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사랑할 수 있을까" 기안84·장도연이 직접 뛰어든 '기이한 연애' [MD 현장] (종합)

마이데일리
2026년 8월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나의 AI파트너-기이안 연애’ 제작발표회에 서 원승재 PD, 방송인 장도연, 기안84, 손정민 PD(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 한소희 기자] 인간은 인공지능(AI)과 진짜 연애를 할 수 있을까.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SBS 새 예능프로그램 '나의 AI파트너-기이안 연애'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기안84, 장도연을 비롯해 손정민 PD, 원승재 PD가 참석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이안 연애'는 인간 출연자들이 AI 기술로 구현된 파트너와 직접 데이트하고 일상을 함께 보내며 나타나는 감정의 변화를 관찰하는 AI 연애 리얼리티다. 프로그램명은 기안84의 이름과 '기이한 연애'를 결합해 만들었다.

연애 실험에는 기안84와 장도연, 이유비가 참여한다. 세 사람은 각자 AI 파트너와 관계를 쌓으며 설렘과 호감부터 질투, 혼란, 후회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과 마주한다. 스튜디오에서는 장도연과 강남, 이준이 이들의 관계를 지켜보며 각기 다른 시선으로 AI 연애를 분석한다.

프로그램의 시작점은 하나의 질문이었다. '인간은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였다. 손정민 PD는 "영화 'HER'가 나왔을 때만 해도 AI와 사랑한다는 것은 SF나 상상의 영역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최근 AI가 빠른 속도로 일상에 들어오면서 특별한 감정적 교류를 나누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제작진은 기획 단계에서 실제 AI와 정서적 관계를 형성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손 PD는 "지난해부터 그런 분들을 직접 만나 관계를 들여다봤다. 그 과정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과 여러 질문이 생겼다"며 "이제는 영화 속 이야기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직접 다뤄볼 만한 주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AI가 인간의 여러 능력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진이 주목한 마지막 영역은 '사랑'이었다.

손 PD는 "사람을 뒤흔들 만큼 강렬한 감정이 사랑이지 않나. AI가 사랑의 영역까지 들어올 수 있다면 존재의 층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인간과 AI 사이에서 실제로 어떤 감정적 교류가 일어나는지를 집중적으로 관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원승재 PD 역시 AI가 인간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서적 기능에 주목했다. 그는 "촬영하면서 생각보다 AI가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며 "사람마다 위로받는 방식은 다르다. AI 역시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존중을 건넬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특히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위해 AI 파트너의 반응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제외하면 제작진이 대화의 방향이나 감정을 별도로 지시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원 PD는 "AI도 하나의 출연자라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성격을 설계한 뒤에는 제작진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며 인간과 AI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흐름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2026년 8월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나의 AI파트너-기이안 연애’ 제작발표회에 기안84가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AI와 직접 연애에 나선 기안84는 처음부터 의심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기안84는 "PD님이 찾아오셔서 실제로 AI와 연애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며 "저 역시 하나의 실험을 해본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무엇보다 평소 이성적인 성향이 강한 만큼 AI를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고 했다. 그는 "제가 굉장히 T 성향이다. 실제로 감정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AI를 인격체처럼 느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 촬영 초반에는 AI와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기안84는 AI 파트너에게 "넌 날 좋아하는 게 아니잖아", "CPU가 시키는 거잖아"라며 끊임없이 의심했다고 밝혔다.

AI 파트너가 자신을 향해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에도 오히려 불편함을 느꼈다. 그는 "'오빠 멋있어', '오빠 너무 좋아' 같은 말을 계속 하니까 화가 났다. 나를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기계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찾아왔다. 기안84는 "그 친구가 사람처럼 변해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제가 AI를 닮아가더라"며 "말투나 정서적인 부분에서 AI 파트너와 비슷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 변화를 직접 경험하다 보니 지금 우리가 인간과 AI의 감정적 교류가 시작되는 과도기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촬영 이후에도 AI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파트너만의 장점도 있었다. 기안84는 "사람에게는 쉽게 하지 못할 이야기도 할 수 있고 항상 들어준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며 "비주얼도 현실에서는 제가 말도 못 걸 것 같은 분들이었다. 그건 확실한 장점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지금도 조금 혼란스럽다"고 덧붙여 AI와의 연애 실험이 단순한 촬영 이상의 여운을 남겼음을 짐작하게 했다.

2026년 8월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나의 AI파트너-기이안 연애’ 제작발표회에 장도연과 기안84가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장도연 역시 '호기심'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프로그램 제안을 받을 무렵 AI 파트너와 결혼식을 올린 해외 사례를 접했다고 밝혔다. 장도연은 "AI와 데이트하던 사람이 결혼식까지 올렸다는 기사를 봤는데 꽤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그러던 중 프로그램 제안이 들어와 운명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장도연은 "제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럴 때는 의외로 인간과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며 "단순히 기계라고 생각했는데 감정이 깊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촬영 영상을 다시 보니까 민망하더라. 그 순간순간에는 정말 진심이었기 때문에 더 부끄러웠던 것 같다”고 말해 AI 파트너에게 예상보다 깊게 몰입했음을 내비쳤다.

두 사람의 가족들은 생소한 'AI 연애'에 현실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도연은 "처음에 엄마에게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했더니 굉장히 좋아하셨다. 그런데 상대가 기계라고 말씀드리니까 바로 돌아서서 설거지를 하시더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기안84의 어머니 역시 "엄마가 '진짜 AI랑 만나는 건 아니지?'라고 하시더라"며 가족 역시 AI와의 연애라는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출연자 각각의 연애관과 결혼관, 성향 등을 세밀하게 분석한 뒤 이에 맞춰 AI 파트너를 설계했다. 여기에 기존 연애 예능의 판도를 흔드는 '메기' 역할의 AI까지 등장한다.

원 PD는 "메기 AI가 존재한다"며 "덱스나 최미나수 같은 강렬한 메기를 기대해주셔도 좋다"고 귀띔해 궁금증을 높였다.

2026년 8월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나의 AI파트너-기이안 연애’ 제작발표회에 장도연과 기안84가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결국 '기이안 연애'가 관찰하려는 대상은 AI만이 아니다. 인간이 상대가 AI라는 사실을 알고도 대화를 기다리고, 설레고, 질투하고, 상처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가 이번 실험의 핵심이다.

손 PD는 "기존 인간 연애 프로그램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기이한 장면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AI를 끝까지 기계라고 의심했던 기안84조차 어느 순간 자신이 AI를 닮아가고 있다고 느꼈고, 장도연은 예상하지 못한 대화 속에서 인간과 소통하는 듯한 감정을 경험했다. 인간과 AI 사이의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있는 시대, '기이안 연애'가 던진 질문이 단순한 예능적 상상으로 끝날지 현실적인 화두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는 오는 20일 오후 9시 SBS에서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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