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상비약 20개로 확대 추진…약사회 “안전관리부터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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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감기약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보건복지부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품목을 최대 20개로 늘리고 의료취약지역에서는 일반 소매점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편에 나서자 대한약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약사회는 약물 오남용과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품목 확대보다 판매 관리 강화와 공공심야약국 확충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24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품목을 현행 11개에서 법정 한도인 최대 20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약국 없는 지역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점을 확대하고 판매 품목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나 공휴일에도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등을 살 수 있도록 2012년 11월 도입됐다.

약사법은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고 소비자가 스스로 복용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가운데 복지부 장관이 20개 이내에서 판매 대상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고시상 지정된 안전상비의약품은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4개 효능군 13개 제품이다. 어린이용 타이레놀 2개 제품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실제 판매되는 품목은 11개다.

복지부는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추가 효능군과 제품을 결정하고 오는 12월 안전상비의약품 지정 고시를 개정할 계획이다.

판매처 규제도 완화한다. 현행법상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점은 24시간 연중무휴 운영 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약국과 24시간 편의점이 없는 농어촌이나 도서·산간 지역에서는 일반 소매점도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는 판매 품목 확대는 고시 개정으로 추진하고 판매점 지정 기준 완화는 약사법 개정을 통해 진행할 방침이다.

/대한약사회

대한약사회는 입장문을 내고 “국민 건강과 안전보다 편의성에 치우친 정책”이라며 개편안의 중단을 촉구했다.

약사회는 고령화로 만성질환자와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약사의 상담 없이 일반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면 약물 상호작용과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세트아미노펜 등 일반의약품을 과다 복용하거나 자해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례, 약 복용 후 졸음운전 사고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품목 확대에 반대하는 근거로 들었다.

기존 판매점의 관리 실태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약사회가 최근 3년간 전국 1000여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를 조사한 결과 최소 1건 이상 판매자 준수사항을 위반한 업소 비율은 2022년 95.7%, 2023년 94.1%, 2024년 94.4%, 2025년 97.2%였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최소한의 규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우선해야 할 일은 품목 확대가 아니라 판매·관리 실태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안전상비의약품 추가 지정 대상으로 논의됐던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성분 지사제의 허가사항이 이후 소아·청소년 복용 제한 등으로 변경된 점도 언급하며 품목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취약지역 판매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약사회는 일반 소매점보다 공공약국을 설치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고령층과 다제약물 복용자가 많은 의료취약지역일수록 의약품 판매뿐 아니라 약력 관리와 복약 상담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시설을 갖춘 공공약국을 의료취약지역에 설치해 진료와 처방, 조제, 복약지도가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취약지역 약 556곳에 공공약국 600개를 운영할 경우 연간 6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전국 242곳에서 운영 중인 공공심야약국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공공심야약국 운영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57억원 수준으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야간 의약품 접근성과 안전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약사회 측 설명이다.

약사회는 지역별 공공심야약국의 최소 운영 기준을 법령에 명시하고 정부 예산과 홍보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오는 12월까지 안전상비의약품 지정 고시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추가 품목과 판매처 기준을 둘러싼 정부와 약사사회의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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