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형소법 톺아보기②] ‘중대한 위법수사’ 판단 법원으로… 공소기각 논란

시사위크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공소기각 조항의 위헌성과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촉구 긴급토론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있다. / 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공소기각 조항의 위헌성과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촉구 긴급토론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 폐지와 함께 개정 형사소송법에서 정치적 논란이 집중된 조항은 공소기각 사유 확대다. 개정법은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해 공소가 제기된 때’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때’를 공소기각 판결 사유로 추가했다. 위법한 수사와 기소를 통제할 장치를 법률에 명시했다는 평가와 판단 기준이 불분명해 재판부의 재량을 지나치게 넓혔다는 비판이 맞선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유무죄 판단 없이 재판 절차 종료

공소기각은 법원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형사재판 절차를 끝내는 형식재판이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327조는 △피고인에 대한 재판권이 없는 경우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 △동일한 사건이 이중으로 기소된 경우 △공소취소 뒤 새로운 중요 증거 없이 다시 기소한 경우 △친고죄의 고소가 취소된 경우 △반의사불벌죄의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철회한 경우 등 6가지를 공소기각 판결 사유로 규정한다.

개정법은 여기에 두 가지 사유를 추가했다. 법원이 수사 과정에 △중대한 위법이 있었고 그 수사를 토대로 공소가 제기됐다고 판단하거나(제2호)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을 현저히 벗어났다고 판단하면(제3호)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 기존 제327조 제2호인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때’는 제8호로 이동하면서 ‘그 밖에’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공소기각은 무죄판결과 다르다. 무죄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범죄를 인정하기 어렵거나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실체 판단이다. 공소기각은 수사나 기소 절차에 중대한 문제가 있어 유무죄 판단으로 나아가지 않고 절차를 종료하는 것이다.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검사는 상급심에 불복할 수 있어 공소기각 여부 자체가 별도의 재판 쟁점이 될 수 있다.

◇ 판례 명문화인가 적용 범위 확대인가

민주당은 공소권 남용을 제한해 온 대법원 판례와 위법수사 통제 원칙을 법률에 명문화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행법상(개정 전)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재판에서 사용할 수 없지만 나머지 적법한 증거로 혐의가 입증되면 재판을 계속해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다. 민주당은 개별 증거를 배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사 전체에 중대한 위법이 있거나 검사가 기소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공소 자체를 기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고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벗어난 경우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단순한 직무상 과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검사에게 적어도 미필적인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해 왔다. / 뉴시스
대법원은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고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벗어난 경우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단순한 직무상 과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검사에게 적어도 미필적인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해 왔다. / 뉴시스

대법원도 현행법(개정 전) 아래에서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고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 다만 공소권 남용을 인정하려면 단순한 직무상 과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검사에게 적어도 미필적인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국민의힘과 검찰은 개정 조항이 기존 판례의 문구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개정법에는 검사의 자의성이나 의도에 관한 요건이 명시되지 않았다. ‘중대한 위법수사’가 무엇인지 수사의 위법과 공소제기 사이에 어느 정도의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기존 판례보다 공소기각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정희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도 공소권 남용 법리를 법제화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적용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검토의견을 담았다. 결국 개정법 시행 이후 법원은 수사 방법과 위법의 정도, 위법하게 확보된 증거가 기소 결정에 미친 영향, 검사의 기소 경위 등을 따져 공소기각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재판 초기에는 피고인 측이 본안의 유무죄와 별도로 수사 위법성과 소추재량권 일탈을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법원이 공소기각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판단 이유를 제시해야 하고 상급심에서 다시 다퉈질 가능성도 있다. 구체적인 기준이 판례로 정리되기 전까지 재판부별 판단 차이와 절차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법사위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공소기각에 대한 흑색선전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법사위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공소기각에 대한 흑색선전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 재판 겨냥했나… 입법 과정도 공방

국민의힘은 공소기각 사유 확대를 이 대통령의 재판을 겨냥한 입법으로 규정했다. 대통령 취임 뒤 중단된 형사재판이 재개될 경우 피고인 측이 검찰의 위법수사나 공소권 남용을 주장해 공소기각을 요청할 수 있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특정 사건을 위한 조항이 아니라 위법한 수사와 기소로부터 모든 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한 일반 규정이라고 반박한다.

공소기각 조항이 법사위 심사 막판에 추가됐는지를 두고도 여야가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추진된 보완수사권 폐지안에 없던 조항이 법사위 대안에 들어갔다며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지난 6월 26일 발의된 김용민·박은정 의원안에 이미 포함돼 있었고 심정희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도 ‘공소권남용이론 법제화’를 별도 항목으로 다뤘다. 공소기각 조항이 법사위 대안 단계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닌 셈이다.

또 개정 조항이 이 대통령 재판에 곧바로 적용돼 공소기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정법 부칙에는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을 따로 정한 규정이 없다.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할 수 있는지부터 개별 사건의 수사가 ‘중대한 위법수사’에 해당하는지, 검사의 기소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벗어났는지까지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공소기각 사유 확대는 법원의 통제를 통해 수사·기소권 남용을 막는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동시에 법률이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법원에 해석을 맡겼다는 문제도 남겼다. 이번 개정이 기존 판례를 조문으로 옮긴 데 그칠지 형사재판에서 수사와 기소의 적법성을 다시 심리하는 새로운 절차로 작동할지는 시행 이후 판결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개정 형소법 톺아보기②] ‘중대한 위법수사’ 판단 법원으로… 공소기각 논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