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기각’ 조항 놓고 여야 충돌… 논란의 핵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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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민주당의 보완수사권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민주당의 보완수사권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정치권이 공소기각 조항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제한적으로 인정되던 공소기각 사유에 수사기관의 중대한 절차 위반 등을 추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겨냥한 ‘맞춤형 입법’이라고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위법한 수사를 통제하기 위한 대법원 판례의 명문화라고 맞섰다. 같은 조문을 두고 ‘방탄 입법’과 ‘적법절차 강화’라는 정반대의 해석이 충돌하면서 정치권 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형소법 개정안 둘러싼 ‘방탄 입법’ 공방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공소기각 사유 확대 등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국민의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에는 수사기관의 중대한 절차 위반 등을 새로운 공소기각 사유로 추가하는 내용도 포함됐으며, 이 조항을 놓고도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공소가 제기된 뒤 법원이 사건의 실체를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공소기각 사유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에 대한 재판권이 없거나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 △동일 사건에 대해 이미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개정안은 여기에 수사기관의 중대한 절차 위반으로 적법절차 원칙이 현저히 침해된 경우를 새로운 공소기각 사유로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쟁점은 ‘중대한 절차 위반’과 ‘적법절차 원칙이 현저히 침해된 경우’라는 요건이다. 기존에도 위법한 수사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배제하거나 일부 절차의 위법성을 다투는 방식으로 통제해 왔지만 개정안은 일정한 경우 공소 자체를 기각할 수 있도록 판단 범위를 넓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대법원 판례를 법률에 명확히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적용 범위가 불명확해 특정 사건에 활용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2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공소기각 사유 확대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 뉴시스
2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공소기각 사유 확대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 뉴시스

공소기각은 무죄판결과도 성격이 다르다. 무죄는 증거조사를 거쳐 범죄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이지만 공소기각은 소송요건에 하자가 있어 법원이 사건의 실체를 판단하지 않고 절차를 종료하는 결정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절차 위반이 있을 경우 재판 자체를 계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확대하는 데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조항이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겨냥한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의원은 법사위에서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사건을 공소기각으로 끝내려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 맞춤형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박충권 의원도 “수사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공소를 기각하도록 하면 사실상 재판을 중단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법 적용 범위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이 새로운 공소기각 사유를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대법원 판례를 법률에 명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 공소를 기각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 판단 기준은 판례를 통해 구체화돼 왔다. 민주당은 수사기관의 중대한 절차 위반으로 적법절차 원칙이 현저히 침해된 경우에도 공소를 기각할 수 있다는 취지를 법률에 명확히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근거로 제시하는 대법원 판례와 개정안의 내용이 동일하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현행 판례는 공소권 남용이나 공소제기 절차의 중대한 하자를 예외적으로 인정해 공소기각을 허용해 왔지만 개정안은 ‘수사기관의 중대한 절차 위반’을 명시하면서 적용 범위를 넓혔다는 주장이다. 특히 ‘적법절차 원칙이 현저히 침해된 경우’라는 문구의 해석에 따라 공소기각 인정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조항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며 본회의에서도 쟁점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의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발언을 계기로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형사소송법 개정안 역시 ‘방탄 입법’ 프레임의 연장선에서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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