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김종관 감독의 신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첫 문을 연다. 화려한 사건이나 자극적인 설정 대신 하나의 카페를 스쳐 가는 사람들의 만남과 대화에 집중한 작품으로, 사람과 관계의 미묘한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해 온 김종관 감독의 색깔이 고스란히 담길 전망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9일 ‘낮과 밤은 서로에게’를 오는 10월 6일 개막하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된다.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계절이 변화하는 시기, 하나의 카페를 스쳐 간 네 쌍의 남녀가 나누는 대화를 담은 작품이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카페에 머문 유진(김민하 분)과 현오(주종혁 분)의 우연한 만남부터 중학교 시절 친구였던 상미(한선화 분)와 영민(장률 분)의 뜻밖의 재회, 웹소설 작가 혜진(심은경 분)과 영화감독 동남(이희준 분)의 첫 만남, 아이돌 준비생 나경(전소영 분)과 연인 종수(김동휘 분)의 애틋한 순간까지 각기 다른 관계와 감정을 그린다.
김종관 감독은 그동안 거대한 사건보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에 주목해 왔다. 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했다.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더 테이블’에서는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을 거쳐 가는 네 번의 만남을 통해 한 공간에서 네 가지 이야기를 풀어냈고, ‘최악의 하루’에서는 하루 동안 이어지는 만남 속에서 얽히고설키는 관계와 감정을 그렸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오랜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가 여러 사람을 만나 나누는 이야기를 따라갔고 ‘조제’에서는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세계로 들어가며 변화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면서도 ‘사람’과 ‘대화’에 대한 관심은 이어졌다. 2021년 신세경과 함께한 시네마틱 리얼 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에서 서촌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낯선 사람들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배우 신세경의 새로운 면모는 물론, 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당시 김종관 감독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을 만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창작자로서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영향을 받겠구나 싶었다”며 “간간이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창작의 인풋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렇게 사람과 관계를 꾸준히 들여다본 김종관 감독의 시선은 ‘낮과 밤은 서로에게’에서 다시 한번 펼쳐진다. 특히 이번에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간과 하나의 카페라는 공간 안에 네 쌍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김민하·주종혁, 한선화·장률, 심은경·이희준, 전소영·김동휘가 각각 다른 관계와 감정을 그려내며 작품을 채운다.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이러한 점에 주목했다. 영화제 측은 ‘낮과 밤은 서로에게’를 두고 “집요하리만치 성실하게 탐색해 온 영화적 관심사, 스타일, 시선, 세계가 잠정적인 완숙에 이른 유려한 영화”라며 “과도한 설정이나 과격한 전개 없이도 여러 인물 저마다의 고유한 내면의 목소리와 감정, 관계의 미세한 변화를 사려 깊게 그려낸 점이 아주 큰 장점이자 미덕”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리며,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된 뒤 올해 하반기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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