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청년 몰아냈다?…한은 '그저 그런 자동화' 경고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나타난 고용 위축이 인공지능(AI) 기술 자체 때문이 아니라 기업의 AI 활용 방식과 재택근무 확산 등 기존의 근무 환경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AI를 근로자의 역량을 높이는 '증강' 도구보다 기존 업무와 인력을 대체하는 '자동화'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청년 고용 감소폭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은은  '그저 그런 자동화(so-so automation)'를 경고했다. 생산성을 크게 높이지 못하면서 근로자만 대체하는 자동화가 과도하게 도입될 경우 경력 사다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8만5000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26만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줄어 전체 청년고용 감소의 94.0%가 AI 고노출 업종에 집중됐다.

특히 △정보서비스업(-31.4%) △출판업(-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업(-16.6%) △전문서비스업(-11.6%) 등 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지식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청년 고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다만 한은은 AI가 청년 일자리를 직접적으로 줄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이후 과잉채용의 정상화와 경력직 중심 채용, 기업 내부교육 약화, 재택근무 확산 등 기존 노동시장 변화에 AI가 이를 가속하거나 증폭한 요인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자동화냐 증강이냐…AI 활용 방식이 청년고용 갈랐다

한은은 또 청년 고용이 일률적으로 감소한 AI 고노출 업종에서도 AI 활용 방식에 따라 차이가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했다.


앤트로픽(Anthropic)의 생성형 AI '클로드(Claude)' 실제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고노출 업종에서도 자동화 비중이 높은 경우 청년고용 감소폭이 커졌다. 반면 증강 비중이 높은 경우에는 청년고용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자동화는 기존 업무나 인력을 AI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반면 증강은 AI를 활용해 근로자의 생산성과 업무 수행 능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노동시장 진입 단계인 청년층은 자료 정리·문서 작성·기초 분석·단순 코딩 등 정형화된 초급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AI 자동화의 영향을 먼저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 경험과 조직 특유의 지식을 보유한 경력자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실제 지난 4년간 청년 일자리가 28만5000개 줄어드는 동안 50대 일자리는 23만개 증가했다. 이 가운데 17만3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증가했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팀장은 "AI는 엔트리 레벨(신입·초급 수준) 일자리나 학교에서 배운 매뉴얼 기반 업무(북러닝)를 쉽게 대체할 수 있다"며 "시니어층이 수행하는 업무는 조직 맥락을 이해하고 '암묵지'에 기반하기 때문에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니어는 AI의 혜택을 누리는 반면 주니어들은 초기에 타격을 받는 메커니즘 구조가 형성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 재택근무와 AI의 결합…사라진 '어깨너머 배움', 경력 사다리 흔들

팬데믹 이후 확산한 재택근무(WFH) 역시 청년고용 위축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청년 근로자는 선배의 업무를 관찰하고 질문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기업 특유의 지식과 암묵지를 습득한다. 하지만 재택근무와 분산형 업무가 확대되면서 이러한 비공식 학습 기회가 줄고, 기업의 신규 인력 교육·감독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동시에 재택근무 확산은 업무를 디지털화·표준화·모듈화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처럼 정형화된 업무는 AI가 수행하거나 자동화하기도 쉬워진다.

결국 주니어가 현장에서 경험과 숙련을 쌓을 기회는 줄어드는 반면 AI가 대신할 수 있는 초급 업무는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그저 그런 자동화'의 함정…인재 파이프라인까지 흔들

문제는 개별 기업의 단기적인 효율성 추구가 노동시장 전체에서는 청년층의 경력 사다리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AI로 초급 업무를 자동화하고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같은 선택을 하면 청년층이 첫 직장에서 경험과 숙련을 쌓을 기회가 줄고 장기적으로 숙련 인력 공급 자체가 부족해지는 '인재 파이프라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은은 이를 '그저 그런 자동화(so-so automation)' 개념과 연결해 분석했다. 이는 생산성을 크게 높이지 못하면서 근로자만 대체하는 자동화가 과도하게 도입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오 팀장은 "단순한 인력 대체형 자동화로 인재 파이프라인을 훼손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업은 AI와 협업할 수 있는 인재 양성과 직무 재설계에 나서야 하고 정부 정책 역시 기술 투자와 인적 자본 투자 간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구 절벽 대응을 위해 AI 자동화를 전면 허용할지, 청년 고용을 위해 속도 조절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사람을 키웠을 때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일자리도 많다"며 단순 자동화를 넘어선 인적 자본 투자에 대한 고민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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