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정부가 알뜰폰 도매대가와 전파사용료를 낮춰 업계의 비용이 연간 25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소비자가 체감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가입자 1000만명을 기준으로 절감액 전부를 요금에 반영해도 회선당 월 208원꼴이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분이 적자 보전과 고객센터·정보보호 투자 등에 쓰이면 실제 인하 폭은 이보다 작아질 수 있다.
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31일 도매대가 인하와 자체 설비 사업자 육성 등을 담은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동통신사의 요금제를 다시 판매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설계하는 ‘알뜰폰 2.0’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 250억원 전부 돌려줘도 월 200원 안팎
정부는 이달부터 통신 3사의 데이터 안심옵션 적용 요금제를 알뜰폰 사업자에도 단계적으로 도매 제공한다. 기본 데이터를 모두 사용한 뒤에도 최대 400Kbps 속도로 메신저와 검색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기존 도매제공 요금제 약 90종에는 추가 비용 없이 안심옵션을 적용한다. 이 가운데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 약 15종은 이동통신사가 가져가는 수익배분율을 1~3%포인트 낮춘다. 중소·중견 알뜰폰 사업자의 전파사용료 감면율도 기존 50%에서 90%로 확대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통해 알뜰폰업계가 연간 약 250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입자 1000만명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회선당 연간 2500원, 월 208원이다. 지난 5월 가입 회선 1048만3482개를 적용하면 월 199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이는 알뜰폰 평균요금인 월 1만7570원의 약 1.2%다. 정부 추산액을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하게 나눈 계산으로 실제 요금 인하 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도매대가 인하 대상이 일부 5G 요금제로 제한되고 전파사용료 감면도 중소·중견 사업자를 중심으로 적용돼 사업자와 요금제마다 절감 효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의 92.6%인 970만3996회선은 LTE를 이용하고 있다. 5G 가입 회선은 64만1413개로 6.1%에 그쳐 이번 5G 도매대가 인하의 직접적인 수혜 범위도 제한적이다.

◇ 업계 적자와 맞먹는 절감액…요금보다 생존 먼저
비용 절감액이 곧바로 요금 인하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알뜰폰업계는 2023년 29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24년에는 2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부가 제시한 연간 절감액 250억원이 당시 업계 전체 영업손실의 97%에 해당한다.
전체 59개 사업자 가운데 27곳이 적자를 냈고 35곳은 가입자가 10만명 이하인 영세 사업자다. 이들 사업자는 절감액을 요금 인하보다 누적 손실 보전과 고객센터 운영, 정보보호 강화에 우선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이용자 보호 기준을 강화한 점도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알뜰폰 사업자는 가입자 1만명당 상담 인력 1명과 사업자별 최소 3명 이상의 상담 인력을 갖춰야 한다. 부정 개통과 발신번호 변작 등에 대한 관리·점검도 강화된다.
장기적인 요금 경쟁력은 자체 설비를 갖춘 사업자가 실제로 등장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과금·수납과 가입자 인증 설비를 갖춘 서비스형 알뜰폰과 트래픽 관리 설비까지 보유한 독립형 알뜰폰의 법적 기준을 마련한다. 망 연동 의무 대상을 이동통신 3사로 확대하고 정책금융을 연계해 내년까지 서비스형·독립형 사업자 3곳 이상을 육성할 계획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도매대가와 전파사용료 인하는 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낮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연간 250억원만으로는 이용자가 체감할 수준의 요금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독자 설비를 갖춘 사업자를 키워 통신 3사 의존도를 낮추고 실질적인 요금·서비스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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