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특별한’ 결혼식②] 장애인의 결혼식 준비, 시작부터 펼쳐지는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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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결혼식을 올린 농인부부 김도영 씨 부부는 예식장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온라인 상의 부족한 정보와 전화문의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었다. / 권정두 기자
지난해 2월 결혼식을 올린 농인부부 김도영 씨 부부는 예식장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온라인 상의 부족한 정보와 전화문의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었다. / 권정두 기자

시사위크=이민지·권정두 기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결심하고 결혼식 준비에 돌입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정보 수집과 선택이다. 예식장과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한복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데, 각 분야별로 수많은 업체들이 존재하고 저마다 서비스와 비용, 평가 등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날짜나 시간, 규모 등에 따른 이용 가능 여부 또한 고려해야 한다. 일생에서 가장 특별한 날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행사인 만큼 정보 확보는 만족도와 가성비 측면에서도 무척 중요한 요소다.

결혼식 준비를 주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기차게 운영되고 있고,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업체의 정보를 확인하고 비교해볼 수 있는 웨딩박람회와 다이렉트웨딩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장애인의 경우 정보 수집이 더욱 중요하다. 비장애인에 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출발 단계에서부터 장애인들은 난관을 마주하게 된다.

장애인들은 결혼식 준비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난관을 마주하게 된다. / 생성형AI로 제작한 이미지
장애인들은 결혼식 준비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난관을 마주하게 된다. / 생성형AI로 제작한 이미지

어떠한 정보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건 역시 온라인이다. 다만, 온라인이라고 원하는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웨딩 관련 시장은 정보 공개가 불투명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웨딩 갑질 근절, 스드메 견적 투명화’를 ‘9대 공약’ 중 하나로 내걸고,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웨딩업계의 가격 공개를 의무화하는 조치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농인부부이자 국제부부인 한 김도영 씨 부부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식장 결정에 있어 비용적인 측면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였다. 이에 온라인을 통해 정보 수입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었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가격이 공개돼있지 않아서다.

날짜나 시간, 인원 등에 따른 구체적인 가격을 확인하고 조정을 하기 위해선 전화나 문자 대면 상담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역시 김도영 씨 부부에겐 여러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었다. 김도영 씨는 “비장애인은 전화로 간편하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조정도 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경우 전화로 소통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문자통역이나 손말이음센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사안의 성격상 다소 부담이 있었다”고 밝혔다. 중계를 통해 각 조건별 가격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인데, 한 업체도 아니고 여러 업체의 정보를 수집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결국 김도영 씨 부부는 온라인을 통해 비교적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던 스몰웨딩 업체를 찾아 맨처음 추천받은 예식장으로 계약했다. 김도영 씨는 “3~4군데 더 살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소통 문제가 걱정됐다”며 “다행히 첫 번째로 살펴본 예식장이 위치나 식장 구성 등에 있어 특별한 문제가 없고 분위기도 만족스러워 그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혜미 씨는 휠체어로 진입 및 이동이 가능한 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였지만, 이에 대한 정보를 찾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 권정두 기자
김혜미 씨는 휠체어로 진입 및 이동이 가능한 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였지만, 이에 대한 정보를 찾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 권정두 기자

가격 등 기본적인 정보를 넘어 장애로 인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정보를 찾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다. 뇌병변장애인인 김소리 씨는 결혼식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장애인을 위한 정보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주차장이나 화장실 등 기본적인 장애인 관련 정보를 찾는데 어려움이 컸고, 결혼식 준비와 관련해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다이렉트웨딩’ 커뮤니티 및 홈페이지에서도 이러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인 김혜미 씨도 가장 막막했던 게 ‘정보를 찾는 것’이었다. 온라인상에 아무리 많은 정보가 있어도 비장애인 중심이다 보니 휠체어 진입 가능 여부 등 김혜미 씨에게 꼭 필요한 기초적인 정보를 확인하는 건 쉽지 않았다. BF인증 여부를 비롯해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업체 차원에서 공개하고 있는 건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예식장 뿐 아니라 드레스샵과 메이크업샵, 스튜디오 등을 선택할 때에도 접근성 문제를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지체장애인인 김혜미 씨는 다른 장애인의 결혼식에 직접 다녀온 뒤 버진로드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진은 김혜미 씨 결혼식 당시 설치된 버진로드 경사로. / 김혜미 씨 제공 
지체장애인인 김혜미 씨는 다른 장애인의 결혼식에 직접 다녀온 뒤 버진로드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진은 김혜미 씨 결혼식 당시 설치된 버진로드 경사로. / 김혜미 씨 제공 

무엇보다 휠체어 이용에 따른 고려사항이 적지 않은데, 막상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의 결혼식은 본 적조차 없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감을 잡기도 어려웠다. 온라인에서도 장애인의 결혼식 후기 등은 찾기 힘들었다. 이에 김혜미 씨는 직접 발품을 팔기로 했다. 때마침 같은 장애인 커뮤니티에 속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평소 알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결혼식에 가봐도 될지 부탁해 참석했다.

그 결혼식에서 김혜미 씨는 아주 소중한 정보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휠체어로 버진로드 등 단상에 올라가는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는데, 경사로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김혜미 씨는 “경사로를 설치해줄 수 있는지 요청하거나 물어보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분의 결혼식을 보고 요청할 수 있다는 것과 대략적인 비용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데 있어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것이 그렇게 풀렸다. 물론 경사로를 설치할 수 없다는 예식장도 있었지만, 김혜미 씨는 직접 제작 및 설치해주겠다는 예식장을 찾아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이미지 정보를 이해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크다. / 생성형AI로 제작한 이미지
시각장애인들은 이미지 정보를 이해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크다. / 생성형AI로 제작한 이미지

시각장애인인 이은주(가명) 씨는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가 운영 중인 공공예식장에 대해 알아보고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홈페이지에서 파일을 다운받아 확인해보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후 장애 사실을 알리고 지정 업체 연락처를 안내받을 수 있었으나, 그마저도 극히 일부 업체 뿐이었다. 장애인으로서 결혼식 관련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느낀 순간이었다.

오는 11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시각장애인 최현수(가명) 씨는 예식장을 직접 살펴보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마주했다. 예식장 직원이 설명을 해주긴 했지만, 어둡거나 밝은 분위기 정도만 파악할 수 있었고, 구체적인 구성이나 동선을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최현수 씨는 “사진이나 이미지를 텍스트로 설명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그런 걸 활용해서 시각장애인도 어떤 특징을 가진 예식장인지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가이드북’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장애인이 겪는 정보 확보의 어려움은 가족의 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각장애인인 배희진 씨는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찾아봐야 할 정보가 많은데 내가 눈 때문에 힘들다 보니 비장애인인 남편이 98%는 했고, 제가 맡기로 한 2% 정도도 결국은 남편이 했다. 남편이 이해를 하긴 했지만 많이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적장애인인 김해염 씨와 나홍표 씨는 예식장 계약 등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전반에서 부모님의 도움이 무척 컸다고 입을 모았다. 

‘시사위크’가 심층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장애인 대부분은 결혼식 준비과정에 있어 정보접근성 문제를 지적했다. 장애로 인해 고려해야 할 요소, 확인해야 할 정보는 훨씬 더 많은데, 정보접근성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필요한 공공의 지원에 있어서도 정보접근성 개선은 모든 장애유형에서 공통적으로 우선순위에 꼽혔다.

이 같은 정보접근성의 문제는 장애인의 선택권을 위축시키고 비용부담은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많은 어려움을 딛고 결혼을 결정하면, 이후 예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출발부터 펼쳐지는 험난한 여정을 오롯이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지체장애인 이준호 씨는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설치 여부 등 장애유형별로 꼭 필요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는 업체를 정리한 리스트만 있어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으로선 장애인이 결혼식을 준비하는데 있어 공공 차원의 어떠한 정보 제공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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