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반도체 경기 호황과 주력 산업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이달 제조업 체감경기가 4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방산·조선 등 주력 업종의 온기가 관련 중소·내수 기업으로 확산된 결과다. 다만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운임·물류비 상승은 비제조업 개선 흐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7월 기업경기조사 결과·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8.5로 전월 대비 0.8포인트(p) 상승했다. 오는 8월 전망 CBSI 역시 전월 대비 1.3p 올랐다.
CBSI는 업황, 자금 사정 등 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의 주요 지표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100을 웃돌면 장기평균(2003년 1월~2025년 12월)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이흥후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장은 "반도체나 방산, 조선 등 전방산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금속가공과 기계장비·정밀기기 관련 기업들이 업황 개선을 주도했다"며 "전반적으로 기업심리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 제조업 CBSI 103.2…지난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 경신
특히 제조업의 개선세가 눈부셨다. 제조업 CBSI는 전월 대비 2.0p 상승한 103.2를 기록, 지난 2022년 6월 이후 4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장기평균 기준선(100)도 지속적으로 웃돌았다. 제조업 상승에는 신규수주(+0.8p)와 업황(+0.7p)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종별로는 조선·방산·반도체 등 전방산업 수요 확대로 기타 기계·장비(업황 +6p·신규수주 +10p)가 올랐고 해외 데이터센터 건설 및 반도체 생산 관련 수주 증가로 의료·정밀기기(생산 +9p·신규수주 +14p)가 강세를 보였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요 확대 영향으로 금속가공(업황 +5p, 자금사정 +9p) 등도 호조를 나타냈다.
기업 규모·형태별로는 대기업(+0.8p)과 수출기업(+1.1p)뿐만 아니라 중소기업(+1.9p)과 내수기업(+2.0p)도 개선세를 보였다.
이 팀장은 "조선·방산·반도체 등 주력 업종의 온기가 금속 가공, 정밀 기기 분야 등 관련 중소 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의 체감 경기 개선폭이 대기업·수출기업보다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파악했다.
경영 애로사항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포착됐다. 제조업의 '원자재 가격상승(21.8%)' 비중은 전월(27.7%) 대비 5.9%p, 비제조업 역시 전월 대비 3.2%p 감소한 11.9%를 기록해 가격 부담이 완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 비제조업, 중동전쟁 여파에 주춤…KIET "업종별 양극화 선명"
반면 비제조업 CBSI는 전월 대비 0.2p 하락한 95.2를 기록했다. 해상 화물 운송량 감소와 비용 상승으로 운수창고업(업황 -9p·채산성 -8p)이 부진, 엔지니어링 업계 수주 축소 여파의 전문·과학·기술(채산성 -5p·자금사정 -6p), 상품 매입가격이 상승한 도소매업(업황 -3p) 등이 하락세를 유도했다.

이 팀장은 "석유화학 제품을 중심으로 해상 물동량이 감소하고 운임비, 물류비 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중동(이란) 전쟁 여파가 서비스업, 특히 운수·창고업과 도소매업 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업종별 온도 차는 국책연구기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7월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조사(P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지수는 95로 기준선을 밑돌았다. 강한 수요가 지속된 반도체(156)와 수출 호조를 이어간 조선(100)이 지수를 견인한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요 둔화 직격탄을 맞은 화학(50)과 부품가 상승 여파를 입은 휴대폰(56), 가전(71) 등은 부진을 면치 못하며 양극화를 노출했다.
◆ 오는 8월 전망 CBSI 반등 기대 속 한경협 BSI 8.1p 급락…'반도체 착시' 경계감
한편 오는 8월 전망 CBSI는 전월 대비 1.3p 오른 96.5로 조사됐다. 제조업 전망(100.5)이 2.3p 상승해 기준선을 넘어섰고 비제조업 전망(93.7)도 0.5p 올라 반등 기대감을 내비쳤다.
7월 중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통합한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 대비 1.1p 상승한 97.9를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 역시 95.9로 전월 대비 0.2p 상승, 지난 2022년 10월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팀장은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 심리가 장기 평균인 100을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총평했다.
반면 민간 기업들이 체감하는 오는 8월 경기 전망은 '반도체 착시'를 제외하면 여전히 냉각 상태에 가깝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6년 8월 BSI 전망치'에 따르면 8월 BSI 전망치는 89.9에 머물며 전월(98.0) 대비 8.1p 급락했다. 5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하회한 수치다.
한경협 조사에서도 인공지능(AI) 수혜를 입은 '전자·통신장비(118.8)'는 강세를 보인 반면 고유가와 공급 과잉이 겹친 '석유정제·화학(57.7)'은 금융위기 여파가 불어닥쳤던 지난 2009년 2월(54.5) 이후 17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최근 재점화된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부담이 자금 사정 악화로 이어진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방산·조선 등 주력 업종의 온기가 관련 기계·금속가공 등 일부 중소 내수업체로 확산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석유화학·가전 등 원가 상승 압박을 직접 받는 비반도체 업종의 채산성 악화가 향후 경기 회복 속도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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