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당내 정치로 빛바랜 국정… 당청,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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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 순방을 위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이 대통령, 김 여사, 강훈식 비서실장, 홍익표 정무수석.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 순방을 위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이 대통령, 김 여사, 강훈식 비서실장, 홍익표 정무수석.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집권여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일이다. 외교와 경제, 민생에서 만들어진 성과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를 입법으로 연결하는 것 역시 여당의 책임이다. 그러나 최근 1년여를 돌아보면 대통령의 주요 외교·경제 일정마다 민주당발 정치 이슈가 더 큰 주목을 받는 장면이 반복됐다. 여기에 29일 민주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까지 이어지면서 거대 의석을 행사하는 방식과 집권여당의 정치적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란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 전대 경쟁에 입법 속도전… 커지는 당청 엇박자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남미 순방 일정을 이어가던 중 정치권에서는 전혀 다른 이슈가 부각됐다. 민주당 출신 조정식 국회의장이 2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관련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 연임 문제를 “국민의 선택”이라고 언급하면서다. 청와대는 즉각 “청와대와 논의된 바 없고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개헌 논란이 정치권의 중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장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 집권 1년여 동안 이 대통령의 주요 외교·경제 일정마다 민주당발 정치 이슈가 잇따라 부각되면서 대통령의 국정 메시지가 정치권 현안에 가려지는 일이 반복됐다. 해외 순방과 정상외교는 물론 경제 성과 발표 시점에도 여당발 정치 이슈와 입법 논란이 정치권의 중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통령의 국정 메시지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모습이 되풀이됐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인 ‘END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을 때도 정치권의 관심은 민주당발 논란으로 향했다.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 간 적대와 대결을 끝내기 위한 구상을 제시한 시점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개최를 기습 의결했다. 청문회 추진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정국의 중심에 서면서 대통령의 외교·안보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가려졌다.

두 달 뒤인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이어가던 11월 2일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른바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전법’ 등 이라고 부르며 신속한 처리를 예고했다. 정치권의 관심이 법안의 목적과 이 대통령 재판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공방으로 쏠리자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튿날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말아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당시 이 발언을 두고 청와대가 민주당 지도부에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민석(왼쪽부터), 정청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9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김민석(왼쪽부터), 정청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9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올해 들어서도 대통령의 주요 일정과 민주당발 정치 이슈가 맞물리는 장면은 계속됐다. 주요 정상외교가 진행될 때마다 당내 정치와 입법 논란이 함께 부각됐다. 특히 코스피가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한 1월 22일 정청래 당시 민주당 대표가 지도부와의 사전 조율 없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혁신당과 합당 추진 의사를 발혔다.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려던 시점에 당대표의 돌발 기자회견이 정치권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코스피 5,000 돌파의 의미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로 출국하던 날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정청래 당시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환송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는 당청 관계를 둘러싼 해석이 잇따랐다. 청와대는 중동 정세와 국내 현안을 고려해 환송 인원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당 지도부가 환송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을 두고 정치권의 관심은 정상외교보다 당청 관계에 쏠렸다. 대통령의 첫 G7 정상회의가 갖는 외교적 의미보다 여당 내부 정치가 더 큰 화제가 된 셈이다.

정부와 여당 사이에서 반복돼 온 엇박자 행보는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정 현안보다 정치적 메시지와 당내 주도권 경쟁이 더 큰 관심을 받는 장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정식 의장의 개헌 발언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추진 등을 둘러싼 논란도 대통령의 국정 메시지와 맞물리며 당청 간 보조가 맞지 않는다는 해석을 낳았다.

민주당의 입법 행보를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다. 161석이 넘는 의석을 바탕으로 주요 법안을 잇달아 처리하면서 국정 과제를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와 함께 야당과의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보다 의석수를 앞세운 ‘입법 독주’라는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법안까지 속도감 있게 추진되면서 거대 의석이 협치보다 정치적 우위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권여당의 가장 큰 책무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반복된 장면은 국정 성과와 외교 일정이 발표되는 순간마다 여당발 정치 이슈가 이를 덮는 모습이었다. 정부와 여당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보다 각자의 정치적 셈법과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는 인식이 쌓이면서 집권여당의 역할과 정치적 우선순위를 둘러싼 비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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