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지난 편에 이어 현실적인 조언을 이어가본다.
농사를 전혀 몰라도 될까?
된다. 우리도 아무것도 모르던 음대생들이었다. 가족 중에도 농업과 관련된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 텃밭을 가꾸거나 체험농장에 가본 경험도 없었다. 지극히 전형적인 도시사람이었다.
걸음마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필요한 교육과 지원이 꽤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굉장히 많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각종 귀농 지원의 경우 최근 귀농하려는 청년들이 줄어들면서 경쟁률이 낮아졌다고 한다. 우리가 귀농했을 때에 비해 지원을 받기가 더 수월해진 것이다.
이렇게 교육과 지원을 받으면 귀농 정착 확률은 높아진다. 귀농은 ‘성공한다’라는 표현보단 ‘정착한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귀농으로 어떤 큰 성공을 거두는 건 아주 극소수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도시에서도 직장에서나 사업으로나 크게 성공하는 건 극히 일부고 반대로 이직 또는 폐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귀농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팁이 하나 있다. 귀농교육을 듣다 보면 많은 성공사례를 마주하게 된다. 이때 모든 사례를 본인과 맞추려고 하면 안 된다. 농사는 많은 작물이 있고, 각 작물에 따라 키우는 방법과 판매하는 방법, 그리고 여러 노하우가 다 다르다. 또 자신과 딱 맞는 멘토가 있으면 좋겠지만 찾기 쉽지 않고, 찾았다고 하더라도 성공사례로 꼽히는 사람들은 농사 규모 자체가 다르다. 그 규모를 처음부터 따라할 수 없다. 멘토를 찾았다면 그분이 초기, 중기, 후기에 각각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파악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초기인데 자본금이 많았던 사람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해당 작물을 시작하게 됐는지,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보조사업을 받았는지 등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나의 멘토는 이런 말을 했다. “농사 20년 지으면서 성공하고 돈 많이 번다는 사람도 기껏 해봐야 20번 농사 지은거다”라고 말이다. 성공사례의 노하우를 그대로 따라가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는 좋은 명언이었다.
귀농을 하면 대출이 필요한가?
지방에서 제2의 삶을 살고 싶어 시골 주택을 임대하거나 구매하고, 텃밭을 가꾸며 일자리도 구해 살고자 한다면 대출은 크게 필요 없다. 그건 귀농이라기 보단 귀촌이다.
반면, 귀농은 사업이기 때문에 대출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어느 정도 자금이 있는 상태에서 귀농하는 장년층도 금리가 싸기 때문에 대출을 받는다. 자금이 충분치 않을 청년층의 경우 대출이 더욱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귀농을 하면 다양한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대부분 2% 수준의 금리로 5년 거치 10년 상환 혹은 20년 상환이다.
우리와 같은 시기에 귀농을 하고 교육을 함께 들었던 청년들 중 여전히 농사를 짓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 최근에 귀농을 포기한 형을 만났는데, 농사지을 때보다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힘들고 돈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힘들어서 술만 마시게 되고,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 형도 농사와 전혀 관계가 없던 사람이 도전했던 부류다. 반면, 현재까지 농사를 짓는 사람의 대부분은 부모님도 농사를 지은 ‘후계농’이다.
처음엔 많은 기대와 희망 속에 대출을 받아 시작했지만, 결국 포기하기에 이른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중엔 사기를 당하는 등 악재를 만난 경우도 있고, 농장보단 다른 일을 하는 게 수익적으로 낫겠다는 생각에 포기한 경우도 있다.
좀 더 현실적인 숫자로 이야기해 보겠다. 3억원을 대출 받아 농장을 만들면 5년간은 1년에 약 500만원의 이자를 내야 하고, 5년 뒤부터는 1년에 3,000만원 이상 빚을 갚아야 한다. 가능은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1년 내내 돌아가는 농장은 몸이 고되고, 1년 중 1번 수확하는 농장은 흉작 등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 부부나 가족이 함께하며 다른 일로 부수입을 얻는다면 낫겠지만, 혼자서 오로지 농사만으로 자리잡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처음 귀농할 때 약 5,000만원으로 시작했다. 만 27살 시절,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로 모은 돈이라 초기자본이 적었다. 그래도 우리는 계획적으로, 또 열심히 귀농생활을 이어왔고 3년 차에 이사가면서 농사지을 땅을 살 때만 대출을 받았다. 집터와 집 건축은 순수하게 우리 돈으로 충당했다. 그래서 땅 외에는 빚이 없다. 집에 있는 안마의자나 정수기, 자동차, 휴대폰 등도 보통 할부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그런 것도 할부 없이 구매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 내에서 소비를 해온 것이다. 그렇게 이사도 하고 5년 동안 농장과 삶을 업그레이드 시키며 농사 외 수입원도 만들어 왔다.
지난 5년간은 이자만 냈고, 시간이 흘러 올해부터는 대출 원금도 내고 있다. 1년에 약 1,500만원 정도다. 감사하게도 귀농 초창기부터 생각했던 재정계획들이 잘 진행돼 문제없이 원금을 낼 예정이다. 우리는 귀농 초기에 3년, 5년, 10년 계획들을 깊이 생각해 적어 놨다. 그런 것들을 하나씩 이뤄가면서 진행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이뤄진 건 아니다. 특히 아내가 직장생활을 다시 한다는 건 전에는 생각도 못했다. 현재 상황에 맞춰 계획을 변경하기도 하면서 꿋꿋하게 전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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