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의 경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효율’이다.
‘디지털 행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강 행장은 취임 이후 AI를 경영 전반에 접목했고 조직을 손봤으며, 기업금융과 생산적 금융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았다. 각각 다른 정책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모두 △업무 방식 △조직 운영 △자본 배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연말 연임 심사를 앞둔 강 행장의 올해 상반기 성적표는 엇갈렸다. AI를 앞세운 효율화 전략은 기업여신 확대와 이자이익 증가로 이어졌지만, 신용손실충당금이 급증하면서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했고 건전성 부담도 커졌다. 결국 연말 연임 심사의 핵심은 효율과 성장, 건전성의 균형을 얼마나 농협은행답게 구현했는지가 될 전망이다.
◇ ‘디지털 행장’의 철학…AI는 목표가 아닌 수단
강 행장은 농협은행에서 올원뱅크사업부장과 디지털전략부장, DT(디지털전환)부문장을 거친 대표적인 디지털 전문가다. 2023년에는 농협금융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하며 그룹 디지털 전략을 총괄했다.
강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는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업무를 판단하고 실행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이라며 ‘Agentic AI Bank’ 전환을 선언했다. AI는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기술이라기보다 업무 방식과 조직 운영을 바꾸는 수단으로 제시됐다.

실제 농협은행의 디지털 플랫폼 기반도 확대됐다. 농협은행 ESG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NH올원뱅크 고객 수는 2024년 1168만명에서 강 행장 취임 첫해인 2025년 1334만명으로 166만명 늘었다. 1년 새 14.2% 증가한 규모다.
AI와 디지털을 앞세운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디지털 영사인증 금융위임장’에 이어 이달 NH올원뱅크 모바일 장애인등록증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디지털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 효율을 위한 조직개편…도착점은 ‘생산적 금융’
강 행장의 효율 중심 철학은 지난해 말 추진한 조직개편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중앙본부 사업부서 63곳 가운데 32곳의 업무를 조정하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특히 AI·데이터 기능을 강화하고 기존 IT부문을 기능 중심으로 재편해 조직 효율을 높이려 했지만, 노조가 절차상 문제 등을 제기하며 반발하자 은행은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최종 조직개편은 대규모 통폐합보다 AI와 생산적 금융을 중심으로 한 전략 기능 강화에 무게를 뒀다. AI데이터부문을 신설해 AI와 데이터 기능을 통합했고, IT부문은 CIO(최고정보책임자)·CTO(최고기술책임자) 체계로 확대 개편했다. 또 기업성장지원부 아래 생산적금융국과 여신심사부 전략산업심사국을 신설하는 등 생산적 금융과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했다.
이 같은 변화는 결국 정부의 생산적 금융 강화 기조와 함께 기업여신 확대로 이어졌다. 농협은행은 기존 기업금융 지원 시스템인 ‘RM마케팅플러스’를 AI 기반으로 고도화하고, 기업금융 비대면 플랫폼 ‘더퀴커(The Quicker)’ 활용을 확대했다.
농협은행은 생산적 금융을 KPI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과 기업대출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강화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올해 KPI(핵심성과지표) 세부 평가항목과 배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KPI는 고객·사업·재무 등 세 축으로 구성됐고, 재무 KPI에는 영업이익과 함께 건전성이 별도 평가항목으로 반영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 효율의 성과…기업대출은 늘었지만 건전성은 숙제
효율 중심 전략은 실적에서도 성과를 냈다. 올해 상반기 기업대출은 전년 말 대비 4.5% 증가한 118조5603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대기업 대출은 15.6% 늘어난 27조2664억원으로 증가세를 주도했고, 중소기업 대출도 1.6% 증가한 91조2939억원으로 확대됐다.

수익성도 버텼다. 올해 상반기 농협은행의 이자이익은 3조97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고, NIM(순이자마진·카드 제외)도 1.57%에서 1.62%로 0.05%p 개선됐다. 기업금융 중심의 자산 확대와 조달비용 관리가 이자이익 증가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성장의 비용은 컸고, 이에 따라 순이익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지난해 상반기 188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972억원으로 57.9% 급증했다. 충당금이 큰 폭으로 늘면서 이자이익 증가에도 당기순이익은 1조16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건전성 지표도 일제히 악화됐다. 무수익여신(이자를 받지 못하는 부실여신)은 1조1597억원에서 1조2880억원으로 11.1% 늘었고, 고정이하여신(NPL·부실 우려가 큰 여신)은 1조6298억원에서 1조7890억원으로 9.8% 증가했다. NPL 비율도 지난해 말 0.49%에서 올해 상반기 0.52%로 상승했다.
농협은행은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하다 보면 그런 부분들이 나타날 수 있다”며 “충당금은 미리 쌓아놔야 하는 상황인 만큼 선제적으로 적립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KPI에서도 건전성은 재무 평가항목으로 관리됐던 만큼, 기업여신 확대 과정에서 악화된 자산건전성 지표는 연말 연임 심사의 핵심 평가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농협은행다운’ 성장…연임의 잣대는 ‘균형’
강 행장의 연임 평가는 일반 시중은행장과는 조금 다른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농협은행은 농업협동조합에서 출발해 농업인과 농촌 지원을 뿌리로 성장한 은행이다. 최근에는 기업금융과 미래 성장산업 지원까지 역할을 넓히고 있지만, 농협은행 본연의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성과 건전성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생산적 금융 역시 단순한 기업대출 확대가 아니라 농협은행의 설립 취지와 성장 전략을 함께 구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성과는 단순한 여신 성장보다 건전성과 공공성까지 함께 입증돼야 완성된다.
농협은행도 특정 지표 하나만으로 성과를 평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은행 관계자는 “수익성도 챙겨야 하고 건전성도 챙겨야 한다. 어느 한 부분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특별히 하나를 강화한다기보다 필요한 부분을 모두 빠짐없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행장의 연임은 AI와 기업여신 성과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AI를 중심으로 한 효율화 전략이 기업여신 성장과 건전성, 그리고 농협은행의 정체성까지 얼마나 균형 있게 구현됐는지가 연말 연임 성적표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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