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조용한데 강력하다…볼보 EX90, 전기 SUV 새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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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EX90. /볼보자동차코리아

[마이데일리 = 의정부 심지원 기자] “조용한데 날렵하다.”

볼보자동차코리아의 플래그십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90’을 처음 몰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680마력의 성능을 갖췄지만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특유의 무거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차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치고 나갔고, 실내는 세단에 가까울 정도로 정숙했다.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시대를 향한 볼보의 방향성이 실체로 드러난 순간이다.

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경기 의정부까지 왕복 약 64km 구간에서 EX90 트윈 모터 퍼포먼스 모델을 직접 시승했다.

처음 마주한 EX90은 대형 SUV임에도 날렵함이 돋보였다. 볼보를 상징하는 ‘토르의 망치’ 헤드램프와 긴 휠베이스, 매끈하게 다듬어진 차체는 묵직함보다는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했다. 공기저항계수(Cd)는 0.29로 대형 SUV로서는 낮은 수준이다. 프레임리스 미러와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 등 공기 흐름을 고려한 설계 덕분에 고속 주행에서도 풍절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주행을 시작하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속감이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차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최고출력 680마력, 최대토크 81.1㎏·m를 발휘하는 트윈 모터 퍼포먼스 모델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4.2초 만에 도달한다. 강한 가속이 이어졌지만 움직임은 거칠지 않았다. 오히려 전기차 특유의 매끄러운 가속이 대형 SUV라는 사실을 잊게 했다.

급가속과 급제동에서도 차체는 안정감을 유지했다. EX90은 전후 무게 배분을 47대 53으로 맞췄고, 네 바퀴 모두에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고속에서는 차고를 낮춰 공기저항을 줄이고, 급가속이나 코너에서는 차체의 쏠림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실제 곡선 구간에서도 차체가 크게 기울거나 불안한 움직임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볼보 EX90 운전석. /심지원 기자볼보 EX90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센터 디스플레이. /심지원 기자

실내는 북유럽 특유의 미니멀한 감성이 돋보였다. 재활용 플라스틱과 바이오 기반 소재를 적극 활용했지만 고급스러움은 유지했다. 나파 가죽 시트는 몸을 부드럽게 감싸 주행에서의 피로감을 줄여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14.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다. 기존 XC90과 S90의 11.2인치보다 약 30% 커졌으며, 퀄컴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을 적용해 반응 속도도 이전보다 두 배가량 빨라졌다. 화면 전환과 메뉴 이동이 스마트폰을 다루는 것처럼 자연스러웠고, 티맵 오토와 누구 오토, 차량용 웨일 브라우저, 유튜브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도 무리 없이 실행됐다.

1610W 출력의 바워스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도 인상적이었다. 헤드레스트 스피커를 포함한 25개의 스피커가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해 주행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비틀스의 녹음실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 음향 모드도 적용돼 음악 감상의 만족도를 높였다.

파노라믹 일렉트로크로믹 글라스 루프도 인상적인 편의사양이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유리 투과율을 약 4.8%까지 낮춰 강한 햇빛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시승 당일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치솟았지만, 넓은 개방감은 유지하면서도 실내로 유입되는 열기와 눈부심을 효과적으로 줄여 한여름 주행에서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했다.

안전 기술은 볼보다웠다. EX90에는 5개의 카메라와 5개의 레이더, 12개의 초음파 센서로 구성된 첨단 센서 시스템이 기본 적용된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 역시 자연스럽게 개입해 불필요한 이질감을 주지 않았다.

EX90은 106㎾h NCM 배터리와 자체 개발한 800V 전기 시스템을 적용했다. 최대 350㎾ 초급속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2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기존 400V 시스템 대비 충전 효율도 높였다.

볼보 EX90 실내 인테리어. /볼보자동차코리아볼보 EX90 측면부. /볼보자동차코리아

특히 이번 EX90의 핵심은 볼보가 자체 개발한 차세대 SDV 플랫폼 ‘휴긴 코어’다. 전기 아키텍처와 코어 컴퓨터, 각종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차량이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기능과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EX90을 시작으로 ES90, EX60 등 향후 볼보 전기차의 기반이 될 기술이다.

가격은 플러스 트림 1억620만원, 울트라 트림은 7인승 1억1620만원(6인승 1억1820만원),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는 7인승 1억2120만원(6인승 1억2320만원)이다. 볼보코리아는 연말까지 500대, 내년 연간 2000대 판매를 목표로 세우고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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