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근의 밥 한 끼 하시죠 ①] 끼니가 인사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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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밥 먹었어?"

한국인은 습관처럼 이렇게 안부를 묻는다. 아침에 만나도, 밤늦게 전화를 걸어도, 몇 년 만에 연락이 닿아도 첫마디는 밥이다. 외국인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한국어 표현이기도 하다. 왜 한국인은 만날 때마다 식사 여부를 확인하느냐고. 사랑한다는 말은 아껴도 밥 먹었냐는 말은 아끼지 않는 사람들. 필자는 이 질문 속에 한국인의 정서가 녹아 있다고 믿는다.

끼니라는 말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보인다. 끼니는 참 고단한 단어다. 우리는 끼니를 "거른다"고 하고, "때운다"고 하고, 옛 어른들은 "끼니를 잇기 어렵다"고 했다. 끼니와 어울려 다닌 동사들은 하나같이 결핍의 말들이다.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밥 먹었냐는 질문은 수사가 아니라 실제 생존의 확인이었다. 오늘 하루 굶지 않았는지, 무사히 살아냈는지를 묻는 말. 그 시절이 지나고도 질문은 남았다. 생존을 묻던 말이 안부가 되었고, 안부가 사랑이 되었다. 끼니는 생존의 언어였기에, 끼니를 묻는 일은 가장 진한 애정의 표현이 될 수 있었다.

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가족을 식구(食口)라 부른다. 밥을 같이 먹는 입,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피를 나눈 사이보다 밥을 나눈 사이를 앞세운 말이다. 한솥밥을 먹는다는 말도 그렇다. 같은 솥의 밥을 나누는 순간 남이 식구가 되고, 직장 동료가 한식구가 된다. 세계 어느 언어가 공동체를 이렇게 밥으로 정의하는가. 한국인에게 밥은 처음부터 영양이 아니라 관계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상한 풍경 속에 서 있다. 밖에서는 K푸드가 세계인의 밥상을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 속 밥 먹는 장면에 세계가 침을 삼키고, 세계 곳곳의 한식당 앞에 외국인들이 줄을 선다. 한국의 식문화가 이렇게 뜨거운 콘텐츠가 된 적이 없다. 그런데 정작 안에서는 어떤가. 세 집 중 한 집이 혼자 사는 나라. 우리는 점점 혼자 먹고, 자주 거르고, 대충 때운다. 밥 먹었냐고 물어봐 줄 사람이 곁에 없는 사람이 늘어간다. 같이 먹는 밥이 K푸드라는 이름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일상에서는 사라지고 있는 역설적인 현실이다.

필자는 이 어긋남 속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라면과 김밥으로 시작된 K푸드의 다음 장은 결국 밥이 쓸 것이다. 세계가 궁금해하는 것은 이제 메뉴가 아니라 그 밥상에 담긴 마음, 밥 먹었냐고 묻는 문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쌀 소비가 줄어든다고 걱정만 할 일이 아니다. 밥을 다시 이야기하고, 밥에 얽힌 감성을 콘텐츠로 만들고, 밥으로 사람을 돌보는 일. 그것이 쌀의 미래이자 K식문화의 다음 페이지라고 믿는다.

필자는 제주에서 밥 짓는 경험을 제품으로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좋은 재료로 누구나 쉽게 제대로 된 한 끼를 지어 먹을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이 일을 하며 얻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밥 자체가 아니라 밥에 얽힌 마음이라는 사실이다. 

갓 지은 밥의 김, 뜸 드는 시간의 냄새, 그리고 그 밥을 지어 준 누군가의 얼굴. 얼마 전 경기도의 한 도시와 손잡고 홀로 사는 어르신들께 한 끼를 보내드리는 일을 시작하면서 이 확신은 더 깊어졌다. 고독사를 막아 보자는 사업이지만, 현장에서 배운 것은 조금 달랐다. 어느 분에게 그 한 끼는 영양이 아니라 "아직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가슴 따뜻한 관심이었다. 

문 앞에 도착한 밥은 안부였고, 뜸이 드는 몇 분은 오늘을 살아 볼 이유였다. 밥 한 끼가 사람을 살린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었다. 끼니를 챙긴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챙기는 일이다.

그래서 ‘밥 한 끼 하시죠.’라는 문장으로 이 칼럼의 제목을 정했다.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 우리가 가장 자주 하고 가장 자주 지키지 못하는 그 약속을 이 지면에서나마 지켜 보려 한다. 이 칼럼을 통해 글로 밥상을 차릴 것이다. 

어떤 날은 뜸 드는 시간의 이야기를, 어떤 날은 혼자 먹는 밥의 이야기를, 어떤 날은 세계로 가는 우리 밥의 이야기를 담을 것이다. 거창한 담론보다 따뜻한 한 끼 같은 글이고 싶다. 그리고 글의 끝에서 늘 같은 인사를 드리려 한다. 밥이 때가 되면 어김없이 돌아오듯, 이 지면도 어김없이 돌아오겠다는 약속의 표시다.

밥 먹었냐고 묻는 일이 사랑인 나라에서, 이 글이 당신에게 건네는 안부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 끼니는 챙기셨는지.

다음 끼니에 뵙겠습니다.

- ㈜ 잇더컴퍼니 대표
- 제주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
- 서울대학교 푸드테크 최고책임자과정
  수료 및 월드푸드테크협의회 정회원
전) 매일유업 조리식품 브랜드매니저
전) WK 마케팅그룹 브랜드컨설팅 컨설턴트
전) 한화 S&C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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