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4회 연속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된 반면 해외 주식 투자 쏠림으로 인한 원화 약세 압력이 한국 경제의 강한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미 재무부는 23일(현지시간) 연방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경제·환율 정책 2026년 상반기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대만·싱가포르·베트남·독일·아일랜드·스위스·태국 등 10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렸다. 한국은 지난 2024년 11월 재지정을 시작으로 이번까지 4회 연속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미국은 지난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상위 20개 교역국을 대상으로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8개월 이상 GDP 대비 2% 이상의 달러 순매수 등 3가지 기준을 평가한다. 이 가운데 2개 요건을 충족하면 관찰대상국, 3개를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Enhanced Analysis) 대상이 된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 상품·서비스 무역 흑자 450억달러,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6.6%(전년 (5.3%) 대비 확대)를 기록해 앞선 두 기준을 충족했다. 미 재무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 관련 제품 수출이 경상수지 흑자 확대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규모는 GDP 대비 -1.5%로 집계됐다. 한국은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외환보유액을 순매도(280억달러), 이 가운데 225억달러가 4분기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일방향 외환시장 개입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 "원화 약세 압력, 펀더멘털과 괴리"…해외 주식 투자 확대 주목
미 재무부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가 지속적인 약세 압력을 받은 점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지난 1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의 회동을 비롯한 양자 협의에서 "최근 원화 약세 압력은 한국 경제의 강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점을 다시 언급,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원화 약세 압력의 주 요인 중 하나로는 국내 개인·기관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를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정부의 해외 주식 보유 증가액은 지난 2024년 80억달러에서 지난해 410억달러로 급증했다. 미 재무부는 "이들 투자 대부분이 환 헤지(외환 위험 회피) 없이 이뤄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비은행 금융기관과 가계(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도 지난해 730억달러로 전년(340억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 특히 지난해 4분기에 집중됐다. 이 가운데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입 규모는 300억달러에 달했다. 보고서는 한국은행이 이러한 현상을 '독특한 현상(unique phenomenon)'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 외환시장 개방 노력 긍정 평가…중국엔 "투명성 강화" 지적도
미 재무부는 한국 외환당국이 원화 약세 국면에서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한 점을 언급했다. 또 국민연금이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와프를 활용, 일부 달러 자산을 매도했을 가능성이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제한 완화와 외환시장 개방 정책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시장 유동성과 가격발견 기능을 개선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매월 공개하고 외환보유액·선물환 포지션 공개를 확대하는 등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노력도 높이 평가했다.

분석 대상국 가운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없었다. 다만 미 재무부는 중국에 대해 "환율 정책과 관행의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 향후 위안화 환율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공식·비공식 개입 증거가 확인될 경우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 재무부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며 외환시장에 대한 상호 이해와 신뢰를 확대하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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