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멸종위기종의 보호는 자연 생태계 균형과 생물 다양성 보호를 위한 필수 항목이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에 따르면 미국 내 멸종위기종 보호를 진행할 시 100만 가구당 약 7,600만달러(약 1,053억원)의 경제적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멸종위기종을 일반 생물종과 분류하고 이들을 추적하는 것은 많은 인력과 시간, 자원이 필요하다. 그동안 기자와 함께 멸종위기종 취재를 진행한 국립생태원, 한국WWF(세계자연기금) 등의 연구자들과 활동가 모두 입을 모아 말한 이야기다.
이때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 AI의 강력한 연산능력은 멸종위기종의 분류와 추적에 효과적이다. 실제로 미국 등 해외 국가들은 이미 AI기반 멸종위기종 분석 및 추적 소프트웨어를 개발, 보호 현장에 적용한 상태다. 총 282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보호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도 필요한 기술이다.
김창익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이 같은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연구자다. 국내 AI를 기반으로 한 ‘생태 및 기후’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시사위크’는 김창익 교수를 만나 AI기술을 활용한 멸종위기종 보호와 미래 국가 환경 안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AI와 환경을 융합하는 과학자
지난달 30일 방문한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원의 IT융합빌딩, 기록적 폭염은 유리 건물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더운 건물 내부 김창익 교수의 사무실로 들어서자 약하게 에어컨이 틀어져 있었다. 평소 환경 보호 차원에서 에어컨을 잘 틀지 않지만 이날은 너무 더워 틀었다는 게 김창익 교수의 말이다.
기자가 방문한 곳은 김창익 교수의 ‘CI Lab’이다. 이곳에서는 대학원 연구자들이 컴퓨터 비전 및 AI기반 영상·센서 데이터 이해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다. 김창익 교수에 따르면 연구실의 AI연구는 크게 두 축으로 연구가 이뤄진다. ‘AI기반 환경 문제 해결’과 ‘거대언어모델(LLM) 추론 성능향상 및 안전성’이다.
첫 번째 연구 핵심 연구 분야 ‘AI기반 환경 문제 해결’은 말 그대로 AI를 활용, 여러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AI기반 멸종위기종 모니터링, 특정 지역 생물 개체 수 자동 집계 기술 연구가 대표적이다. 또한 단기강수예측, 고해상도 레이다급 강수장(Precipitation Field) 생성, 재난·재해 예측, AI로 인한 전력 수요탄소 배출에 관한 영향 예측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두 번째 연구 분야인 ‘LLM 추론 성능향상 및 안전성’은 AI의 다양한 추론 능력 중 비언어적·공간적 추리 능력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다. LLM 사용시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안전성 이슈에 대한 연구도 이뤄진다. 이때 LLM 추론 성능향상 연구를 기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경량화 AI모델’ 고안이 김창익 교수의 목표다.
결과적으로 김창익 교수의 연구는 ‘AI와 환경’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볼 수 있다. 그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AI의 발전 때문이다. 기존 일반 컴퓨터 비전 연구를 진행하던 당시, AI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에 그의 연구실도 AI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AI모델 개발은 막대한 전력 사용, 탄소배출 등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것을 인식했다. 이에 환경친화적 AI기술 개발을 새로운 연구 모토로 삼게 된 것이다.
김창익 교수는 “환경 분야의 AI기술은 ‘환경을 개선하는 AI’와 ‘환경친화적 AI’의 두 가지 기술 분야가 있다”며 “AI를 환경 분야에 적용하면서도 동시에 환경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같이 다양한 분야의 첨단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이유는 ‘융합형 인재’들 덕분”이라며 “저희 연구실은 AI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기및전자공학부 뿐만 아니라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과 안보과학기술대학원 소속의 학생들로 구성돼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융합 협동 연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멸종위기종을 지키는 AI기술
여러 분야를 연구하지만 김창익 교수 연구실의 대표적 성과는 멸종위기종 조류인 ‘두루미’ 보전을 위한 AI기술이다. 두루미는 국내 대표 멸종위기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따르면 ‘취약(Vulneable:VU)’ 등급에 해당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 중이다.
이때 김창익 교수가 고안한 기술은 두루미의 개체수를 종별로 자동 집계하는 기술이다. 두루미류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그 다음, 종과 성장 단계를 구분하면서 동시에 개체 수까지 계산하는 AI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두루미 보전 연구자들이 개체수 변화와 서식 현황을 보다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두루미 개체 자동 집계 기술은 새의 머리와 몸 전체의 위치와 형태를 함께 관측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멀리서 촬영된 영상이나 사진 속 두루미는 종뿐만 아니라 성체인지 아성체인지 구별이 어렵다. 때문에 많은 시간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이때 김창익 교수가 개발한 AI모델을 사용하면 훨씬 더 빠르게 분류 작업이 가능하다.
핵심은 ‘다중 클래스 객체 계수(Multi-Class Object Counting)’ 기술이다. 이는 AI가 하나의 이미지나 영상에서 서로 다른 3개 이상의 범주를 가진 여러 객체들을 동시 인식하는 알고리즘이다. 인식한 객체는 각 카테고리별로 개수가 몇 개인지 각각 세어 산출할 수 있다.
김창익 교수는 “철원 지역에 매년 가을 방문하는 두루미의 개체수를 세고 어떤 개체인지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보통 3,000개 정도의 영상과 사진을 분류하는데 전문가들조차 하루 이상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때 AI기술을 활용하면 10분이면 분석이 가능하다”며 “촬영된 개체가 두루미인지 재두루미인지, 또 성체인지 유아, 아성체인지 분류하는 동시에 마릿수도 셀 수 있어 연구에 굉장히 효율적이다”라고 설명했다.
◇ 적어도 너무 적다… AI에게도 어려운 ‘멸종위기종 찾기’
물론 멸종위기종 객체 분류 AI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멸종위기종 자체의 개체수 부족 때문이다. AI는 학습데이터가 적으면 별 볼일 없는 변수로 판단,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롱테일(Long Tail)’이라고 한다. 이때 AI 입장에서 두루미 등 멸종위기종은 주변의 까치, 까마귀와 같은 다수 변수에 비해 ‘쓸모없는 오류’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김창익 교수는 “예를 들어 개는 지구상에 1,000만마리 이상이 있고 수달은 몇 마리 없는데 이를 AI에게 구별하라고 한다면 AI입장에선 정확도 99.9%인 개에 집중하게 된다”며 “멸종위기종은 AI입장에서 학습데이터가 너무 없어 이를 정확히 분류하도록 학습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AI의 멸종위기종 분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김창익 교수는 지금도 실제 야생동물 모니터링에서 자주 발생하는 종별 데이터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범주별 학습 난이도에 따라 예측값을 조정하는 ‘손실 값 기반 로짓 조정 기법’도 제안했다.
또한 최근에는 ‘DBM Loss’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종별 표본 수뿐 아니라 각 개별 이미지의 분류 난이도까지 함께 분석한다. 이를 활용하면 AI는 학습 시 데이터가 적은 종과 구분하기 어려운 이미지에 더 엄격한 학습 기준을 적용한다. 멸종위기종과 같은 희귀종의 식별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흔한 종의 성능 저하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창익 교수는 이 같은 노력과 AI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립생태원’과 협업 연구도 진행했다. ‘카메라 트랩 데이터 기반 멸종위기종 분류 모델’이다. ‘합성곱신경망(CNN)’ 알고리즘을 활용, 3~6ms의 짧은 시간이면 이미지 한 장 분석이 가능한 AI를 개발했다. 분류 가능한 멸종위기종은 11종으로 정확도는 89.7% 수준이다.
이 기술은 지난해 국립생태원과 AI전문기업 ‘스피어AX’이 협업해 개발한 ‘에코에이아이(Eco.AI) 시스템’에도 적용됐다. Eco.AI는 무인센서카메라로 촬영된 사진으로 종을 판별하고 데이터를 정리해 연구자에게 제공한다.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 연구에 우선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창익 교수는 “현재 국립생태원에서는 자체적으로 구축한 Eco.AI 시스템을 운용해 야생동물 및 멸종위기종 연구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며 “최근 다양한 업체와 기관에서 시스템 사용을 요청하고 있어서 여러 사용자들의 동시 접속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국가 안보, “단순한 승리 넘어 생태 안보도 고려할 시점”
멸종위기종 보호와 환경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 분야에서도 김창익 교수는 활약하고 있다. 그는 현재 KAIST 안보과학기술대학원장도 맡고 있다. 2023년 설립된 KAIST 안보과학기술대학원은 국가안보·국방 분야 첨단 과학기술 개발, 안보 과학기술 전문가 육성기관이다.
김창익 교수는 국가안보 관점에서도 환경은 함께 엮인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생태계 변화는 사회 안정과 국가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스탠포드대학교 지구시스템학과 연구팀이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가 심화될수록 미래의 분쟁 위험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미래엔 ‘전쟁’의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전쟁은 단순히 승리만을 목표로 진행된다. 하지만 군사 작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생태계 훼손 역시 결국 국민과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창익 교수의 말처럼 전쟁은 막대한 환경 파괴를 유발한다. 지난해 퀸 메리 런던대·랭커스터대·웨스트요크셔 분쟁 및 환경 관측소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2023년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89만8,330톤이다. 전쟁 이후 재건과 인프라 복구 등을 포함하면 3,227만5,089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이는 102개 국가 연간 배출량보다 많은 양이다.
멸종위기종의 생존에도 전쟁은 치명적이다. 폴란드 제슈프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흑해 지역에선 수많은 고래들이 기뢰 폭발과 잠수함 소나(SONA)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우크라이나 보호구역 내 300종이 넘는 새들이 서식지를 잃었다.
김창익 교수는 “물론 전쟁에서 인간과 승리를 우선 순위에 두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는 그 뒤에 존재감없이 죽어가는 동물들과 환경오염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KAIST 안보과학기술대학원은 국방 분야 전문가들이 전쟁과 국가 안보를 생태 환경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생태 안보’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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