 설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이들은 두 사람 모두 ‘전맹’ 시각장애인이었다면 웨딩박람회를 찾아 상담 및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이민지 기자

시각장애인 이은주 씨의 경우 비장애인인 남편과 함께 웨딩박람회를 방문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예식장을 계약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상담 과정에서 팸플릿이나 가격표 등 주로 종이 문서 형태로 안내가 이뤄졌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QR코드나 점자 안내는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시각장애인인 최현수(가명) 씨 예비부부도 웨딩박람회를 방문해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최현수 씨는 “예비신부의 장애 정도가 비교적 덜해 그나마 괜찮았지만, 두 사람 모두 전맹이라면 더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았다”면서 “특히 후천적 시각장애인은 설명을 들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지만 선척적 시각장애인은 이미지 설명을 이해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신혼여행 관련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익숙하지 않은 나라들을 이미지 자료로 보여주며 설명을 해줬는데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컸다”고 덧붙였다.

뇌병변장애인 김소리 씨는 웨딩박람회에서 업체 직원으로부터 장애로 인해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 김소리 씨 제공
뇌병변장애인 김소리 씨는 웨딩박람회에서 업체 직원으로부터 장애로 인해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 김소리 씨 제공

비단 웨딩박람회만에 국한된 건 아니지만, 일부 업체 직원들의 응대 태도가 장애인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시각장애인 이은주 씨는 “업체 직원이 제가 시각장애인인 걸 알고 나서 남편하고만 주로 이야기를 했다”며 “저도 의사결정권이 있는데 조금 서운했다”고 토로했고, 뇌병변장애인 김소리 씨도 “웨딩박람회를 통해 접촉한 플래너가 빨리 결정하라고 재촉하고 화를 내기까지 했다”며 “이 사람이랑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차단했는데, 장애인이라고 얕잡아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웨딩박람회가 지닌 장점은 명확하다.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 수집과 비교, 상담과 조정, 계약 등을 비교적 간편하고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은 발품을 파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힘든 장애인의 결혼식 준비에 있어 무척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기존의 웨딩박람회에서 장애인의 접근성 문제만 개선하면 어려운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유형별 장애인과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현재의 웨딩박람회는 대부분 시설과 인식 측면에서 장애인 접근성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나 개선 움직임도 찾아보기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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