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연간 영업이익 흑자(매출 2조3671억·영업이익 131억)를 기록한 컬리가 인공지능(AI) 내재화와 자본 확충을 통한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성장동력 확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사이 핵심 사업인 신선배송과 서비스 영역에서는 비용 절감과 편의성 가치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며, 컬리의 ‘효율화 우선 경영’이 본업의 경쟁력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현금 없이 신주로 '원지랩스' 편입…내부선 거래 적정성 의문 부각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올해 AI 솔루션 기업 원카이루스(원지랩스)를 약 300억 원 규모의 보통주 신주 발행(45만3518주) 및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앞서 네이버를 대상으로 약 33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실시하며 기술 내재화와 물류 인프라 자금을 잇달아 확보했다.
문제는 신주 발행을 활용한 원지랩스 거래를 둘러싸고 가치 산정과 적정성 등에 대해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컬리 측은 원지랩스 편입이 AI 기술 내재화와 업무 효율화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컬리는 원지랩스의 AI 기술을 고객서비스(CS) 및 광고 자동화에 우선 적용 중이며, 향후 물류 수요예측과 배송 동선 최적화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 "비용 아끼려 보냉재 축소" 의혹 부인했지만…폭염 속 물류 딜레마 여전
그러나 경영진이 기술 투자와 효율화에 몰두하는 사이,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본업의 품질 논란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냉장·냉동식품이 녹거나 변질됐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른 가운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보냉자재 사용량을 줄였다"는 내부 고발성 주장까지 제기되며 논란을 키웠다.
컬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냉재 축소 의혹을 명확히 부인했다. 회사 측은 “날씨와 상품 특성에 따라 100개 이상의 포장 관리 방식을 운영 중이며, 올해 폭염에 대응해 오히려 드라이아이스와 얼음팩 투입량을 더 늘렸다”고 해명했다. 다만, 보냉재를 늘렸음에도 이례적인 고온으로 일부 상품이 녹는 사례가 발생한 점은 인정했다.
여기서 컬리의 경영 딜레마가 그대로 드러난다. 신선식품 플랫폼 특성상 배송 품질을 유지하려면 기온이 오를수록 보냉재와 물류 비용을 늘려야 하지만, 상장(IPO)을 앞두고 수익성 지표를 의식할수록 현장의 비용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사전 고지 없는 '컬리캐시 상품권 강제 전환'…가중되는 소비자 피로감
효율성을 앞세운 정책 변경으로 인한 소비자 불편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신용카드 및 재테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거진 ‘컬리캐시 상품권 일방 전환’ 논란은 소비자들의 피로감에 기름을 부었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최근 사전 고지 없이 제휴 상품권(롯데카드 안심쇼핑 등)으로 적립해 둔 기존 ‘컬리캐시’를 소액 금액상품권 여러 장으로 전면 교체했다. 그동안 통합 적립금 형태로 제약 없이 편리하게 결제해 오던 소비자들은 갑작스러운 시스템 변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액권으로 전환되면서 주문 1건당 상품권을 단 1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결제 조건이 제한됐다. 이로 인해 수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보유하고도 한 번에 쓰지 못하고 수차례에 나누어 주문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소비자 사전 고지 의무를 저버린 일방적인 서비스 개악", "리스크 관리를 명분으로 소비자의 결제 편의성을 역대급으로 후퇴시켰다"는 공분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컬리 고객센터 측은 "본사 지침에 따라 상품권 관련 법상 환불 문제로 캐시와 분리 조치한 것"이라며 "향후 상품권 여러 장을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업데이트를 구상 중이나 정확한 시점은 확답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안내하고 있다. 결국 기업 측의 법적 리스크 회피나 내부 시스템 미비로 인한 불편을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은 모양새다.
단순 교환·환불 등 기본적인 문의에 AI 자동화 시스템을 전면 도입한 것을 두고도 현장에서는 대면 소통 창구가 좁아진 데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는 상황이다. 사측은 CS 인력의 유동성과 재교육 비용을 고려한 효율적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질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대규모 자본을 동원한 AI 신사업 투자와 현장의 CS·배송 품질 저하, 그리고 일방적인 서비스 변경 논란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컬리가 성장과 수익성 개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놓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흑자 전환 이후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선 컬리가 비용 효율화와 외연 확장에만 치우치다 핵심 자산인 '소비자 신뢰'를 잃는다면 상장 가치 역시 흔들릴 수 있다. 겉모습을 키우는 것보다 기존 소비자가 계속 컬리를 선택하게 만드는 '기본기'를 증명하는 것이 향후 상장 가치를 결정할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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