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문엔 '취소'라 쓰고 행정심판에선 '지도'라는 조규일 진주시정..."갈지자 행정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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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경제] 행정의 생명은 일관성과 신뢰다. 행정기관이 공식 문서로 특정 결정을 통보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과 무게 역시 온전히 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최근 조규일 진주시정이 보여준 일련의 모습은 이러한 대원칙을 스스로 내팽개친 채,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이리저리 입장을 바꾸는 '갈지자 행정'의 전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진주시청 전경. /진주시
진주시청 전경. /진주시

진주여성민우회가 지난 18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의 내용은 충격적이면서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사건의 발단은 단순했다. 진주시가 직접 공모하고 심의를 거쳐 선정했던 양성평등기금 지원사업에 대해, 일부 단체가 '페미니즘', '퀴어', '성평등' 등의 용어를 문제 삼아 민원을 제기하자 시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급기야 진주시는 지난해 8월 말 공식 공문을 통해 해당 사업의 보조금 교부결정 취소를 통보했다. 공문이라는 행정의 공식 법적 수단을 동원해 단 칼에 사업을 좌초시켜 놓고는 정작 법적 판단을 받는 경남도 행정심판 과정에 이르러서는 낯뜨거운 변명을 늘어놓았다. "보조금 취소처분은 존재하지 않으며, 단순한 행정지도와 안내에 불과하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나선 것이다.

이것이 어찌 행정기관의 처사라고 할 수 있는가. 공문에는 뚜렷하게 '교부결정 취소'라고 대못을 박아놓고 사법적·행정적 책임 소지가 불거지자 "처분이 아니다"라며 발뺌하는 모습은 명백한 이중성이자 자기모순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어처구니없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보조금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정기관이 헌법이 보장한 시민사회의 민주적 자율성을 짓밟고, 민원이라는 핑계 삼아 스스로 검열의 칼날을 휘두르는 악순환을 자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오전 진주여성민우회가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진주시 보조금 교부결정 취소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주여성민우회
지난 18일 오전 진주여성민우회가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진주시 보조금 교부결정 취소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주여성민우회

"논란이 크다"는 이유로 지원을 철회하고 입장을 번복하는 행정이 반복된다면 앞으로 어느 시민사회가 행정을 믿고 공익적 활동에 나설 수 있겠는가. 결국 시민사회 전체에 위축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눈치보기식 자기검열만 만연하게 만드는 주범은 바로 진주시 자신이다.

진주시는 더 이상 구차한 변명 뒤에 숨어 진실을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사실을 왜곡한 행정심판 답변을 즉각 철회하고, 보조금 교부결정 취소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와 사유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조규일 진주시정이 이토록 우왕좌왕하며 원칙 없는 행정을 고수한다면,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과 불신이라는 더 큰 벽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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