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검찰청 폐지까지 이제 45일이 남았다. 하지만 그 자리를 이어받을 공소청의 조직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검사의 직접수사권 폐지는 확정됐지만 검찰 수사인력과 반부패·공공수사 등 수사지휘 부서,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를 어디로 옮길지는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수사인력과 정보·장비가 공소청에 그대로 남으면 수사·기소 분리가 조직의 명칭을 바꾸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공개될 공소청 직제안에서는 기존 검찰의 수사기능을 실제로 걷어냈는지가 핵심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 수사인력 빼고 공판 강화… 공소청 ‘새판짜기’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형사소송법 개정 후속 과제 제언 입법토론회’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검찰을 폐지하는 것을 넘어 누구도 억울한 일이 없도록 공정한 형사사법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소청에 남길 기능과 다른 기관으로 넘길 기능을 구분하고 수사조직을 걷어낸 자리를 어떤 업무로 재편할지가 논의됐다.
현재 검찰 조직 전체 인원은 약 1만 명, 검사 이외 인력은 약 7,800명이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명지대 법학과 객원교수)은 이 가운데 수사업무 종사자를 약 6,000명으로 추산했다. 반면 중수청 정원은 2,874명으로, 인력 배치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검찰 수사인력 가운데 누가 공소청에 남고 누가 수사기관으로 이동할지 알 수 없다.
유 소장과 박용대 민변 사법센터 소장(변호사)은 수사업무 인력을 중수청 등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인력이 공소청에 대규모로 남으면 새로운 직무를 부여하기 어렵고 향후 수사조직을 다시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력 이관과 함께 수사·수사지휘 부서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대검과 일선 검찰청에는 반부패·공공수사·마약·강력범죄 등을 담당하는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직접수사권 폐지에 맞춰 이들 부서를 공소청 직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오병두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공소청법에 직접수사 이외의 기존 검사 업무가 상당 부분 남아 있어 이를 기존 수사인력의 존치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혜경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가소송과 해외 증거 수집 등 공소 제기·유지와 직접 관련이 없는 업무를 법무부와 수사기관으로 이관하고, 범죄피해자 지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이 맡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신 수사기관과의 협력을 담당할 수사협력부를 신설하고 공판 기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장범식 전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변호사)은 공판부를 확대하고 사건 규모에 따라 여러 명의 검사가 공소유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소한 검사가 공판까지 담당할 경우 사건 이해도가 높아지는 만큼 기소검사와 공판검사를 일률적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력 조정은 공판 업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검사 정원은 2,292명이지만 지난 6월 말 기준 결원이 약 344명에 이른다. 오 교수는 공소청 인력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중수청 인력을 늘리는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실제 기소·공판 사건량을 기준으로 검사 정원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과학수사·범죄정보 남나… ‘우회 수사’ 우려
과학수사 기능은 압수한 디지털 정보를 보관·분석해 수사와 재판에 사용할 증거를 만드는 업무다. 현재 대검 과학수사부는 법과학·DNA·디지털수사 조직과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를 두고 디넷(D-NET), 엔디파스(NDFaaS) 등 디지털 증거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수사권이 사라진 공소청에 이 기능이 남으면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를 기소기관이 자체적으로 감정하고 관리하는 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
유 소장은 공소청이 증거를 직접 수집하거나 생산하는 기관이 아닌 만큼 과학수사부를 폐지하고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도 이들 조직이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의 독자수사를 뒷받침하기 위해 확대됐다며 공소청 존치는 수사·기소 분리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이관 방향은 갈렸다. 박 소장은 개청까지 시간이 촉박한 만큼 관련 조직과 시스템을 우선 중수청으로 옮긴 뒤 독립기관 전환 여부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당장 공소청에 수사 인프라를 남기지 않으면서 업무 공백도 줄이는 방안이다.
반면 김 교수는 감정기관을 중수청이나 경찰 등 특정 수사기관 산하에 두면 감정 결과가 수사 방향에 종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통합하거나 별도의 독립 법과학기관을 설치해 경찰·중수청·공소청·법원이 함께 감정을 의뢰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수청 우선 이관은 단기 대책, 독립기관 설치는 장기 대책으로 구분해 추진할 수 있다는 선택지가 제시된 셈이다.
과학수사 기능과 함께 범죄정보 조직과 합동수사본부 참여 방식도 정비 대상으로 꼽혔다. 공소청이 범죄정보를 계속 수집하거나 검사가 합수본 수사에 직접 참여하면 수사에 우회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 소장은 공소청에 별도의 범죄정보 조직을 두지 않고, 검사는 공소청 소속으로 법률 자문과 영장 심사를 지원하는 데 그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수사 관여를 차단하더라도 공소청과 수사기관 사이의 협력은 필요하다. 장 변호사는 두 기관이 사건기록과 의견을 공유하고 하나의 사건번호가 수사부터 공판까지 이어지도록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와 기소는 조직적으로 분리하되 사건기록의 단절로 처리 지연과 피해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직·시스템 개편을 뒷받침할 후속 입법도 남아 있다. 직접수사권 폐지 이후 필요한 검사 정원을 다시 산정하고, 통신비밀보호법과 DNA신원확인정보법 등 검사의 직접수사를 전제로 한 규정을 새 체계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 정부가 향후 공개할 공소청 직제안에는 수사부서 폐지 여부와 수사인력·과학수사·범죄정보 기능의 이관 방향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는 이를 토대로 검사정원법과 관련 법률의 후속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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