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반려인 1500만 시대, 동물 유기를 막고 소유자의 책임감을 높이겠다며 도입된 '반려동물 등록제'가 10년이 넘도록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반려동물 등록제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동물보호센터가 구조한 유실·유기동물은 10만6824마리에 달했다. 지자체의 동물보호센터 운영 비용도 2013년 111억원에서 지난해 464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정부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2014년부터 반려견 동물등록제를 의무화했다. 이어 2018년부터는 고양이에 대해 지자체 단위의 등록제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실한 제도 설계와 관리 체계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는 등록 방식의 이원화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생후 2개월 이상 반려견은 등록 대상이다. 하지만 등록 방식은 내장형 무선식별장치와 외장형 인식표 중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외장형 장치의 실효성이다. 인식표 등 목걸이형 장치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떼어버릴 수 있어, 제도의 핵심인 책임 추적이 어렵다.
등록 정보 관리도 허점으로 꼽힌다. 주소나 연락처가 바뀌거나 소유권이 이전되고, 동물이 폐사해도 변경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 양육 현황과 등록 정보가 다른 유령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현재 반려견 등록률은 72.7%로 의무 등록 대상임에도 10마리 중 3마리 가까이가 등록되지 않았다. 반려묘 등록률은 32.9%에 그친다.

해외 선진국은 반려동물 등록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판매 단계부터 등록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쉽게 훼손될 수 없는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동물등록의 표준으로 삼고 있다.
일본은 2022년 6월부터 펫숍 등에서 개와 고양이를 판매할 때 마이크로칩 삽입을 의무화해 분양 단계에서부터 소유자 정보가 연계되도록 했다. 영국은 2024년부터 반려견에 이어 고양이까지 의무 등록 대상을 확대했다.
반면 한국은 관련 영업업자에 대한 등록 의무 규정이 있지만 현장 관리와 단속이 미흡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소유자가 직접 등록해야 하는 구조여서 미등록이나 정보 누락 가능성이 크고, 등록 이후 변경 정보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등록 방식의 내장형 일원화 △반려묘 등록 확대 △등록 정보 갱신제 도입 등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김동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동물등록의 핵심은 과태료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다시 가족에게 돌려보내기 위한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라며 “정확한 데이터 관리와 참여 유도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과태료 부과를 강화하는 방식만으로는 등록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동물등록을 마친 소유자에게 동물병원 진료비 감면, 예방접종 지원, 펫보험 할인, 공공시설 이용 인센티브 등 실질적인 혜택을 늘려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한수의사회 역시 소모적인 등록 방식 논란을 멈추고 제도의 목적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등록제 시행 이유는 정책의 수단을 넘어 등록된 개체들의 복지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안전이나 위생에 엄격한 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도 법적으로 마이크로칩 일원화를 택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보호자들도 막연한 불안감을 덜고 어떻게 복지 혜택을 확대할 것인지 논의하는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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