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법인 형태에서 외국은행 지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유명순 행장이 추가 연임에 나서지 않고 오는 10월 말 물러나기로 했다. 소비자금융 사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기업금융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온 한국씨티은행이 사업 형태를 다시 바꾸는 변곡점에서 수장 교체까지 맞게 된 것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현재 법인 형태인 한국씨티은행을 외국은행 지점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절차와 소액주주 주식 처리 방안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씨티 지분 99.98%는 씨티그룹이 보유하고 있지만 약 2823명의 소액주주가 남아 있어 지점 전환을 위해서는 이들 주식에 대한 정리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축소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 6월 말 원화 대출은 4조556억원에 그친 반면 총자산은 65조6433억원에 달했다. 가계자금대출도 2조5599억원으로 2024년 말 3조6841억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소비자금융을 사실상 정리한 상황에서 법인 형태를 유지하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지점 전환 검토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외국은행 지점으로 전환할 경우 국내 법인과는 다른 규제 체계 아래에서 외환·파생상품 등 기업금융 중심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다만 지점 전환이 현재 구체적인 절차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예전부터 나왔던 수많은 변수 중 하나였고, 확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 소비자금융 줄었는데 실적은 역대 최대…기업금융이 채웠다
최근 실적은 이 같은 사업 재편의 방향을 보여준다. 한국씨티은행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18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6%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이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도 319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5% 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실적을 이끈 것은 기업금융 중심의 비이자수익이었다. 2분기 총수익은 36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 증가했으며, 비이자수익은 2571억원으로 59% 급증했다. 외환·파생상품·유가증권 등 자본시장 관련 수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소비자금융 축소 영향으로 2분기 말 총대출금은 10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은 21조3000억원으로 30% 늘었고 예수금은 22조3000억원으로 16% 증가했다.
◇ 유명순 행장, 연임 대신 10월 퇴임…보수는 국내 은행장 ‘빅2’
이런 변곡점에서 유명순 행장의 퇴임이 결정됐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30일 유 행장의 퇴임 의사 표명 이후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 절차에 들어갔다. 은행 측은 후임 행장 선정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 리더십 공백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유 행장은 소비자금융 철수 이후 한국씨티은행의 사업구조 재편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기업심사부와 다국적기업부,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 기업금융그룹장을 거친 기업금융 전문가이기도 하다.
보수 수준도 눈에 띈다. 유 행장은 올해 상반기 30억3900만원을 받아 주요 은행권 CEO 가운데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에 이어 높은 보수를 기록했다. 윤 대표는 스톡옵션 행사이익을 포함해 81억7500만원을 받았으며, 이를 제외하면 유 행장의 보수는 국내 은행장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 후임은 ‘기업금융통’ 유력…김경호 우선 거론
차기 행장 인선에서는 기업금융 전문성이 주요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은 주요 임원·본부장과 관계회사 임원, 씨티그룹의 핵심인재검토 결과 등을 토대로 은행장 승계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상시 후보군은 내부 인사 5명이다. 다만 최종 후보군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의결을 거쳐 외부 인사나 씨티그룹 글로벌 경영진까지 확대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기업금융그룹을 이끄는 김경호 부행장이 우선 후보로 거론된다. 2001년 한국씨티은행에 입행한 김 부행장은 대기업금융부장과 금융기업영업본부장을 거쳐 2021년부터 기업금융그룹장을 맡고 있다.
자금시장그룹의 엄지용 부행장과 리스크관리본부의 김경미 부행장도 경쟁력을 갖춘 후보로 꼽힌다. 이주현 부행장과 이관영 부행장 역시 각각 업무운영과 조직·인사 분야의 경험을 갖췄다.
외부 인사 가능성도 열려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국내 내부 인사를 중심으로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기업금융과 자본시장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재편된 만큼 국내 기업 고객과 시장을 잘 아는 인사가 조직을 이끌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측은 차기 행장 후보군과 관련해 “부행장 다섯 분 모두가 ‘Talent Review’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매년 임원들을 대상으로 Talent Review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씨티은행의 모든 부행장이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기업금융 전문가가 차기 행장으로 거론되는 배경에 대해서는 과거 행장 인선과 현재 사업구조를 함께 짚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세 분의 행장님이 계셨는데 박진회 행장님도 그렇고 유 행장님도 그렇고 다 기업금융 부행장님이셨다”며 “기업금융은 원래 저희가 잘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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