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1970년 문을 연 아연제련소가 폐수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공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반세기 동안 국내 제조업에 필요한 아연을 생산해 온 영풍 석포제련소가 기존 생산시설에 수처리와 지하수 관리 기술을 결합하며 친환경 제련소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영풍은 김홍국 한국비철금속협회 상근부회장과 이승훈 본부장이 24일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를 방문해 아연 제련 공정과 환경관리 시설을 둘러봤다고 밝혔다. 영풍에 따르면 협회 관계자들은 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다시 공정용수로 사용하는 무방류 시스템(Zero Liquid Discharge, 이하 ZLD)과 지하수 확산방지시설의 운영 현황을 확인했다.
이번 방문은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생산 기반이 지난 50여 년 동안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생산량과 품질이 제련소의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물과 에너지를 얼마나 적게 사용하고 오염물질을 공장 내부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처리하느냐가 지속 가능한 생산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 50년 된 제련소, 환경설비 다시 짓다
석포제련소는 1970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준공된 국내 최초의 현대식 아연제련소다. 아연은 철강 제품의 부식을 막는 도금재를 비롯해 자동차, 가전제품, 건축자재 등에 사용된다. 석포제련소의 2024년 기준 아연 생산량은 약 32만5,000t(톤)으로 세계 6위 규모다. 국내 아연시장의 약 30%를 담당한다. 제련소에서 일하는 임직원과 협력업체·공사업체 인력은 약 1,200명이다. 대규모 제조업 기반이 많지 않은 경북 북부지역에서 생산과 고용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영풍은 이런 생산 기반을 유지하면서 환경관리 방식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19년 ‘환경개선 혁신계획’을 세운 뒤 지난해 말까지 환경설비와 공장 인프라 개선에 약 5,400억원을 투입했다. 투자의 방향은 공정에서 발생하는 물과 오염물질을 공장 내부에서 차단하고 다시 활용하는 데 맞춰졌다. 기존 설비를 부분적으로 보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처리와 지하수 관리시설을 새로 구축하는 방식이다.
환경투자의 핵심은 2021년 가동을 시작한 ZLD다. 제련 과정에서는 원료를 세척하거나 냉각하고 불순물을 처리하기 위해 많은 물이 사용된다. 이렇게 사용한 물에는 금속 성분과 각종 불순물이 포함될 수 있어 여러 단계의 처리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수처리 방식은 폐수에 포함된 오염물질을 법정 기준 이하로 낮춘 뒤 외부로 방류한다. ZLD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폐수를 농축·증발·정제한 뒤 다시 공정용수로 투입해 외부 방류를 없애는 방식이다.
영풍은 ZLD 구축에 460억원을 투입했다. 하루 최대 처리용량은 4,000㎥다. 현재는 하루 평균 2,000∼2,500㎥의 물을 처리해 공정에서 다시 사용하고 있다. 재이용량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88만㎥다. 공정에 필요한 물을 새로 취수하는 대신 사용한 물을 반복해서 활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인근 하천에서 가져오는 물도 줄일 수 있다.
영풍은 설비 운영 과정에서 확보한 ZLD 관련 기술에 대해 특허를 등록했다. 폐수가 발생한 뒤 처리하는 사후 관리에서 벗어나 물이 공장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산업단지 관계자들도 수처리 방식을 살펴보기 위해 현장을 찾고 있다.
◇ 지하로 이동하는 물까지 차단
제련소의 환경관리는 지상에서 발생하는 공정 폐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풍은 공장 외곽 약 2.5㎞ 구간에 지하수 확산방지시설도 구축했다. 이 시설은 지하 차수벽과 집수정 등을 이용해 공장 내부의 지하수가 외부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다. 모은 지하수는 수처리 과정을 거쳐 관리한다. 공장 경계를 기준으로 지하수의 이동 경로를 차단해 오염 가능성을 줄이는 구조다.
ZLD가 제련 공정에서 사용한 물의 외부 방류를 막는 시설이라면 지하수 확산방지시설은 땅속을 통해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물을 관리하는 설비다. 두 시설을 함께 운용해 지상과 지하의 수질관리 체계를 이중으로 구축했다는 게 영풍의 설명이다.
최근 제련소 인근 낙동강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의 서식이 지속해서 관찰되고 있다. 다만 수달의 출현을 특정 환경설비의 효과로 단정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수질·생태 조사가 필요하다. 영풍은 제련소 인근 하천과 생태환경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현장을 찾은 한국비철금속협회는 1975년 설립된 비철금속 업계 대표 산업단체다. 국내외 비철금속 관련 통계를 수집·분석하고 통상 현안 대응과 회원사 간 협력 업무를 맡고 있다. 영풍은 협회 설립 때부터 참여한 창립 회원사다. 창업주인 고 장병희 회장은 협회 제2·3·4대 회장을 지냈다.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초기 생산 기반을 구축한 기업과 업계 대표단체가 반세기 가까이 관계를 이어온 셈이다.
김홍국 한국비철금속협회 상근부회장은 “석포제련소는 우리나라 비철금속 산업의 출발점이자 산업 발전을 이끌어 온 상징적인 사업장”이라며 “친환경 제련 기술과 지속적인 환경 개선 노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노규 영풍 석포제련소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환경 투자와 기술 고도화를 통해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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